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비사회주의 척결 명목으로 장사행위를 단속‧통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주민들이 총화(평가) 시간에 국가보위성(우리의 국가정보원과 유사) 성원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이달 초 혜산시 내에서 진행된 비사회주의 검열 총화에서 주민들의 항의가 대단했다”면서 “검열이 모든 주민에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집단적으로 반발, 총화 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주민들은 ‘어떤 집은 검열에서 스쳐 지나가고 어떤 집들은 중국 돈으로 1만 위안 이상 빼앗겼다’ ‘누구는 검열을 당하고 누구는 검열을 날쌔게 피했는가’ ‘ 빼앗겠으면 골고루 다 빼앗으라’고 노골적으로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한 주민은 “검열에서 빠져나간 사람들은 보위원 연락을 이미 받고 움직인 게 틀림없다” “검열이 닥치기 전에 집에 있는 돈과 물건을 빼돌리고 검열을 받아도 걸리지 않을 방비책을 귀신같이 다 세워놓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왜 그런 특혜가 차례지고 우리는 앉아서 날벼락을 맞아야 하나”고 성토했다고 한다.
김정은 체제 들어 시장에 대한 단속이 완화되면서 주민들의 시장 활동이 활성화됐고, 이에 따라 간헐적으로 이뤄지는 장사 활동에 완강하게 반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생계를 위한 ‘상행위’를 당당한 권리로 인식, 권한 침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다만 그동안은 주로 보안원(우리의 경찰)과 충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처럼 주민들의 사상 통제를 직접 다루는 보위원에 항의하는 건 이례적인 일로, 시장화 시대 주민 의식 변화로 ‘저승사자’로 군림하던 보위원의 기세도 한풀 꺾었다고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소식통은 “보위원들은 검열 총화에서 주민들의 항의에 ‘우리가 무슨 힘이 있냐’는 식으로 변명하기 급급했다”면서 “주민들의 성토장이 된 검열 총화에서 보위원들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못하고 서둘러 자리를 뜨고 말았다”고 말했다.
보위원들이 일부 장사꾼들의 편의를 봐주는 명목으로 뒷돈(뇌물)을 받는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은 이런 유착에 대한 불만도 높다. 또한 자연스럽게 장사꾼들 간 불신만 고조되는 양상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검열이 온다면 서로 알려주곤 했었는데 이번에는 서로 경계하면서 서로서로 고발하기까지 하는 일들이 있었다”면서 “돈 벌기는 힘들고 당국은 검열만 앞지르니 빼앗긴 사람들은 악에 받쳐 물고 뜯는 사태까지 나온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체제 선전에 대한 불신도 높아지고, 당국도 제대로 된 처벌을 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비사회주의 검열에서 빼앗은 물건들과 돈을 삼지연 건설에 보냈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이를 믿는 주민들은 거의 없다”면서 “보위부는 검열 총화 이후 주민 사상 동향 조사를 했지만, 이를 갖고 주민들을 어쩌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올해 들어 비사회주의에 대한 섬멸전을 선포하고, 한국산 드라마‧노래 향유 및 자본주의 문화를 나타내는 물품 거래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