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도층, 오바마 쿠바 방문에 상당한 고립감 느낄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가깝고도 먼 나라 쿠바를 방문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1928년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후 88년만이자 역대 2번째입니다. 그동안 미국은 쿠바와 외교관계를 단절한 채 봉쇄정책을 실시해 왔습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53년 만에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방문은 미주 대륙에 남아있던 마지막 냉전구도를 깨기 위한 역사적 행보로 평가됩니다. 25일 이 시간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에 대해 살펴보고 미국과 쿠바의 관계 회복이 북한에 어떤 의미를 줄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리에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 나오셨습니다.

1. 미국과 쿠바는 한국과 일본 같은 사이로 비유할 정도로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표현합니다. 우선 두 나라는 어떤 관계입니까?

현재는 미국과 쿠바의 국교가 정상화된 상태죠. 그러나 과거를 살펴보면 두 나라는 적대관계가 오래 지속된 사이입니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이 88년만이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정도로 오랫동안 미국과 쿠바는 적대관계를 면치 못했습니다. 1902년에 쿠바와 미국은 수교를 했지만, 1959년 쿠바에서 혁명이 일어나면서 카스트로 형제(피델 카스트로·라울 카스트로)가 중심이 돼 미국을 몰아냈습니다. 이때부터 두 나라는 적대관계가 됐다고 봐야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1903년에는 쿠바에 관타나모(Guantanamo)라는 미국 해군기지가 설치되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쿠바와 미국의 관계는 굉장히 안 좋은 상태로 지속됐었죠.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등장해서 관계 개선의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4월 쿠바와 관계개선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이때부터 쿠바와 관계개선을 위해 매진해 왔습니다. 그러고 나서 지난 2014년 12월 17일 오바마 대통령은 관계정상화를 정식 선언했고 2015년 7월 20일에는 상호 간의 수도에 상주하던 이익 대표부를 대사관으로 격상시켰죠.

그동안 쿠바는 소련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현재는 중국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유명하게 알려진 사건이 하나 있죠? 바로 1962년 10월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입니다. 미국과의 관계가 나빠지자 쿠바는 소련을 등에 업고 안보를 유지하려는 전략에서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했던 것이죠. 당시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이에 응징을 가함에 따라서 미사일 설치는 무산됐고, 이후 쿠바와 미국관계는 더욱 나빠지는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2. 지난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단교 53년 만에 쿠바와 국교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쿠바의 고립을 목표로 ‘봉쇄정책’을 추진해왔는데요. 미국이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한 배경은 뭔가요?

우선 봉쇄정책이 실패했습니다. 미국은 쿠바와 관계가 나빠지면서 쿠바를 완전히 고립무원으로 빠뜨리기 위한 경제봉쇄를 실시했습니다만, 쿠바는 구소련이나 동부공산권의 도움을 받아 근근이 생존해왔습니다. 또 사회주의권이 붕괴된 1992년 이후에는 남미의 베네수엘라 등의 나라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생존해왔죠. 따라서 미국은 공식적으로 봉쇄정책에 실패했음을 인정하고 쿠바와의 관계개선에 나선 것입니다. 여기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지가 많이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쿠바에 자본주의를 이식시키고, 자본주의를 통해서 쿠바의 사회주의권을 붕괴시키려는 또 다른 의미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한 쿠바의 ‘전략적 가치’가 굉장히 높다는 겁니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세계를 중국의 경제패권아래 두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이 때문에 중국이 쿠바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중국을 견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중남미의 여러 좌파정부가 수립돼있거든요. 브라질이나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의 국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쿠바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을 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쿠바는 현재 경제난에 처해있습니다. 쿠바의 입장에서 보면 베네수엘라가 상당히 큰 후원자였는데 석유 값이 떨어짐에 따라 베네수엘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때문의 미국의 힘을 빌려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카스트로 정권의 전략이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쿠바의 입장과 미국의 전략들이 통해서 두 국가가 관계개선이 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 같습니다.

3.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를 계기로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지금 미국이 바라는 것은 쿠바가 사회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로 회기하길 바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물론 쿠바도 살기위해서 개방 정책을 쓰고 있고, 라울 카스트로가 등장하면서 자영업이나 자영농도 증가시키고 있어서 주민들의 삶도 상당히 좋아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근로자들의 월급은 우리 돈 3~5만원밖에 안 되는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어요.

이처럼 관계개선을 통해 미국은 쿠바를 다른 동부 사회주의권처럼 체제전환을 시키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쿠바는 미국의 이러한 전략에 대해 경계를 하고 있습니다. 즉 쿠바가 미국의 경제종속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급속하게 체제전환을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사회·문화 분야에서는 교류가 굉장히 증대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쿠바가 그동안 여행을 금지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방문했어요. 앞으로는 이러한 것들이 더욱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쿠바는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의 상당 수준을 미국과 교류하면서 문화력을 세계로 전파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문화인들의 쿠바 방문도 굉장히 늘어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쿠바는 야구강국입니다. 유명한 야구선수들을 미국 야구시장에 수출함으로써 외화획득도 커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 쿠바 출신들이 미국에 많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이 쿠바로 송금하는 액수가 커짐에 따라 쿠바의 경제도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미국과 쿠바가 정상화를 함으로써 쿠바가 고립된 국가가 아니고 ‘세계 속의 쿠바’가 됨으로써, 또 미국은 중남미의 교두보를 확보하려는 국제정치적인 위상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4.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과 쿠바 국가대표팀 간의 시범 경기를 관람했다는 소식, 정말 흥미로웠는데요. 양국 간 문화교류로 볼 수 있는 건가요?

