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행복권 보장이 통일원칙”

-한국사회가 성공적으로 변화 발전해올 수 있었던 요인을 정리해본다면.

첫째는 선진국의 발전된 기술과 제도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다. 둘째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시장 시스템이 건설이 돼있어야 한다.

시장을 이끌고 가는 플레이어(player)는 기업이다. 한국은 일제시대부터 중소기업이 발전돼 있었다. 발전이 안되어 있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이후 한국은 미국의 원조체제 아래서 대기업이 발전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그리고 은행도 육성했다. 이것이 한국이 발전하고 사회적 능력이 커져온 과정이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것들이 실행되려면 개방체제를 항상 유지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문닫으면 끝이다. 글로벌리즘이 유일한 답이다. 그것을 부정하면 그 다음부터 발전의 속도가 점점 늦어지게 된다. 성장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발전의 요인으로 교육을 많이 꼽는데, 그것이 끼친 영향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사회적 능력은 기술과 제도다. 자체 기술이 있어야 선진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다. 기술 수준의 대비(對備) 변수가 교육이다. 그 나라의 교육수준이 기술수준을 결정한다. 교육이 사회적 능력을 발전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단순한 근대 교육이 아니라, 우리나라 유교 교육이 기초로 된 근대교육이다.

-오늘날 북한문제를 도대체 어떻게 해결하는 것이 좋은가?

우선 통일을 할 것인지, 일정기간 북한을 독자적으로 발전을 하게 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통일은 즉시 남북을 통합하는 것이다. 그 방향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지금은 통일의 단계가 아니라고 본다.

남쪽과 북쪽의 경제발전과 문화수준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하나의 정치경제 영역으로 묶으면 혼란이 너무 크다. 서독은 엄청난 경제 역량을 가졌으면서도 진통이 컸다. 당장 통일 추진하기보다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북한 주민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적 제 권리다. 이것을 보장해주는 방법이 필요하다. 김정일정권을 포위해서 붕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최선이다. 김정일 정권이 이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적극지원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붕괴 이외에는 현실적으로 다른 방법이 없다.

–김정일 정권 붕괴 이후에 어떤 형식으로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가?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면 국제적인 공동 관리체제로 가야한다. 이것이 가장 제일 좋은 방법이다. 주변 국가 중 어느 한 국가가 독점을 하면 분쟁이 생긴다. 주변국과 한국이 공동으로 북한 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

종국적으로는 한국과 통일한다. 이것은 진리다. 북한이 개발하는 데 필요한 돈을 내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일본이나 중국이 돈을 낼 가능성이 없다. 공동관리를 해도 돈을 내는 나라가 주인이다. 북한 재건을 위해 수백조를 지원해야 하는데 중국과 일본이 이런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겠는가. 결국 한국뿐이다. 통일의 주체도 한국이 된다.

공동관리를 하면 언제 통일하냐고 주장한다. 통일의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의 행복권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을 무시하고 통일을 외치는 사람은 이데올로기에 근거한 자기기만이다.

-요즘 이른바 ‘진보진영’의 민족공조 노선을 어떻게 보는가?

진보적인 단체에서 통일을 외치면서 북쪽 정권을 유지하자고 주장한다. 이것은 논리 모순이다. 양쪽 정권이 모두 존재하면서 어떻게 통일을 하겠는가. 한 쪽이 무너지든지, 둘 다 무너지든지 해야 된다. 둘 다 놔두고 통일하자는 것은 자기 모순이다.

통일 운동을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어필해서 정치적 역량을 얻는 것이지, 논리적으로 보면 통일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김정일 정권을 그냥 두고 통일하자는 것은 남쪽을 김정일 정권 밑으로 들어가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상당기간 남과 북이 독립적인 정치경제 영역으로 병행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북쪽의 민주 개혁이 필요하다. 결국, 김정일 정권이 붕괴되는 것 외에 답이 없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북한은 무너지지 않으며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입장이 됐다.

