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자유·인권 갈망, 김정은 체제 변화에 원동력 될 것”

북한인권법이 시행된 후 한 달이 지나고 있지만, 관련 법을 중점적으로 이끌어 가야 할 북한인권재단은 이사진 구성이 되지 않아 공식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법안서 누락돼 논란을 빚었던 북한 주민 알권리 보장 및 제3국 탈북민 보호 조항에 관해선 아직 추가적인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회서 무려 11년 간 표류했던 법안인 만큼 발효 자체만으로 기대를 모으긴 했지만, 정작 북한 주민들의 변화를 이끌 ‘직접적인’ 전략이 논외로 그쳤다는 점에서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이 김정은을 인권 제재 명단에 올린 데 이어 정보 유입 방안에 대해서도 대폭 지원을 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 정부도 북한 당국이 실질적인 압박을 느낄 대북 인권 압박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북한인권법이 그저 ‘상징’에서 그치지 않으려면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하는 데서 더 나아가 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사진)는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이 개선되려면 결국 북한의 변화가 필수인데, 아무리 밖에서 떠들어봤자 그 변화를 만들 수 있겠느냐”면서 “북한 당국을 설득하겠다던 20년간의 노력도 인권 개선은커녕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돌아왔다. 결국 해답은 북한 내부에서 인권에 대한 갈망과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사실상 외부인들이 북한 내부에 들어가서 인권 증진 활동을 펼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현재로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의식을 고취시킬 방법은 그들에게 외부 정보를 전해주는 것”이라면서 “설령 북한인권법에 북한의 정보 자유화에 대한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그걸 하지 않고서 어떻게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정보 유입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 및 국회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촉구했다. 그는 “우리 방송법을 보면 국민들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이건 북한 주민들에게도 당연히 해당되는 것”이라면서 “쓰지 않는 중파(AM) 주파수를 활용한다거나 북한 주민들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데 있어 여러 요건들을 완화시키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북 정보 유입과 관련한 논의가 주로 방통위와 국회에서 이뤄지다보니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증진하는 일도 남북 특수 관계 차원에서만 다루는 경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그보다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사는 북한인권법에 제3국 체류 탈북민들에 대한 보호 조항이 누락된 것과 관련해서도 “법안에 관련 조항이 없다고 해서 문제 해결에 손을 놓고 있으면 이는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것과 같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을 떠돌아다니는 탈북민들만 해도 수만 명에 달한다. 그 중 70~80%가 여성 탈북민인데, 상당수가 인신매매 및 성폭력의 표적이 된다”면서 “법안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중국 내 탈북민들을 비롯해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분들을 도울 방법들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전히 중국서 자행되고 있는 탈북민 북송 문제와 관련해 이 대사는 “우리가 중국에 탈북민 보호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북송 문제가 쉽게 해결될 리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가 중국 당국에게 북송을 당장 멈추라는 요구를 재차 해야 할 것이고, 이를 국제적 이슈로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수만 명의 탈북민들이 중국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한중관계를 좋게 끌고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는 확실하게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면서 “정부가 대중(對中) 외교력을 발휘해 탈북민 강제 북송과 인신매매를 막을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다음은 이정훈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와의 인터뷰 전문]

-최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로 임명됐다. 이제까지도 ‘인권 대사’라는 직명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많은 일을 해오셨는데, 국제협력대사라는 새로운 직명을 달면서 활동의 폭이나 내용은 어떻게 달라지나.

지난 3년간 대외직명 인권대사로 역임을 해왔다. 인권대사로 임할 때는 북한인권 문제만 다룬 게 아니었다. 종군 위안부 이슈에 대해서도 오랜 시간 관심을 가져 왔기 때문에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해 활동도 했었다. 인권대사로서 우리 정부가 시리아나 캄보디아, 르완다 등에서 일어나는 인권 문제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라기도 했었고. 다만 앞으로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라는 직명으로 활동을 하게 됐기 때문에, 100% 북한인권 문제만 다루게 됐다.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라 할지라도 권한은 기존과 비슷하다. 이제까지는 외교부 산하 다자외교실, 그 아래 인권사회과에서 지원을 받고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북한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게 되기 때문에 한반도평화교섭단과 유기적인 조율을 할 것 같다. 물론 유엔에서 북한인권 이슈를 제기하는 등의 업무도 지속할 예정이다. 3월이면 항상 제네바에서 열리는 인권이사회에 참석했었는데, 오는 10월에도 유엔 제3위원회 회의에 참가한다.

-처음 북한인권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북한인권은 어느 정도로 개선됐다고 느끼나?