1971년에 핑퐁외교(미중 탁구대표팀 간 친선경기)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되고 그에 따라서 미중관계가 정상화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탁구가 세계정치를 이끄는 견인차가 된 적이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야구가 세계질서를 재편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쿠바는 야구강국으로서 미국으로 진출하려는 선수들이 굉장히 많고, 미국 프로야구계는 이런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야구를 통해 미국과 쿠바의 관계가 정상화되는 좋은 신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5. 쿠바 방문 기간 중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라울 카스트로 국가 평의회 의장과 만나 국교 정상화 마지막 단계인, 대 쿠바 금수 조치 해제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진전이 있었나요?

쿠바의 금수조치는 오래된 것입니다만 2014년 12월 이후 사업교류가 활성화 되고 있습니다. 여행제한도 상당부분 해제가 되고 있죠. 그렇지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서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쿠바의 인권문제와 금수조치해제 문제를 연결하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5-1.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인을 상대로 한 대중연설에서는 정치범 문제 등 쿠바의 인권 문제를 거론했는데요. 쿠바 정부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양국 간 이견이 있는 부분들이 있나요?

라울 카스트로는 ‘쿠바에는 인권 문제가 없다, 만약 인권문제가 때문에 구금된 사람이 있다면 명단을 내라, 그럼 오늘 저녁이라도 석방시키겠다’며 굉장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쿠바에 당연히 정치범이 있다고 하는 것이고, 반(反)정부 인사들을 무단으로 감금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죠. 미국 측 입장에 따르면 반 정부인사가 쿠바 내에 1477명 정도 구금돼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앞으로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쿠바의 인권 신장이 이루어져야 하고 인권이 신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금수조치를 해제하긴 쉽지 않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반대가 상당히 심한 상태죠. 앞으로 인권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한 미국과 쿠바 간 관계가 순풍에 돛을 달듯이 갈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생각됩니다.

6. 이번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를 시작으로 한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도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한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 문제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정부는 2015년 2월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열린 국제 도서전에 우리 정부가 처음으로 참가했고, 쿠바의 빈곤퇴치를 위한 300만 달러 지원도 아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2015년 6월에는 서울에서 ‘2015 쿠바문화예술축제’가 개최됐습니다.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쿠바에 약 7000명 정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최대 변수’라는 겁니다. 북한이 강력하게 한국과 쿠바와의 관계개선을 바라지 않고 있고, 오히려 방해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쿠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주느냐에 따라서 한국과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가 될 가능성이 있지만, 쿠바는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함에 따라서 세계 모든 국가와 국교 정상화를 하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 눈치만 보면서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금년 내에 한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7. 1960년 북한과 수교 당시 김일성과 ‘혁명동지’로 우의를 다진 사이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과 쿠바의 관계는 어떤 관계인가요?

북한과 쿠바는 1960년에 수교를 했고, 이후에 혁명동지 사이를 맹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카스트로는 혁명 활동을 통해 정권 탈취를 했습니다. 김일성도 쿠바와는 약간 다르지만 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북한을 사회주의화 했습니다. 1986년 3월에는 카스트로가 북한을 방문해서 김일성과 우위를 다진 적이 있습니다. 또한 작년에는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쿠바를 방문해서 김정은의 구두 친서를 전달한 바 있고, 지난 9월에는 북한과 쿠바가 수교 55주년을 맞아 쿠바의 2인자인 카넬 수석부위원장이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모란봉 악단’ 공연을 함께 관람하면서 우의를 다진 적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북한과 쿠바가 좋은 관계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하고, 특히 한국과 쿠바가 수교를 한다면 북한은 고립무원에 빠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8. 쿠바가 본격적인 개혁개방의 길로 들어서면서 이제 세계 유일의 고립 국가로 ‘북한’만 남았습니다. 이런 세계정세 변화에 북한 지도층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북한 지도층은 상당한 고립감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란도 쿠바도 미국과 관계개선을 함에 따라서 북한은 이제 고립무원에 빠진 상황이기 때문에 초조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을 계속 하고 있어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이란이랑 쿠바는 핵개발을 포기한 상태였거든요. 따라서 미국은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적인 가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과 쿠바·이란 관계처럼 급속도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럴수록 북한 지도층의 고립감만 높아질 것이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만 계속하는 이런 모양새를 띠거든요.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오로지 전략적인 인내나 무관심으로 일관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은 현재 개선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고, 만약 새로운 정부가 미국에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은 북한 문제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북한입장에서는 시간을 좀 더 기다려야 할 것이고, 아무리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압박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만한 가치나 입장이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9. 끝으로,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우선 북한이 핵을 폐기하든, 최소한 동결을 하든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동결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미국은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6자회담에 빨리 복귀를 해서 북핵 폐기를 위한 논의를 해야 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은 6자회담 개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고,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체제에 대해서도 중국은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를 해서 본인들의 의사를 얘기하거나 원하는 바를 밝히는 것이 순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또한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야 합니다. 북한은 남한의 도움 없이 국제사회에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한을 활용하는 입장에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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