북한은 민주개혁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 정권이 붕괴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한 정부는 김정일이 붕괴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김정일이 스스로 민주개혁을 시행한다면 우리는 지원해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김정일을 원조해서 연명시키는 것은 북한주민들의 고통을 심화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행복권이다. 민족공조니, 남북화해니 해도 이런 것이 북한 주민들의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행복권을 증진시켜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빠진 구호는 화석화된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지금 남북이 민족공조로 가는 원인, 친북 반미적 성향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현정부까지 한국 통치자들이 ‘민족’ 이데올로기 공세를 하고 있다. 민족공조를 해서 북한 주민들이 잘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개혁∙개방하면 민족공조가 가능하다.

전제 조건은 한미동맹과 민족공조가 양립할 수 있어야 한다. 김정일이 개혁∙개방하면 미국과도 적대할 필요가 없다. 남북공조와 한미공조가 양립이 돼야 한다. 그러나 김정일은 폐쇄 정부를 만들어 미국과 대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현재 민족공조는 주민들도 돕지 못하면서, 동맹과는 거리가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

-북한경제는 무엇부터 개혁해야 하나?

먼저 농업에서 개별 영농을 해야 한다. 개별 영농이 되면 농민이 시장의 플레이어로 등장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 기업을 허용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있으면 시장이 산다. 시장이 살기 때문에 개방 체제가 준비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남북공조가 될 수 있다. 이렇게 한다면 설사 김정일이 하더라도 남한이 도와줘야 한다. 김정일이 미워서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탄압하고 굶어 죽게 하기 때문에 김정일을 도와줘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지금 김정일 정권이 문을 여는 척 하는 것은 외국원조와 남한의 지원을 받기 위한 제스춰에 불과하다.

-국내문제로 돌아와 보자. 한국의 민족주의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한국의 민족주의는 이데올로기로서 정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붙잡는 세력이 정치적 힘이 세다. 한국인의 정서를 사로잡을 수 있는 사상이 민족주의였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국민들은 근대화의 가치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노무현 정부의 민족주의는 반 근대화의 민족주의다. 박정희의 근대화 민족주의와는 다르다. 지금 정부는 근대화 세력을 대부분 친일파 및 친미파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근대화와 민족주의를 대결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제 곧 알아차릴 것이다. 현 정부의 근대화 부정, 과거사 청산, 민족 자주 및 공조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한반도를 포함하여 동아시아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동아시아의 중요한 목표는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이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우선 동일 시장경제권을 가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긴박하다. 이렇게 되면 정치경제적 문제가 해결된다. 경제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정치적으로 민주주의적 영향을 주고 받는다.

여기서 한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주 대결국은 중국과 일본이다. 동북아시아 맹주자리를 놓고 중국과 일본이 싸우게 돼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패권주의 시대가 가고 유엔을 통한 공존의 시대가 올 것이다. 유엔이 군사력을 갖고, 경제력을 컨트롤하는 글로벌화가 빨리 진행돼야 한다.

-한국경제를 두고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경제는 정부가 결정적 작용을 하지 않는다. 기업이 있고, 은행이 있고, 서민도 있다. 정부가 전체적인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 정도다. 이것은 정부 재정이다. 대기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기업이 잘하면 경제가 잘된다.

물론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가 해야될 일은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것이 제로다. 오히려 고갈되고 있다. 현 정부는 경제를 이끌어가는 기본원리를 모르고 있다.

성장정책을 펴면 성장뿐만 아니라 분배도 개선된다. 그동안 성장이 한국의 모든 것을 풀어줬다. 성장중심정책을 계속 써야 한다.

지금 정부는 분배와 성장을 섞어놓았다. 그렇지만 국민에게 분배해준 적도 없다. 사회주의적 분배도 하지 않으면서 ‘사회주의적’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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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광주 편집국장
정리/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