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총리 동남아 순방 마무리..개방 고삐죄나

“세계 속에 조선(북한)이 있다.”

지난달초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공세적 외교가 전방위적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노동신문은 같은달 30일 “세계적인 첨단기술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그것을 적극 활용하면 그것이 자력갱생”이라며 그동안의 고립을 벗어던지고 경제발전을 위해 세계 속으로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경제를 책임진 김영일 내각 총리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7일까지 베트남,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라오스 4개국을 순방한 것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이해된다.

김 총리는 오는 14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총리회담에 참석, 한덕수 국무총리와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게 된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과거 사회주의 시스템에 시장경제원리와 개방체제를 도입함으로써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어 앞으로 북한이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따라배울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총리의 방문에 국제사회의 눈길이 쏠렸었다.

이에 따라 남북총리회담에서 김 총리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4개국 순방 경험을 어떻게 풀어놓을지도 관심사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논문에서 “개혁 실시 이후 경제안정 문제의 성격과 심각성에서 북한은 베트남과 많은 유사점을 보여줄 것으로 판단된다”며 “베트남이 ‘저발전 레짐’에서 ‘발전 레짐’으로 전환하는 데 15년가량 걸렸고 북한의 경우도 그만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해 베트남이 발전과정에서 채택한 각종 정책을 북한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유럽국가의 후원을 받아 베트남에 학생들과 관료를 파견해 무역과 법률, 경제 등의 연수를 받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경제발전 희구는 지난달 노무현 대통령과 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경제협력에 강한 의지를 보인 것에서도 확인됐다.

김 위원장은 ‘서해평화협력지대’ 조성이라는 명목으로 해주를 “내주고” 조선협력단지 건설을 위해 남포와 강원도 안변을 제공하기로 함으로써, 남측이 개성과 금강산에서 한발짝 더 북한의 중심부에 다가설 수 있도록 했으며, 경의선 개보수 등을 통해 북한을 관통하는 남북간 경협사업에까지 합의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남한의 자본과 기술을 이용하기 위한 경제협력에 아주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며 “외부의 도움을 받아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북한의 노력은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북한의 적극성은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의 방북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북측은 현대아산 대표단에 국빈들이 묵는 백화원 영빈관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현 회장 등을 면담하고 식사도 함께 했으며, 백두산 관광지 시찰을 위해 고려항공 수송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현대그룹이 독점권을 가진 관광사업과 관련, 북측은 백두산 관광과 개성관광 개시의 구체적인 일정에 합의했고, 금강산 관광사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관광대상지를 비로봉으로까지 확대한다는 데 동의했다.

지난달 20∼27일 북한을 방문했던 유럽연합(EU) 한반도담당 특별의원단의 후베르트 피르커 의원은 “북한도 경제현대화 없이는 더 활발한 대외협력이나 투자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북측과 농업, 경공업, 정보기술(IT), 금융분야의 현대화 전략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으며, 북측은 좀더 빨리 기업간 협력이 이뤄지기를 바라면서 투자와 지원도 많이 기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의 활발한 외교활동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힐 차관보는 지난 3일 일본 내셔널 프레스 클럽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고립을 극복하려는 열망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과거엔 고립이 자신들에게 이롭다고 말한 적이 있더라도, 이제는 해로운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난 2004년 대규모 탈북자의 한국 송환으로 외교적 마찰을 빚었던 베트남과 관계를 복원하고 있는 북한의 노력에 대해 “긍정적 진전(positive developement)”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전방위 외교를 통해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북한의 노력은 6자회담을 통한 핵문제 해결의 진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2007남북정상선언이 채택된 지난달 4일 “6.15(공동선언)와 (북핵) 9.19(공동성명)의 교차점이 마련됐다”며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의 마지막 대립구도가 소리내어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고 10.4 선언의 의미를 평가했었다.

문제는, 역으로 핵문제 해결과 북미관계 진전이 장애에 부닥치면, 전방위 외교를 통한 북한의 경제회생 노력도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북미관계 진전 속에서 유럽국가를 비롯해 국제사회에 대해 다각적인 외교 노력을 벌였지만, 부시 미 행정부의 등장과 2002년 10월 제2차 북핵위기로 북미관계가 꼬이면서 이러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 재연될 수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2.13합의 이후 방코 델타 아시아(BDA) 문제의 해결과 핵시설 불능화 단계 진입 등의 과정에서 북미간에 기초적인 신뢰관계는 만들었지만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라며 “결국 개방을 위한 북한의 노력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핵문제 해결이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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