본인이 처음 북한인권 관련 업무를 맡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엔인권이사회가 설립한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2014년 2월 내놓은 보고서가 그 분수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사위원회는 2013년부터 1년간 포괄적인 조사를 거쳤다. 물론 북한 당국이 거부했기 때문에 북한에 직접 들어가 조사하지는 못했지만, 한국을 포함해 영국, 일본 등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증언과 기존의 여러 기록들을 토대로 해 방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보고서는 혁명적인 역할을 했다. 혁명적이라 함은, 일단 유엔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반(反)인도범죄’로 규정을 했다. 이건 정말 엄청난 사건이다. 왜냐면 반인도범죄는 국제법상 제노사이드(집단학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악의 범죄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을 포함한 북한인권 유린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다. 2014년에 이러한 일이 진행된 후 북한인권에 대한 유엔과 국제사회의 전반적인 사고, 또는 접근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말 그대로 북한인권이 글로벌한 이슈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후 2년 반이 흘렀다. 우리 정부도 지금 국제사회의 흐름에 손발을 맞춰가고 있는 단계에 있다. 요즘은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국제회의도 전 세계에서 거의 일주일마다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은 물론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워싱턴, 헝가리, 체코, 영국 등에서 연일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리고 있다. 여러 정부들이 대북 인권 정책에 대해 큰 목소리를 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인프라와 네트워킹도 상당히 잘 구축돼 가고 있다.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에 대한 단합된 목소리를 내게 된 건 고무적이나, 이것만으로 과연 실질적인 북한인권 개선을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조금 더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3년 전만 해도 북한인권과 관련해 뭔가 좀 만들어 가보자, 하는 단계였지 않았나. 그러니 이제 그 다음 단계를 내다봐야 한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 수준도 잘 알게 됐고, 정치범수용소의 존재도 알게 됐으니 말이다. 말씀하신대로 북한인권 문제를 지적만 할 게 아니라,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에 초점을 맞춰서 논의가 이뤄질 시점이다.

다행히 이제 막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액션을 취하는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 정부도 지난 6월 자국의 대북제재 리스트에 김정은을 포함시키지 않았나. 이는 아주 획기적인 일이다. 북한 체제 구조상, 탑(지도자)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이 리스트는 6개월마다 업데이트 된다고 한다.

캐나다도 북한인권법 제정에 대해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호주도 그렇고. 유럽에서도, 특히 EU 내에서 벌어지는 해외 노동자 문제를 두고서도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받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라는 직명에서 ‘국제협력’이라는 말이 들어간 이유가 뭐겠나. 북한인권 문제가 더 이상 남북 관계 차원에서만 다뤄질 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차원에서 다뤄지는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본인 역시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실현한다는 측면에서, 국제무대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뜻으로 보고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오랫동안 북한인권 관련 전문가로 활동해온 만큼 11년 만에 발효된 북한인권법에도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28일에는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개소했는데, 어떤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나?

일단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법안의 핵심이기도 하다. 통일부 산하 기관으로 개소했지만, 센터가 여러 기록들을 축적하면 3개월 후부터 데이터가 법무부 산하 기록보존소로 이관된다. 기록보존이라는 건 단순한 기록에 그치는 게 아니다.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특히 통일로 가는 전환기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현 시점에서도 이 같은 기록보존소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북한에게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다. 과거 서독에도 동독 내 인권 침해를 기록하는 ‘잘츠기터 기록보존소’라는 게 있었는데, 동독의 인권 가해자들의 이름이 이 기록보존소에서 거론되기 시작하니 동독서 인권 유린에 앞장서던 이들도 생각을 달리 하기 시작했다. 인권 탄압을 하는 데 있어서 자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도 그런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특히 지난 해 이미 유엔 북한인권현장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되지 않았나. 사무소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한다. 사무소에서도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한 기록을 쌓아가고 있고, 정부는 물론 북한인권정보센터(NKDB)와 같은 민간단체들도 오랜 시간 북한인권을 기록해왔다. 이러한 노력들이 모아지면 상당한 시너지를 내지 않을까 싶다.

