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월동비용 계산해 보니 ‘8년치 월급’

지난해 11.30 화폐개혁 이후 첫 월동준비를 맞이 하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깊은 한숨이 나오고 있다. 명목상 화폐단위는 100분의 1로 줄었지만, 시장불안으로 인한 물가폭등이 1년 내내 계속되면서 화폐개혁 이전과 별 차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9일 “돈 있는 사람들은 10월말에 이미 겨울 난방준비와 김장을 마무리했지만, 빈곤층 주민들은 지금까지 김장조차 못하고 있다고”고 전해왔다.








▲함경북도 회령시장 물가 ⓒ데일리NK
이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회령시장(8일 기준)에서는 배추는 최고 100원(kg), 무는 60원(kg)에 판매되고 있다. 양념류는 마늘 3,800원(kg), 고추가루 4000원(kg)이다. 화폐개혁 직전(2009.10. 25) 회령시장에서는 배추 200원, 무 150원, 고추가루 7,000원, 마늘 3,000원이었다. 화폐개혁의 효과를 발견하기 어려울 만큼 물가가 상승한 셈이다.


겨울이 되면 부식물을 구할 수 없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장은 반년치 식량과 다름없다. 통상 4인가족 기준으로 배추 500kg, 무 300kg 분량의 김장을 준비해야 겨울을 날 수 있다. 이런 기준으로 김장 비용을 계산하면 배추값 5만원, 무값 1만 8천원, 여기에 마늘·고추가루·소금·파 등을 합치면 10만원에 육박한다.


땔감을 비롯한 난방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석탄의 경우 11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가구당 최소 3t정도가 필요하다. 현재 회령시장에서 석탄가격은 2만원(t) 수준이다. 땔감 나무로만 난방을 할 경우 ‘승리58호’ 화물차(적재량 2.5t) 2대를 가득 채울 정도의 양은 가져야 한다. 가격으로 치면 5~6만원 선이다.


주택 방풍용 비닐은 400원(m)에 팔린다. 북한의 주택들은 출입문 1개와 창문 3개를 갖고 있는 것이 기본인데,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방에는 바람이 심해 두겹으로 비닐을 댄다. 가구당 통상 10m정도는 가져야 한다.


현재 회령시장 물가 기준으로 보면, 주민들의 월동비용은 최소 15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화폐개혁 이후 북한 일반 노동자들의 월급이 1,500원~3,500원과 단순 비교해 보면 ‘억’ 소리가 나올 정도다. 


소식통은 “요즘에는 김장 김치의 고추가루 양만 봐도 그집 형편이 훤히 드러난다”면서 “부자들 김치는 빨갛고 먹음직 하지만, 가난한 사람들 것은 마치 백김치에 고추가루가 몇개 묻은 것 처럼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