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장사는 당당한 ‘권리’…단속 보안원에 집단 반발”

북한 주민들이 장사행위에 대한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청)의 단속에 집단으로 항의하거나 물리적으로 저항하는 경우가 잦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김정은 시대 시장에 대한 당국의 단속이 완화되면서 주민들의 장사행위가 활성화되고 있다. 다만 활성화되고 있는 주민들의 장사행위에 대한 통제에 과거와 다르게 완강하게 반발하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배급에 의존하지 않고 장사를 통해 알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상행위’를 당국이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식통들은 최근 “최근 당국의 시장에 대한 단속이 줄면서 주민들은 이제 장사하는 것을 하나의 당당한 권리로 생각한다”면서 “보안원들이 툭하면 단속을 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이제는 가만히 있지 않고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식통은 “김정일 시대 어찌됐든 장사는 비법(非法)이라는 생각이 있어서 장사 통제에 대해 불만이 있어도 집단으로 반발하는 경우는 드물었다”면서 “이제 주민들은 당국이 선전하는 자력갱생의 실천으로 장사를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보안원의 단속에 대한 반발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경북도 소식통도 “최근 함흥의 한 시장에서 단속 보안원들과 장마당 상인들 사이의 싸움이 벌어져 상인들과 보안원들이 다쳐 병원에 실려 가는 일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어느 장마당에서나 장사에 대해 단속하는 보안원들과 충돌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배급을 줘야 ‘이제는 장마당이 필요 없다’며 통제를 하거나 폐쇄할 수 있는데 당국도 배급을 줄 여건이 안 되니 장마당 통제를 할 명분이 없다”면서 “만약 지금 상황에서 장마당을 폐쇄하거나 통제를 하면 주민들은 진짜 그 때는 모두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제는 주민들은 물론이고 당국에서도 장마당을 폐쇄하거나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장마당 폐쇄는 주민들에게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같다.  장마당은 상당히 진전돼 있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 폐쇄나 통제 자체는 물 건너갔다고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함경북도 최대 시장인 청친 수남시장에서도 장사 단속 보안원에 집단으로 항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얼마 전 (청진) 수남 시장 한 가운데서 60대 장사꾼과 시장담당 보안원 사이에 옥신각신 싸움이 벌어졌다”면서 “이날 싸움은 시장보안 원이 시장 내 장사물품들을 검열하는 과정에 발생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 장사꾼이 시장에 내놓은 낡은 고서적 중에 초급중학생 교과서가 대량 포함되어 단속에 걸리게 됐다”면서 “교과서를 압수당하자 분노한 노인은 보안원을 향해 ‘국가에서 주는 게 뭐가 있냐, 배급은커녕 노임까지 안줘, 둘 중 하나만 줘도 이 노릇 안 해’라며 거세게 항의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식통은 “이를 지켜보던 장사꾼과 행인들이 순식간에 모여들어 노인편에 서서 보안원들을 다그치며 몰아세우기 시작했다”면서 “주민들은 ‘노인의 말이 뭐가 잘못 됐나? 배고프니까 시장 나오는 건 당연하지, 너희처럼 배가 부르면 왜 이 고생 하겠냐’ ‘자기 배부르면 남의 배고픈 줄 모른다’며 거세게 반항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기저기서 막말이 터져 나오고 일부 장사꾼들은 ‘앉은(장마당)장사도 마음 편히 못하게 하니 정말 숨막혀 못 살겠다’며 고래고래 소리지르기도 했다”면서 “이날 시장은 보안원 한사람을 놓고 벌인 싸움이었지만 실제는 당국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소식통은 “사람들 기세에 눌린 보안원은 ‘배급 주지 않는 게 뭐 내 탓이냐, 구역당에 가서 항의해라’며 서둘러 자리 뜨고 말았다”며 “주민들은 북한 당국자들과 고위층을 가리켜 ‘우리 돈 뜯어 먹고 사는 놈들, 너도(보안원) 다 같은 한 배속’이라며 서슴지 않고 욕설을 퍼 부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번 사건은 보안원이 서둘러 자리뜬 것으로 싸움이 크게 번지지 않았지만 시장은 한동한 긴장된 팽팽한 분위기 만들어졌고 이 와중에 주민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말 함경북도 무산군 시장에서 시장 단속 보안원의 장사 물품 압수에 불만을 품은 장사꾼들이 집단으로 저항하는 사건이 벌어졌었고 같은 시기 양강도 혜산시에선 교통 보안원의 단속에 항의하던 한 여성 장사꾼이 길가 난간 밑으로 투신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