-북한인권재단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북한인권재단도 법안의 주요 골자다. 인권재단은 대북인권 정책을 수립하고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전략을 연구하기도 할 것이다. 물론 모두의 관심과 기대 속에 있는 건 무엇보다 대북인권 활동에 대한 지원이다. 국내외에서 북한인권 문제를 다루는 단체가 굉장히 많이 있는데, 이제까지 십 수 년간 이 단체들을 지원해온 곳은 사실 미국에 있다. 전미민주주의기금(NED)이라는 곳이 대표적이다. 덧붙이자면 미국은 이미 2004년에 북한인권법을 통과시켰다. 우리보다 12년 앞선 행보다. 사실 북한인권 침해 상황은 우리 민족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인데,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한 자금 지원을 남의 나라에서 받아온 셈이니 다소 역설적이지 않나. 이제 우리 차례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인권 개선 활동에 지원을 해줘야 하고, 정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온 외국의 북한인권단체들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어떤 사업들에 지원이 이뤄지게 되느냐는 건데, 이 점을 세밀히 다뤄야 할 것이다. 왜냐면 북한인권법은 여야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인권 파트뿐만 아니라 인도지원 파트도 고려해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만 실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이 아니라 오히려 인권 개선과 무관한 사업들에 지원이 이뤄지면 의구심을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인권재단의 운영 의미를 잘 살릴 필요가 있겠다. 아직 이사진 구성이 안 돼 재단 발족도 안 된 상태인데, 인권은 여야가 없고 좌우가 없는 가치이니만큼 하루 빨리 재단이 정치 논리를 탈피해 보편적인 가치를 다루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한편 북한인권법에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보장에 대한 별도의 조항이 없어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 내 정보 유입과 관련한 조항이 누락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북한인권을 활동을 할 때, 사실상 북한 내부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때문에 북한 밖에서나마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이라고 한다면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증진시키는 일일 텐데, 이건 방송법에도 있는 얘기다. 국민들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내용인데, 북한 주민들에게도 당연히 해당되지 않겠나. 그들에게 외부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자유를 줘야 한다.

특히 북한인권이 개선되려면 결국 북한의 변화가 필수인데, 아무리 밖에서 떠들어봤자 그 변화를 만들 수 있나. 그렇다고 전쟁을 할 수는 없지만, 북한 당국을 설득하겠다던 노력도 결국 인권 개선은커녕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돌아왔다. 해답은 북한 내부에서 인권에 대한 갈망과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는 데 있다. 그러려면 진실을 알아야겠지, 북한 주민들이 스스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는 걸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바깥세상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게 만들어야 한다.

-대사님도 여러 차례 대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신 걸로 안다.

그렇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 증진을 위해선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방송이 제일 효과적이라고 본다. 장마당에서도 값싼 중국산 라디오를 구입할 수 있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수신기도 북한에 꽤 퍼져 있지 않나. USB를 유입시키거나 전단지를 살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방송이 정보를 유입시키는 데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 본다. 때문에 설령 북한인권법에 북한의 정보 자유화에 대한 조항이 포함돼 있지 않더라도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본다. 그걸 하지 않고서 어떻게 북한인권을 개선하겠다고 말할 수 있겠나.

우리가 쓰지 않는 중파(AM) 주파수를 활용할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움직여줘야 한다. 또 북한 주민들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데 있어 요건들도 참 많은데, 일정 부분 완화돼야 한다고 본다. 방통위와 국회에서 주로 이런 논의가 이뤄지다보니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증진하는 일이 남북 특수 관계 차원에서 다뤄지게 되는데, 그보다는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논의돼야 한다.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이 3만 명에 달하지만, 제3국을 떠돌아다니며 북송과 인신매매의 위협을 받고 있는 탈북민은 배로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인권법에 제3국 탈북민들에 대한 보호 조항이 없어 논란인데,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제3국 탈북민들에 대한 보호 조항은 법안에 당연히 포함돼야 했다고 본다. 누락됐으니 앞으로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중국을 떠돌아다니는 탈북민들만 수만 명에 달한다. 그 중 70~80%가 여성 탈북민인데, 상당수가 인신매매 표적이 된다. 탈북 여성들의 증언을 통해 통계를 내보면 10명 중 9명은 강간을 포함한 성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이건 너무나 심각한 문제다. 법안에 관련 조항이 없다고 해서 눈감고 있으면, 그건 범죄 행위를 방조하는 것과 같다. 북한인권법이 계속 집행되는 과정에서 중국 내 탈북민들을 비롯해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못한 분들을 도울 방법들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제3국 탈북민들을 보호하려면 아무래도 해당 국가와의 협의도 필요하지 않겠나. 특히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체류하고, 그만큼 북송이 잦은 중국이 움직여줄까.

수만 명의 북한 주민들이 중국에서 고통을 받고 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한중관계, 물론 좋게 끌고 가야한다. 한중 경제 교역 규모가 얼마나 큰지 세상 사람들도 다 알지 않나. 하지만 다른 문제도 아닌 북한인권 문제는 보다 확실히 해야 한다. 중국 내 탈북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재차 언급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북송 멈춰라’ 등의 요구도 해야 할 것이고, 탈북민들을 위해 중국 내에 임시 안전 보호소 등을 마련해 둘 필요도 있다. 우리가 탈북민 이슈에 대해 중국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중국에서 북송 문제가 쉽게 해결될 리가 있겠나. 때문에 계속해서 중국의 협조를 호소하고 국제사회 이슈로 부각시켜야 할 것이다. 여기서는 대중(對中) 외교력이 중요할 텐데, 강제북송과 인신매매의 위협 속에 놓인 탈북민들과 부모를 잃고 버려지는 탈북 고아들을 구출할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그 연장선에서 인신매매 네트워크 자체를 타파할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결국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앞장 서야 한다. 누구에게 앞장서 주기를 바라고만 있겠나.

