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조선중앙방송이 올해 벼농사 탈곡이 예년에 비해 이른 시기에 끝났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수확량이 많은 지역을 제외한 곳에서는 아직 탈곡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이 쌀 수확량이 많은 지역에 전기·자재·인력을 총동원해 탈곡 작업을 마친 후 이를 적극적으로 선전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황해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황해도 곡창 지역에서는 지난 9월 시작된 가을걷이(추수)와 동시에 낟알털기(탈곡)이 이뤄졌다”면서 “(당국은) 이곳에 대학생들과 탈곡기 등 농기계들을 다른 지역에서 공수해와 예년에 비해 일찍 끝났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비교적 상태가 좋은 농기구와 주민들을 대거 동원해 이른 시기에 탈곡을 마쳤고 이를 두고 자랑스러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그렇다고 전국적으로 다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기계와 연유(燃油) 사정이 작년과 크게 다를 바 없고, 전기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지역에서는 아직도 가을걷이를 끝내지 못한 곳이 많다”고 말했다.
혜산 소식통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추수한 것을 쌓아 놓고 말리기만을 진행하는 곳이 더 많은 상황”이라면서 “방송에서 탈곡이 끝났다고 선전하는 것에 대해 속으로 ‘콧방귀’ 뀌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실제 주민 생활과는 다른 방송 선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가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당국의) 방송 선전들보다는 자신에게 분배되는 양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올해 평안남도 강서군에 있는 청산리와 황해도 태탄군, 함경남도 함죽벌 등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는 지역은 전기와 자재 공급이 최우선적으로 보장되고 주민들도 적극 동원돼 탈곡 작업이 예년에 비해 일찍 끝났지만, 다른 지역은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일부 지역에서는 농장을 관리하는 군인들이 탈곡하면 도둑이 들어 사라지는 것들을 우려해 그냥 놔두는 경우도 볼 수 있다”면서 “이들은 ‘땡땡이’라고 부르는 ‘정미기계’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벼를 통째로 가져다가 쌀로 만들고(탈곡)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황해도 소식통은 이 지역에서 탈곡 작업이 끝났어도 정작 주민들에 대한 분배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평양으로 가는 수도미(米)와 국가안전보위부와 인민보안부에 우선 쌀이 지급되고 있어 정작 주민들에게는 제대로 된 분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소식통은 “위(당국)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쌀을 들어와 약속했던 분배를 해 주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을 그대로 믿는 주민들은 많지 않다”면서 “‘중앙에 바치는 계획량을 늘려 오히려 더 적게 주는 거 아니냐’ ‘묵은 쌀을 주고 생색낼 수 있다’고 의심하는 주민들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1일 농업성 국장의 말을 인용, “11월 18일 현재 전국적으로 낟알털기(탈곡)를 100% 끝내는 성과를 이룩했다”며 올해에는 추수와 탈곡을 동시에 진행해 과거 12월까지 진행하던 탈곡을 한 달 이상 앞당겨 끝냈다고 선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