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친자확인 소송에 DNA 검증명령

북한 주민들이 한국전쟁 때 월남한 선친의 자식임을 인정해달라며 낸 친자확인 소송에서 법원이 본격적 검증을 위해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11일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가사5단독 이현곤 판사는 북한 주민 윤모씨 등 4남매가 선친의 자녀임을 인정해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남한에 사는 윤씨의 이복 동생에게 유전자 검사를 받도록 명령했다.


윤씨 등은 손톱과 머리카락 등 유전자 검사를 위한 표본을 유일하게 선친을 따라 월남해 남한에 사는 장녀에게 보냈다.


재판부는 이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실시, 원고들이 주장하듯 혈연관계가 있는지를 가리는데 기초적인 판단 근거로 삼을 방침이다.


재판부는 윤씨 등이 낸 유전자 표본과 이복형제의 유전자 표본 분석을 한 의과대학 연구팀에 맡겼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만약 대상자들이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 수 있으며 과태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검증에 응하지 않는다면 법관의 심증 형성 과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고 대리인 배금자 변호사는 “형제들의 샘플을 분석하면 같은 부모의 자녀인지를 99.9%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DNA 검증의 단계까지 나아갔다는 것 자체로 원고인 북한 주민들이 중요한 고비를 넘은 것이란 평이 나온다.


소송 제기 당시만 해도 남한에 소송 위임장과 유전자 표본, 그리고 이를 쓰거나 채취하는 것을 찍은 비디오물을 보낸 정도로는 윤씨 등이 과연 실제 소송 위임장과 머리카락을 보낸 사람인지 등을 확인하기 어려워 법원이 본격적인 심리 없이 소를 기각 또는 각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윤씨 등은 고인이 된 부친에게 100억여원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새어머니 권모씨와 이복동생들을 상대로 상속권을 요구하는 별도의 민사소송도 냈는데 해당 재판부는 가족관계를 확정지을 가정법원의 소송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재판을 중단한 상태다.


따라서 친자확인 소송의 결과에 따라 북한 주민의 상속권을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지을 초유의 민사소송 결과도 좌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친자확인 소송 판사가 유전자 검사 명령을 내린 것으로 봐서는 일단 원고들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사건이 전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검사 대상자들의 친족관계가 입증되다 해도 고인과 원고들 사이에 친자관계가 인정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소장에 따르면 1987년 숨진 윤씨 아버지는 북한에 2남3녀와 아내를 남기고 장녀와 함께 월남해 권씨와 결혼했으며 따로 2남2녀를 낳았다.


윤씨 형제 중 살아있는 4명은 북한을 왕래하는 외국 민간단체 관계자를 통해 남한의 가족과 연락이 닿아 소송 위임장 등을 보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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