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페퍼(John Feffer.사진) 미국 외교정책포커스(FPIF) 소장은 북한이 올해 미북관계 개선 및 대화를 통한 평화협정 체결을 강조하고 나선데 대해 “지정학적 위치를 이용한 북한의 전통적 전술로써 외교방향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페퍼 소장은 28일 데일리NK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은 오래전부터 평화협정 체결과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우선시 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외교정책을 ‘유화정책’으로는 보기는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울러 “북한 정책에 새로운 것이 있다면 북한 체제가 주민들의 기본적인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김정일이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 체제는 현재 많은 문제에 직면해있지만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라며, 북한의 지도부도 이제는 주민들의 이러한 불만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페퍼 소장은 북한이 현재 핵 억제력을 확보하긴 했지만 경제적 지원이나 관계 정상화, 안보보장 등 국제사회로부터 얻지 못한 것이 더욱 많다고 평가했다.
“북한 경제는 아직도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고, 정치적 위치도 모호하며, 핵무기를 제외하고는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 비해 군사력도 지속적으로 기울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2년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이러한 난관들을 극복하기 위해 외교적 변화를 가져올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북한의 외교 전략에 대해 “북한은 일본과 미국, 한국이 원하는 것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역 내에서 비교적 힘이 약한 북한으로써는 주변국들을 대립시킴으로써 상대적으로 이익을 얻으려고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미국이 핵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면 남한은 경제적 문제, 일본은 납치자 문제에 집착하고 있다”며, 북한과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들 국가들이 각각의 이슈들에 대한 외교적 접근법을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 방향에 대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면 오바마 정부에게는 최고의 업적이 되겠지만 향후 3년 내 달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또한 “현재 오바마 정부의 외교정책이 산적한 만큼 결국 큰 사고를 피할 정도로만 외교적 노력을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과 북한이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의 선후차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양 사안을 동시에 추진한다면 비핵화 과정에 추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지만 다소 조정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절대적 조건으로 보기보다는 절차상의 문제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평화협정을 논의하기 시작할 때 비핵화에도 진전이 이뤄진다면 당사국들은 초기 단계의 논의를 넘는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정전협정을 교체하는 최종합의에 도달할 자신감 또한 가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6자회담의 유용성과 관련 “6자회담의 목적을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고 본다면 군사적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비핵화의 문제로 좁혀 봤을 때는 특별히 성공한 지점은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투트랙(two track)접근을 해야 한다”며 “우선은 북한과 협상을 해야 하지만 이 협상이 당장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협상 과정에서 북한을 유인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두 번째 접근 방법으로 경제적 유화정책을 제시했다. “북한은 지난 십여 년 동안 급속하게 변화했다. 이미 시작된 변화를 북돋움으로써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중간 협조에 대해서는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원하지는 않지만, 북한의 붕괴나 미국의 동맹국이 된 통일된 한반도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싶다면 중국의 이해관계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밝혔다./번역=정세리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