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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기로 미중과 합의했지만 대북 금융조치에 대한 견해 차이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회담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북한은 1일 외무성 대변인 문답을 통해 6자회담 틀 안에서 미국과 금융조치 해제문제를 논의∙해결할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북측이 단순한 ‘논의’가 아닌 ‘해결’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일단 회담에 복귀해 금융조치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은 그동안 ‘제재’ 모자를 쓰고는 회담에 나가지 않겠다던 종전 입장에 비해 다소 진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발표에서 드러나듯이 핵 폐기보다는 금융조치 해제에 무게가 실려 있어 난관이 예상된다.
북한이 금융조치 해제에 집착할 경우 사실상 금융제재 해제가 북핵 협상의 전제라는 주장을 6자회담장에서 되풀이 하는 것이 된다. 금융제재 해제 논란을 둘러싸고 장소만 회담장 안으로 옮기는 것뿐이다.
미∙북∙중 3자는 베이징 회동에서 대북 금융조치를 실무그룹에서 따로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이 시작되면 실무그룹이 이 문제를 다루지만, 수석대표들이 참석하는 북핵 협상장 분위기까지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핵 군축 주장을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전역에서는 핵실험 성공 군중대회가 한창이다. 핵실험을 자축하는 군중대회가 한창인 상황에서 ‘핵을 폐기하는 회담’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조치 해제가 우선인 것을 감안할 때 다른 참가국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군축 주장을 하는 것도 부담이다.
금융조치에 대한 미국의 태도도 별반 바뀐 것이 없다. 미국의 힐 차관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금융제재)가 법적 절차에 따라 해결될 것이며, 또 북한이 불법행위를 중단하는 등의 협조가 있을 경우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힐 차관보의 이 발언은 현재와 같은 조건에서는 금융조치가 해제될 수 없다는 의미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된다 해도 미국은 돈세탁 혐의의 상당부분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조사종결이 금융조치 해제로 연결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북 금융조치의 법적 근거인 ‘애국법(Patriot Act) 311조 5항’은 국제적인 돈세탁과 금융 테러리즘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명문화하고 있어 북한의 위폐제조와 돈세탁 등이 현저히 감소했다는 판단이 있어야만 완화된 조치가 가능하다.
또, 힐 차관보는 “미국과 북한이 6자회담 재개에 동의한 것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지, 단순히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북한이 핵 폐기 프로세스에 돌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미국은 회담이 재개되는 동시에 9·19 합의 이행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돼 금융조치 해제와 연계하려는 북한과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북 양국이 협상에 임하는 목적과 방식이 현저한 차이를 보이는 조건에서 연내 6자회담이 재개된다 해도 전망은 밝지 않을 것이다.
협상이 파행으로 치달을 경우 위기는 북한이 맞게된다. 북한이 핵 폐기 프로세스 이행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에도 대북제재는 계속 조여오게 된다. 중국으로부터 실질적인 원조중단 등의 압력이 행사될 수도 있다.
결국 북한은 중국에 떠밀려 회담장에 왔든, 제발로 걸어왔든 국제적 압박의 새로운 빌미를 마련해 준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