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여섯 계층으로 분화되고 있다는데…

수년전 북한을 탈출해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자를 만났다. 그는 지금도 북한을 오가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듯 했다.

그가 들려주는 최근 북한의 변화는 흥미롭고 생생했다. 과거 수백만이 굶어죽는 상태도 아니고, 개혁개방의 태풍이 부는 것도 아니지만 장마당 등 개인경제 확산이 가져오는 주목할만한 변화가 진행중이었다.

필자는 90년대 중반 대량아사사태 이후 북한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의 답변 중에 내 귀를 사로잡은 것이 있었다. 북한 사회의 계층구조의 재편이었다. 그에 따르면, 북한 사회에는 현재 여섯 개의 계층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최고위 권력계층이다. 김정일의 통치자금, 한국에서 들어오는 각종 지원, 그리고 주민들에 대한 착취로 먹고 사는 계층이다.

두 번째는 외화벌이 분야에 종사하는 권력 계층이다. 외화벌이사업으로 번 돈의 일부는 김정일 정권에 바치고, 나머지로 부를 축적하며 살아간다.

세 번째는 장마당과 대중국 거래로 돈을 모은 이른바 ‘돈주’ 계층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마피아처럼 ‘폭력’과 ‘돈’을 이용해 장마당을 비롯한 각 지역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다고 한다.

네 번째는 배급으로 먹고 사는 계층이다. 중상층에 해당하는 이들은 전체 주민의 약 20~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섯 번째는 개인토지와 장마당 거래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는 서민계층이다. 전체 주민의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자신의 노동력으로 그날그날 먹고 살고 있다고 한다.

마지막은 노동능력이 없거나 취약한 노인, 장애인, 꽃제비, 도시 유량자, 질병환자 등의 최하위 계층이다.

가장 눈에 띄는 계층은 다섯 번째 계층이다. 그들은 김정일 정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 스스로 먹고 살기 시작한 계층이며, 그 규모도 60% 이상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이제 우리 정부도 이른바, 서민 계층의 성격과 규모에 유념해 대북정책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북한 정권에 대한 직접 지원이나 차관은 줄이고, 북한 주민과의 직간접 상업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말이다. 점진적으로 김정일 정권의 정치적 입지는 약화시키면서 스스로의 노력으로 먹고 사는 서민 계층의 지위를 높여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사회가 시장경제로 가는 주요 기반이 될 수 있다.

두 번째 눈에 띄는 것은 최하위 취약 계층이다.

이 계층에 속하는 약 10% 정도의 사람들은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대상이다.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는 이들에 대한 지원을 꾸준히 계속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의 소식통에 따르면 병원과 교화소, 꽃제비 집결소 등에 수용되어 있는 사람들 가운데,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숫자가 꽤 있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 탈북자는 한국 정부가 지원한 쌀이 북한의 항구에 도착하면, 북한 당국이나 기관이 그 즉시 돈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와 비슷한 북한 주민의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항구에서 판매되는 쌀은 주로 외화가 있어야 살 수 있다고 한다. 외화를 주고 쌀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부를 축적한 일부 관료들과 ‘돈주’들이라고 한다. 부패관료들과 돈주들은 이 쌀을 장마당에 넘기고, 막대한 차액을 챙긴다고 한다.

외부에서 공급하는 인도적 지원이 지원을 받아야할 취약계층들에게 미처 전달되기 전에 부패관료와 돈주들의 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실제한다면 정부의 인도적 쌀 지원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다고 볼 수있다.

이에 대한 대책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북한의 취약 계층에게 쌀과 의약품을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민관공동으로 인도적 지원단을 구성해 그들이 직접 북한에 들어가 인도적 지원활동을 펼쳐야 한다.

두번째는 첫번째 방법이 실행되기 어려울 때 써야할 방법이다. 북한적십자사가 북한의 인도적 지원 업무를 총괄하게 하고, 남한의 대규모 인도적지원활동감시단이 북한 적십자사 활동을 감시해 분배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다. 만약 이것도 어렵다면 우리 정부이 형식적 모니터링보다 훨씬 앞서 있는 국제사회를 통한 지원으로 창구를 단일화 시킬 필요가 있다.

정부는 포용정책이 독재정권만을 위한 정책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인도적 지원의 본래 기능을 시급히 회복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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