북한이 우리 정부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참여에 반발해 ‘정전협정 무효화’를 선언하는 한편 ‘군사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화물열차에 실려 발사대로 이동하는 모습이 최근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돼 북한의 추후 도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이 유력해 보인다.
우리 정보당국 관계자는 30일 “평양 인근 산음동 병기연구소에서 차량에 태운 장거리 미사일 1기가 화물열차 3량으로 옮겨진 뒤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며 “ICBM이 확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벍혔다.
이에 따라 장거리 로켓 발사(4월5일)와 2차 핵실험(5월25일)을 마친 북한이 ‘ICBM 실험’이라는 대량살상무기 능력의 마지막 단계를 과시시키 위한 행보에 돌입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현재 2차 핵실험에 따른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안 등 대북 압박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모습이다.
북한이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대포동 2호’는 사거리가 6천700km 이상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개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다. 만약 북한이 ‘대포동 2호’ 발사 실험에 성공할 경우 동아시아 일대는 물론 미국 본토까지 사정거리에 두는 능력을 입증하게 된다.
지금까지 북한의 미사일 사거리는 지난달 5일 북한이 ‘인공위성체’라 주장했던 ‘은하 2호’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발사장에서 발사돼 태평양 해상까지 3천200km 정도를 비행했다.
이때 발사 시험한 미사일도 3단 로켓으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체의 단계적 분리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본격적인 ICBM 개발 능력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이 구체화됨에 따라 도발 시점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6월 29일 북한 경비정 2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남하, 우리 해군 경비정 참수리호를 기습적으로 공격했던 것(2차 연평해전)과 같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된 시점을 노려 도발을 강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선 최근 ‘정치적 수사(修辭)’에만 그치지 않는 북한의 행보에 비춰볼 때 한·아세안(ASEAN) 특별정상회의 기간이 유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 군과 정보 당국도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참여하는 이 회의기간(6월 1~2일)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점치면서 대북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 정부 당국자는 “2002년 월드컵 당시에도 제2 연평해전을 일으켰던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충분히 대비하고 있는 만큼 초기에 격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영태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의 NLL에서의 ‘군사위협’과 관련 “군사적 긴장국면 조성 목적일 가능성이 높다”며 “최근 우리 군이 군사태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도발을 해 올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16일 개최 예정인 한미정상회담을 전후로 북한의 추가 도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도 이어지고 있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공고한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재확인하고,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공조가 강조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이 이를 그냥 넘길 리 없다는 주장이다.
송대성 세종연구소 소장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실험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남 국지적 도발을 감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만, 예측하기 어려운 북한정권이기 때문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송 소장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기간 도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16일 한미정상회의 기간 도발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한편, 이 같은 북한의 ‘벼랑끝 전술’이 과거처럼 ‘대미관계 개선’과 ‘경제적 보상’이라는 정치적 성과로 귀결되기는 난망해 보인다. 미국은 현재 북한의 의도를 파악한 듯 오히려 냉정한 태도로 국제사회의 공조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7일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우리는 확실히 위협을 심각히 우려한다”면서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그들(북한)은 성가심과 허세, 위협을 통해 새로운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워싱턴 DC의 한반도 전문가들에게 “북한의 영변을 세 번째로 (돈으로) 사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