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요즘은 ‘리비아’ 소식 없소?”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한국을 ‘리비아’,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들을 ‘리비아에 간 사람’이라는 은어(隱語)가 등장했다고 12일 북한의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북한 소식통은 12일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요즘은 직장이나 인민반 모임에 가면 친한 사람들끼리 노골적으로 ‘요샌 리비아 소식이 좀 없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말하는 ‘리비아’란 원래 ‘돈이 많은 나라’ ‘리비아에 간 사람’은 ‘돈 벌이를 하러 떠난 사람’을 의미한다. 1980년대 북한당국이 외화벌이와 민간외교를 목적으로 일부 기술자들과 건설노동자들을 리비아에 파견한 것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이런 은어가 최근에는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를 지칭하는 은어로 바뀌게 된 것이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중국에 가봐야 살기 힘드니, 이왕 도강을 했으면 한국까지 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한국에 가자면 전문 안내인을 만나야 하고 그들에게 중국 돈 1만 위안(한화 2백만원)을 줘야 한다는 것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몽골이나 베트남 국경을 넘어야 하고 한국에 도착하면 한국 정부가 인민폐 20만 위안의 돈과 집을 내준다는 소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지금은 대체로 남한에 정착한 가족이 보내주는 돈이 있어야만 월경이 가능하다”며 “요즘 두만강 국경경비대원들이 월경자 1명을 건네줄 때 적게는 2백 달러에서 많게는 5백, 7백 달러까지 부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렇게 가족들의 소식을 전달해주고 돈을 건내 주는 사람들을 (북한 당국은) ‘인신매매’라고 부른다”며 “북한에서 인신매매 죄로 총살되거나 교화소에 보내지는 사람들은 모두 이런 혐의를 받는다”고 부연했다.

한편, 소식통은 최근 북중 국경의 탈북 상황에 대해 “중국에 나갔다가 붙잡혀온 월경자들이 감옥에서 나와 중국에서 겪은 일을 퍼뜨리면서 이제는 중국에 가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 한해 회령세관을 통해 붙잡혀 온 월경자들의 총 숫자가 60명 규모”라며 “특히 중국 올림픽이 열리던 기간에는 아예 붙잡혀 온 사람이 없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재작년 여름 회령세관에서는 한주에 수 십 명씩 붙잡혀 온 경우도 있었다”며 “예전에는 월경자들이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뛰었지만 지금은 보호해줄 사람이 없는 이상 절대로 건너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을 맞아 중국 공안당국이 탈북자에 대한 색출 및 송환 조치를 강화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정작 붙잡혀 오는 사람이 이렇게 적은 걸 보면 도강하는 사람도 그만큼 없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소식통은 “가족 중에 실종자가 있는데, 먹고 사는 모양이 괜찮으면 그건 100% 한국에 간 사람의 가족”이라며 “사람들은 ‘우리 집에도 리비아(한국)에 간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