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상 한미 연합훈련이 28일부터 시작됐다. ‘움직이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미 항모 조지워싱턴호까지 가세해 북한과 중국에게 있어 사실상 ‘불가항력’적인 무력시위가 된다.
조지워싱턴호의 서해 기동은 “들어오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북한과 “서해는 중국의 내해(內海)”라고 목소리 높이던 중국의 목소리를 잠잠하게 만들었다. 연평도 공격에 대한 ‘무력시위’ 차원으로 북한의 추가도발 의지를 잠재우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이번 연합훈련은 방어적 성격으로 북한의 연평도 공격 이전에 계획됐지만 북한의 도발 상황이 훈련수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면서 “양국군 모두 북한의 무모한 연평도 도발 뿐 아니라 추가도발에 대한 대처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수준의 훈련이 진행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미 연합훈련이 진행되는 나흘 동안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홍관희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항모가 참가하는 한·미 연합훈련 중에는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한미연합훈련 중 북한이 도발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곳 북한 체제의 종말을 의미한다”면서 “이미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우리 군이 두 번을 참았는데 세 번째도 군사도발을 하면 가차 없이 보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3박 4일간의 ‘화려한’ 무력시위 이후 우리의 안보태세를 어떻게 강화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홍 교수는 “한미연합훈련 종료 후 소강상태에서 다시 우리의 틈새를 노려 취약한 북방한계선(NLL) 서해 5도를 도발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남-북의 서해 NLL 전력차이는 심각한 수준이다.
북한은 남한 서해 5도를 직접적으로 포격할 수 있는 130mm 대구경포와 170mm 자주포 등 1000여문의 해안포를 백령도와 인접한 장사곶, 옹진반도와 연평반도 북쪽의 강령반도 등에 배치해 놓았다. 또한 최근에는 120mm 방사포까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북한 해안지역을 직접 타격 할 수 있는 남한 전력은 백령도에 155mm 자주포와 K-9 각각 6문과 연평도의 K-9 6문이 전부다.
때문에 정부 내에서는 한미연합훈련 이후 서해 5도 방어를 담당할 전략 사령부 창설 추진이 거론되고 있다. 서해 5도를 요새화한다는 전략아래 육·해·공이 합동으로 지역 방어에 나선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계획은 현재 5000명 수준의 병력을 1만 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담고 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긴급예산을 투입, 연평도·백령도 지역의 전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합동참모본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명박 대통령의 긴급지시로 2636억원의 긴급예산을 편성해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 ‘서북도서 전력보강계획’을 보고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K-9 자주포(820억원), 정밀타격유도무기(560억원), 대포병레이더(AN/TPQ-37, 371억원), 음향탐지장비·전술 비행선·무인항공기(UAV, 785억원)등이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한·미 연합군은 또 이번 훈련에 대한 북한의 반응에 따라 한 차례 더 연합훈련을 전개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방부 다린 제임스 부대변인은 지난 26일 “이번 훈련이 중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며 “일련의 실시했던 훈련들과 같이 이번 훈련들은 본질적으로 방어적인 것이며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들이 김정일과 북한군 수뇌부의 ‘도발의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기관의 연구원은 “조지워싱턴호가 영원히 우리 서해바다를 지켜줄 것도 아닌바에야 어차피 중요한 것은 우리의 대응의지”라면서 “결국 한번은 손을 보고 넘어가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추가도발시 강력 대응’이라는 우리 정부의 기조에 북한이 얼마나 겁을 집어 먹겠냐”면서 “근본적으로 ‘서해북방한계선(NLL)을 건드려봐야 얻을게 없다’는 점을 북한에게 똑똑히 인지시키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