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1백만 이상 대북방송 청취”

북한 주민 1백만명 이상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미국, 한국 등에서 송출되는 대북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고 있으며 북한 내부의 정보 통제가 이완되고 있다고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가 밝혔다,


피터 벡 미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센터 연구원은 28일 워싱턴의 정책 싱크탱크인 ‘애틀란틱 카운슬’(Atlantic Council) 홈페이지 칼럼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대북 라디오 방송 청취자 숫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벡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해외의 대북방송 청취를 차단하는 고정 채널 라디오를 배급하고 있지만, 정부 배급 라디오를 조작하거나 3달러짜리 중국 밀수 라디오를 구입한 주민들은 다양한 대북방송을 들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벡 연구원은 미국의 대북 방송인 ‘미국의 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대표적이며, 최근에는 ‘자유북한방송’(FNK)를 비롯, 한국의 탈북자 출신들이 만든 3개의 라디오 방송이 대북 방송을 송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탈북자들이 운영하는 대북 라디오 방송은 북한 내에 휴대전화로 소통이 되는 통신원(stringer)을 고용하거나 중국을 통해 북한 현지 인터뷰를 몰래 들여와 방송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벡 연구원은 대북 방송으로 북한 정보의 유입.유출 속도가 과거보다 빨라졌다며 “한 예로 지난 2002년 북한 당국이 대규모 경제개혁을 시행했을 때 몇달이 지나서야 그 사실이 외부세계에 알려졌지만, 지난해 11월 북한 화폐개혁때는 ‘자유북한방송’이 몇시간내에 이 사실을 전했다”고 말했다.


벡 연구원은 “얼마나 많은 주민이 대북방송을 청취하는지 집계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숫자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정황들은 있다”며 최근 북한 당국이 탈북자 운영 대북 방송들을 향해 ‘인간 쓰레기’라고 공개 비난한 점을 거론하며 “대북방송이 북한내에서 청취되지 않는다면, 북한 당국은 이런 식으로 대북 방송의 존재를 홍보해 주기보다는 무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벡 연구원은 최근 몇년간 연구자들이 중국에 있는 북한 망명, 탈출, 방문자 수천명을 상대로 대북방송 청취 실태를 조사해왔다고 소개하며 “미공개 조사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무렵 중국내 북한 주민중 20%가 정기적으로 금지된 대북방송을 듣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가족, 친구들과 방송내용을 공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벡 연구원은 “북한 인구 2천4백만명중 1백만명 이상이 은밀하게 대북방송을 듣고 있다고 추정하더라도 지나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 방송은 북한 당국의 정보통제.독점권을 잃게 할 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체제 충성도를 약하게 만들고 있다”며 “탈북자들이 탈북을 결정한 주요한 동기로 대북 방송 청취를 꼽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대북 방송 청취율은 북한 주민들의 암울한 일상생활을 얼마나 제대로 반영해서 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며 지난 1998년부터 북한 문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온건한 대북 노선을 견지해왔던 한 대북방송은 인기가 급락했다고 전했다.


벡 연구원은 “해외 대북방송이 과거 동유럽국가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비집어 여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변화의 싹이 이식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