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청소년에 휴대간편, 단속피하기 쉬운 ‘USB’ 인기”








▲이달 초 중국에 사사여행 나온 북한 주민이 북중 접경지대에서 데일리NK 취재팀과 만나 북한 내 남한 영상물 실태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특별 취재팀


북한 당국의 남한 영상물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감시와 통제를 피해 은밀히 메모리카드인 USB를 이용해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물론 친구들끼리 돌려보면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에서 메모리로 불리는 USB는 작고 휴대하기 편한 데다 보안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쉽다. 또한 북한 당국이 전기를 주고 불시에 정전을 시켜 집안에 들이닥칠 경우 알판(CD)은 플레이어기에서 꺼내지 못해 적발되기 쉬운 반면 USB는 쉽게 숨길 수 있어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것으로 데일리NK 취재 결과 나타났다.


데일리NK 특별 취재팀은 지난달 초 북중 접경지대인 중국 단둥(丹東)시에 최근 사사(私事)여행 나온 북한 주민을 만났다. 황해남도에서 온 40대 남성은 “메모리에 담아서(복사해서) 15, 16세 정도의 철없는 아이들이 보고 또 담아서 돌려보는 형태로 남한 영상물이 젊은애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식 교양할 때도 아이들은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호기심 때문에 기어코 한다. 부모들이 남조선 영화 보지 말라고 해도 더 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영화 보다가 재미있으면 컴퓨터에 메모리를 갖다 꼽고선 복사하고, 누가 한번 보고 ‘재미나다’ 하면 친구들끼리 ‘달라달라’ ‘보자보자’하면 아이들끼리는 다 빌려준다”고 말하면서 최근에는 손전화기(휴대폰) 사용이 확산되면서 “남조선, 중국, 외국 노래를 다니면서 듣는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남한 영상물을 보는 것도 일반 주민들이 아닌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간부의 자녀들이 대부분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평안남도에서 온 50대 한 여성은 “하루 한 끼씩 이어가는 사람들이 그런 것을 사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남한 영상물은 “대부분의 주민들은 못 보고 간부들, 그의 자식들, 좀 사는 사람들이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녹화기는 보통 북한 돈 20~30만 원 정도이다. 이 여성은 “메모리가 작은(남한 드라마 3편 정도 용량) 것은 7만 원, 큰 것은 10만~15만 원 정도이다”면서 “인기 있는 영화 알판 하나 빌리는 데는 1만 원 정도이고, 일반 영화는 5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쌀 가격이 보통 4000~5000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 당국의 남한 영상물 통제는 지난해 12월 장성택 처형 이후 더욱 강화됐다고 이들은 증언했다. 지역별로 처벌 수위에 차이는 있지만, 심한 경우는 총살에 처해지거나 일반적으로는 교화소나 추방을 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도에서 나온 40대 남성은 “예전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단속이 더 심해졌다”면서 “한마디로 폭풍전야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고, 평북에서 온 50대 남성은 “요즘 같으면 남조선 알판 보면 큰일 난다. 갖고 다니는 것도 없고, 사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없다”면서 “잘못 걸리면 처형되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평남에서 나온 여성은 “우리 동네에서도 알판 몰래 빌려서 보다가 깡판(단련대, 집결소를 이르는 말) 나갔다 왔는데 처음 봤다고 우겨서 그나마 6개월 들어간 것”이라며 “웬만한 사람은 볼 생각도 안 해”라고 말했다. 신의주에서 온 30대 여성 역시 “그런 거 보면 총살이다. 볼 생각도 안 한다”고 잘라 말했다.


남한 영상물 단속·통제 조직도 기존 ‘109상무’, ‘927상무’ 외에 평양에서 고등중학교 졸업생들로 조직된 ‘기동대’가 새롭게 조직된 것으로 확인됐다.  


황해도에서 온 40대 남성은 “109상무는 안전부(경찰), 당기관, 행정기관과 합동하여 수사를 하는데 특히 남한 영화나 드라마, 음악 등이 있는 알판(CD)을 전문으로 한다”면서 “그 사람들한테 걸리면 재미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927상무는 비사회주의적인 것을 통제하는데 차판으로 장사하는 것을 주로 단속한다”고 부연했다. 


평양에서 온 50대 남성은 “재작년부터 구역 안전부에 소속되어 있는 ‘기동대’라는 것이 생겼는데, 애들이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18, 19살인데 책대로(원칙대로)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면서 “기동대 애들은 주로 장마당에 돌아다니면서 단속을 하는데, 단속되면 돈만 주면 또 풀려나긴 하지만 주민들을 착취해 먹고사는 사람들만 늘어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