-최근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이나 외교관 등 고위 간부들의 연쇄 탈북이 두드러지면서 북한의 체제 균열에 대해서도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북한 주민들의 변화상으로 볼 때,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북한에서 핵심 엘리트로 있기 전에는 그 누구도 북한 체제의 안정성을 단정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는 이야기할 수 있겠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가 본인이 그렇게 허망하게 무너지리라고 상상했겠느냐고 말이다. 북한 정권도 마찬가지다. 체제 균열이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혹은 바로 내달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 북한 고위 간부들의 연쇄탈북은 마치 동독 붕괴 전 주민들의 대탈출(Great Exodus)이 일어났던 것과 논리적으로 볼 때 유사하다. 당시 동독 주민들은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살 수 없다면서 이른바 ‘탈독’을 한 건데, 그게 결국 동독 정권에게 어마어마한 압박이 됐고 결과적으로 체제 균열로 이어지게 됐다. 아직까지 북한이 그런 단계는 아닐 수 있지만, 탈북 동기가 변화하고 있다는 데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경제적인 이유, 주로 배가 고파서 탈북하는 일이 많았다면 지금은 그런 것보다는 자유를 갈망하다가 탈북을 감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망명한 태영호 전(前)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상당한 고위급이다. 태영호는 정말 오랜 기간 북한 체제 속에서 핵심 인사로서의 역할을 해왔는데, 더 이상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에 망명을 선택한 게 아닌가. 이 외에도 나름 고위급 인사들의 귀순 사실이 들려오고 있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해 미처 망명까지 고려하진 못하고 있더라도, 북한 체제 속에서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는 엘리트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북한 정권이 올해만 두 차례의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이게 곧 체제 안정성을 과시하는 게 아니겠냐는 분석도 내놓는다.

글쎄, 북한 당국의 행보도 사실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자국 내 홍수가 나서 주민들이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핵실험을 하겠나. 수해로 난리가 난 상황에서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장에서 간부들과 크게 웃는 모습도 북한 매체에 실렸다. 이런 정권이 이 세상에 어디 있나.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그만큼 북한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대량살상무기에 그렇게 집착한다는 건, 정권이 이를 빨리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조바심 또한 크다는 얘기다. 자신들이 뭔가를 잘못하고 있고, 정상적으로 정권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 세력들을 그저 위협 요소로만 보는 것이다. 때문에 핵실험과 북한 주민들에 인권 탄압을 정권 유지 수단의 쌍두마차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식으로 독재가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사가 말해주듯이, 그런 길을 가는 데는 반드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홍수 이야기가 나와서 인도적 지원에 관한 견해도 듣고 싶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지원 요청이 와도 지원하기 어렵다’는 입장까지 내놨는데, 북한인권의 측면에서 봐도 이게 최선이라 할 수 있나.

이번 사태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북한 당국에게 있다. 그런데도 수백만, 수천만 달러를 쓰면서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이번 수해가 난 직후에도 5차 핵실험을 했다. 핵·미사일에는 그렇게 돈을 펑펑 쏟아 부으면서, 정작 자국민들이 입은 피해 복구는 외국에 손을 벌려 해결하려고 하는 모양새 아닌가. 그런 태도 자체가 굉장히 잘못된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지원을 해주면 그게 실제 주민들을 돕는 데 쓰이는 게 아니라 6차, 7차 핵실험을 하는 데 쓰일 위험도 있다. 당장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큰 그림을 놓고 봤을 땐 자칫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꼴이 되는 게 아닌지 고려해야 한다.

지금 국제기구들도 북한의 지원 요청에 상당히 냉랭한 반응이다.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도울 돈을 몽땅 핵·미사일 개발에 쓰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 국경없는의사회도 북한에 들어가 구호 활동을 펼친 적 있는데, 불과 2, 3년 만에 철수하고 나오더라. 관계자를 만나 그런 열악한 환경을 내버려두고 왜 나왔느냐고 물었더니, 자신들이 구호 타깃으로 삼은 주민들은 만나지 못하고 당국이 도와달라고 하는 곳에만 파견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고아들이나 극빈층 주민들에게는 아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탈북민들도 많이 만나 대북지원 문제를 이야기해봤는데, 단 한 명도 인도적 지원이 주민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정권을 유지시켜주기 때문에 주민들로서는 고통만 길어진다는 게 탈북민들의 전언이다. 아기 우유를 보내도 그걸 가루로 만들어서 군용 식량으로 보내는 게 북한 당국이다. 이런 문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그렇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