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초강경 조치 통보…남북관계 중대기로

북한이 다음달 1일부로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간 모든 교류협력 사업의 사실상 중단을 의미하는 ‘강경 조치’를 취하겠다고 24일 밝힘에 따라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서게 됐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이날 조치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당국간 대화에 나올 것을 북에 촉구하는 한편 관련 부처 회의를 통해 대응책을 숙의하고 있다.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겠다’는 우리 정부와 대북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요구하는 북한 간의 접점 찾기가 단기간에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남북관계는 당분간 진통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북한 조치..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줄까 = 북한의 이날 조치는 정부 당국의 예상 범위내에 있었던 것이지만 예상 범위 중에서도 상당히 고강도에 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개성공단 사업건을 제외한 모든 남북간의 인적 왕래를 원칙적으로 전면 차단하는 한편 자신들에게 정기적인 달러 수입을 보장해주던 개성관광까지 끊기로 했다.

비록 물자수송 및 수송 관련 인원의 왕래는 선별 허용키로 한다지만 북한이 이날 발표한 조치들은 개성공단 사업을 제외한 남북간 기존 교류협력이 중단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날 발표된 조치를 글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직항로를 통한 평양 방문이나 중국 등 제3국을 경유한 민간의 방북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북한의 강경 기류에 비춰볼 때 ‘우회로’를 통한 방북 희망자에 대해 초청장을 발부할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또 남북간에 진행중인 위탁가공 교역과 인도적 대북지원 등에 관련된 물자 왕래 등은 가능하겠지만 사업자들의 왕래가 차단되면 이들 사업 자체도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이미 당국간 대화가 차단된 상황에서 명맥을 유지하던 민간 교류도 개성공단을 제외하고는 끊길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다만 북한은 개성공단만은 상주인력 감축 등 1차적인 압박 조치만 취한 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공단에 근무하는 3만5천여 북측 근로자 및 그 가족의 생계문제와 공단 중단시 미칠 대외적 이미지 손상 등을 감안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개성공단 역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개성공단의 미래가 극히 불투명해짐에 따라 현재의 88개 입주기업들이 이미 받아 놓은 주문량이 취소되는 등 경영상의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입주할 예정으로 공장을 짓고 있는 50여개 업체들 역시 입주 여부를 재검토해야할 상황에 처하게 됐다.

◇北 1단계부터 ‘강경 조치’ 배경은 = 북한이 1단계부터 고강도 통행 차단 조치를 뽑아든 것은 쉽게 말해 어지간한 조치로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바꾸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2일 구체적인 설명없이 ‘남북 통행의 엄격한 제한.차단 조치’를 취하겠다면서 19일 후인 12월1일을 ‘D-데이’로 예고한 것은 우리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작용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미국을 방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인 진영과 만날 예정이었던 만큼 한미간 조율을 거친 뒤 나올 이 대통령의 메시지를 지켜본 뒤 취할 조치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계산을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방미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의 통일’을 거론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한 한미공조에 자신감을 보이는 등 대북정책의 원칙을 더욱 선명히 드러내자 이 같은 강도 높은 조치를 결심하게 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록 우리 정부가 군 통신 자재.장비 제공을 제안하고 삐라 살포를 강하게 자제시키는 등 남북관계 상황 관리를 위한 조치들을 여럿 취했지만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기조에는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데 따른 대응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우리 정부가 공동 발의한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이 때마침 지난 22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것도 결과적으로 북한의 강경 조치를 재촉한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정부 대응과 향후 전망 = 정부는 일단 이날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고 남북대화에 나올 것을 북에 재차 촉구했다.

또 ‘6.15, 10.4선언과 관련한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며 앞으로 대화를 통해 이행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입장이 워낙 완고한 상황에서 12월1일까지 남은 일주일 동안 예고된 조치의 이행을 막을 수 있는 정책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최근 민간의 대북 삐라 살포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군 통신 관련 자재.장비의 제공을 제안하는 등 각종 상황관리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통보와 최근 표명한 강경 입장들은 우리 정부의 전면적인 대북 정책 전환이 없는 한 남북관계 복원은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어서 개별 사안들을 통해 남북관계를 풀기는 어려워졌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관심은 북한이 이날 예고한 조치들을 취하고 그에 이어 개성공단에 대한 추가 압박을 취해 나가는 동안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풀기 위한 남북 당국간의 직.간접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압박에 굴하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북의 태도변화를 기다린다’는 입장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상보다 강하고 단호한 북한의 1차 조치에 직면한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 또한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점에서 일각에서는 남북관계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될수록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역발상’의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와서 정부가 그동안 피력해온 대북 원칙을 접기란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북미관계 진전에 따른 한반도 정세 변화 등 외부 요인이 없는 한 남북관계에서 ‘반전’은 한동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은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하지 않게끔 핵심 인사들의 대북 메시지를 관리하면서 대화 재개의 기회를 천천히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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