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청년들 김정일 생일에 ‘집단 동상’ 걸린 사연은…

2월 16일, 김정일의 66번째(실제 나이는 67) 생일이 돌아왔다. 북한에서는 김정일 생일을 ‘위대한 장군님 탄생일’로 부른다. 원래 북한의 최대 경축일은 김일성 생일(4월15일)이라고 할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김정일 생일을 더 큰 행사로 부각시키고 있다.

제대로 된 사회주의 국가라면 ‘공화국창건기념일(9월9일)’이나 ‘당(黨)창건기념일(10월10일)’을 최고 경축일로 삼는 것이 당연하지만, 북한이라는 나라는 김 씨 부자의 생일을 국가 최고 기념일로 삼고 있다. 봉건왕조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김정일 생일을 최고로 경축해야다는 북한 당국과 노동당의 정책에 따라 북한주민들은 해마다 엄청난 양의 행사참여과 노력동원을 강요받는다. 주민들은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간부들은 ‘김정일화(花)’ 전시회를 열고, 각종 ‘요리 경연대회’를 벌이는 등 ‘야단법석’이다.

2.16 맞이 행사의 목표는 “장군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

김정일 생일을 맞는 간부들은 ‘장군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에 주목한다. 당 간부들은 김정일 생일을 맞아 열리는 각종 ‘보고대회’에서 일정한 경제적 성과를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충성을 표현해야 한다. 공장기업소에는 “더 큰 경제적 성과로 위대한 장군님께 기쁨과 만족을 드리자!”라는 구호가 내 걸리고, 각 농장에서는 더 많은 거름생산량을 확보하기 위해 농민들을 다그친다.

당조직과 국가 행정기관에서는 각 기업소 노동자들과 인민반 주민들에게 인원별로 수백 kg에 달하는 거름생산량을 요구한다. 연료도 없고 운송수단도 없는 없는 조건에서 주민들은 눈길에 썰매를 이용해 인분과 부식토를 싣고 수 십 리 떨어진 농장까지 찾아가야 한다. 자신의 거름 할당량을 농장에 바치고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2월 16일 전까지 거름생산계획을 달성하지 못하면 해당 공장 지배인이나 당 비서들이 해임· 철직되거나 사상투쟁 대상이돼 처벌을 받는다.

김정일 생일 맞이 기념행사들은 2월 초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은 열리는 행사마다 무조건 참석해야 한다. 각 공장 기업소와 인민반, 각급 학교에서는 2월 1일부터 날짜를 정해서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동지 혁명활동 사적관’ 참관을 진행한다.

노동자들은 직장에 출근하자마자 작업 시작 전 20분 동안 김정일을 찬양하는 선전 자료들을 정독해야 하고 새로 나온 김정일 찬양 노래도 배워야 한다. 토요일(북한에서 매주 토요일은 정치강연회 날이다)이면 아침에 생활총화를 끝내고 김정일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강연회와 김정일 어록학습을 2~3시간씩 진행한다.

김정일의 생일이 가까워지면 영화관이나 김정일동지 혁명활동 연구실에서 김정일의 혁명활동을 수록한 기록영화 상영회에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한다. 동원된 주민들은 난방장치도 없는 실내에서 덜덜 떨며 행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또한 2월 초부터 공장기업소과 인민반별로 사람을 뽑아 ‘충성의 이야기모임’, ‘충성의 노래모임’을 진행한다. 보통 보름정도 연습을 해서 2월 14일, 15일 이틀 동안 공연을 벌인다. 북한당국에서는 TV와 신문, 방송을 통해 김정일을 우상화한 ‘혁명전설’과 ‘혁명일화’를 대대적으로 내보낸다.

‘장군님의 선물’은 이틀분 식량배급에 과자 1kg가 전부

평양시를 비롯한 각 도.시.군별로 ‘2.16 경축 보고회’가 진행되고 ‘김정일화 전시회’와 체육행사들도 빠짐없이 개최된다.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에서는 공장마다 젊은 사람들을 선발해 1만명 규모의 ‘백두밀영 답사행군대’를 조직한다. 이 행사는 2월 10일에 양강도 혜산시에 집결, 김정일이 태어난 곳이라고 선전하는 삼지연군 백두밀영까지 700여리 길을 일주일간 행군한다. 많은 젊은이들은 행군 중에 동상(凍傷)에 걸린다.

간부들은 2월 16일을 맞아 김정일이 보내준 특별한 선물세트를 받는다. 보통 그 안에는 양복감 1벌과 고급 술, 귤, 사과, 각종 조미료들이 들어있다.

일반 주민들과 학생들에게도 공급이 이루어진다. 각 가정마다 김정일의 생일을 맞아 이틀분의 식량이 배급된다. 또 술 한 병과 식용유 한 병씩이 나온다. 인민학교 학생들과 유치원 어린이들에게는 1kg정도의 과자세트(사탕, 과자, 껌, 강정)가 공급된다.

2월 16일 아침이면 기업소나 인민반 별로 김일성동상을 찾아가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꽃바구니 증정행사’를 가진다. ‘꽃바구니 증정행사’는 대체로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진행된다.

김정일의 생일날에는 공장 전기 공급을 중단하고 주민세대들에 전기를 보내 TV를 볼 수 있도록 한다. 주민들이 모든 행사를 끝내고 편하게 쉴 수 있는 날은 실제 2월 16일 오후부터다.

행사가 끝나면 모두 흩어져 집으로 가거나 친구들끼리 만나 술을 마시기도 하지만 거리에는 이동인구가 별로 없다. 추운 겨울에 장사도 못하고 여기저기 행사장들에 강제로 끌려 다녀야 하니 사실상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의 생일만큼 고달픈 명절은 없다.

1980년 제6차 당대회이 이후부터 김정일 생일이 공식 명절로 부각되어 왔다. 그러고 보니 북한주민들은 28년째 이런 꼭두각시 놀음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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