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열대야 대비책은?…”야외취침 최고”


▲함경북도 무산군 두만강변에서 한 학생이 물을 끼얹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데일리NK 자료사진

연일 기록적인 폭염으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7일 서울 기온이 35도를 기록 12일째 폭염이 이어지며 최장 열대야 기록까지 갱신되고 있다. 북한도 예외는 아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이달 1일부터 서해안지방의 낮 최고기온이 평년보다 2~5도 가량 높은 32~34도를 기록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번 더위는 1994년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그해 7월 김일성이 사망했고, 이어 북한 건국이래 최고로 회자되는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사람들의 몸과 마음 모두가 파김치가 됐었다. 18년만에 찾아온 폭염,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 데일리NK가 국내입국 탈북자들의 설명을 모아 북한주민들의 여름나기 풍경을 소개한다.
 
◆더울 땐 ‘통풍’이 최고, 열대야 피해 ‘야외취침’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김 모씨는 북한에서 더위 탈출의 첫번째 방법은 ‘통풍’이라고 꼽는다. 창문이든 현관문이든 문이란 문은 모두 열어서 통풍을 시키는 게 최선이라는 것이다. 

북한에는 에어컨은 고사하고 선풍기가 있는 집도 드물다. 선풍기가 있다 해도 가정용 전력공급이 불안정해서 무용지물인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12V 자동차 배터리를 갖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지만 선풍기를 돌릴 만한 전압에는 못미친다. 부채다운 부채가 있는 것도 아니다. 큰 나뭇잎이나 종이, 책받침 등을 부채 대용으로 사용한다.

도시 주민들은 열대야를 피하기 위해 도로 옆 잔디밭 등에 모기장을 치고 ‘야외취침’에 도전하기도 한다. 요즘에는 중국산 모기장이 주민들 사이에 인기다. 두 사람이 들어갈만한 크기의 모기장이 북한돈 3만~5만원 정도에 팔린다. 평양, 평성, 원산, 남포 등 대도시에서는 ‘야외취침’에 몰리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심야 유동인구를 검열하는 규찰대들도 야외취침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지 않는다.

농촌 하천은 지역 주민들에게 축복이다. 강에 나가 몸을 담그는 것은 북한에서 최고의 피서방법이다. 물론 시내 하천은 오폐수에 그대로 노출돼 물놀이는 어렵지만, 도심 외곽  농촌지역은 그런데로 깨끗한 강물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끼리 물놀이를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특징이 있다. 보통 직장 동료들끼리 당일치기로 물놀이에 나선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물놀이조차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에게는 부러운 팔자로 비쳐진다.

인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 최 모씨는 “북한에는 ‘보는 사람이 창피하다’는 말이 있다”면서 “아이들은 물론이고 성인 남자들도 강가에서 나체로 수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른 사람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수도가 부족한 농촌에서는 여성들은 해질 무렵에야 강에 나와 몸을 씻는다. 물론 옷을 입은채로 목욕을 한다. 가끔씩 대담한(?) 아줌마들도 있다.

서울 송파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여성 박 모씨는 “여자들도 사람인데 무더위에 씻지 않고 버틸 수 있겠냐”면서 “처녀 때는 집안에서도 목욕하는게 부끄러웠는데 나이를 먹고, 환경이 어려워지니 마흔살 넘어서는 압록강에 나가 그냥 훌러덩 벗고 (목욕)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여름철 대표 음식 ‘강냉이 국수와 까까오’

냉면과 옥수수 국수는 북한 주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름철 음식이다. 하지만 삼복 더위에 냉(冷)한 면(麵)을 먹는 것은 평양, 평성, 남포 등 대도시 식당에서나 가능하다.

북한에선 냉동기(냉장고)를 가진 집이라 해도 전력문제 때문에 얼음을 구하기 힘들다. 차가운 샘물이 있는 지역에서는 냉수에 옥수수 면을 넣어 먹는다. 북한 주민들은 꼭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하루에 한 끼 정도는 국수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많다.

북한 주민들이 ‘까까오’로 부르는 아이스크림은 대표적인 여름 아이콘이다. 무더위와 갈증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값이 싸서 배를 채우는데도 그만이다. 공장에서 만든 비교적 질 좋은 까까오도 있지만, 주민들은 보통 개인이 만든 가격이 싼 까까오를 사먹는다.

물에 밀가루, 사카린 등을 혼합해 얼려 만든다. 특별한 맛은 없고, 그냥 달고 차가운 정도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불량식품’을 사먹을 경우 대장염에 걸리는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여름철 보양식하면 개장국(보신탕)이 으뜸이나, 가격 때문에 서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 식당에서는 최소한 한 그릇에 6천원이 넘는다. 노동자들의 한달치 월급이 훌쩍 넘는 금액이다. 

시장에서 개고기 값은 통상 돼지고기 보다 5~10%정도 싸다. 요즘 시세는 1kg에 북한 돈 6천원이 조금 안된다. 동대문에 거주하는 탈북자 고 모씨는 “나는 인민군 장교출신인데도 개장국은 어쩌다 한 번씩 먹을 수 있었다”며 “돈 있는 사람이 아니고선 먹기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교적 여유가 있는 간부들이라고 해도 주민들의 무기명 신소(고발)나 생활총화 때 문제제기를 두려워해 드러내 놓고 보양식을 먹지는 않는다. 주민들은 이런 간부들의 행태를 “손님이 오면 옥수수 밥 먹고, 제 식구끼리는 돼지고기 먹는다”고 꼬집는다.

◆북한의 여름휴가? “가족여행은 꿈”

북한에는 휴가철이란 게 따로 없다. 노동법에 따라 한 해 14일의 유급휴가를 받을 수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못하고, 사용한다 해도 집안일이나 가족 경조사, 돈벌이 등에 사용한다. 정식휴가라고 할 수 있는 건 여성들의 산전·후 휴가가 전부다.

노원에 거주하는 탈북자 송 모씨는 “북한에서 가족여행은 꿈꿔보지도 못한, 그야 말로 ‘꿈’ 그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서는 물론이고 한국 하나원에 와서도 가족여행을 가봤다는 북한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족끼리 타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는 부모님 환갑, 형제 결혼식 등 집안 경조사일 뿐이고, 그 마저도 도(道)와 도(道)를 넘는데는 제약이 많다.

타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선 기차표, 신분증 외에도 여행증명서가 있어야 하는데 증명서를 발급받는 게 여간 까다롭지 않다. 장거리 여행을 위한 이동수단도 기차 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는데 전력난으로 자주 다니지 않으니 기차표를 구하기도 어렵다.

송 씨는 “역전에서 매일 정해진 표만 판매하는데, 철도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지 않으면 표를 얻기 힘들다”면서 “형편이 이러니 가족들을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엄두 자체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 어린이들이 더위를 피해 압록강에 나와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데일리NK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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