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여름나기 백태…’한여름 콩나물 버스 공포’

▲ 북한 묘향산 수영장 ⓒ연합

조선의 8월은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2006년 평양은 30~32℃의 지독한 무더위가 장기간 지속되었다. 도시 건설사업이 가장 잘 되어 있다는 평양시조차 따가운 햇볕을 피해 숨을 만한 그늘을 찾기가 쉽지 않다.

8월은 학생들의 여름방학 기간이다. 소학교 학생들은 9월 한 달 동안, 중학교 학생들은 8월 15일부터 8월 말까지 보름동안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대학은 방학 기간이 서로 다르다. 평양의 일부 대학과 지방대학들은 보름간 여름방학을 하기도 하지만 10일짜리 여름방학을 보내는 대학도 있다.

여름방학 때도 조직생활은 계속된다. 지방출신 학생들은 자기고향에 있는 대학이나 전문학교에 임시조직생활 파견장을 가지고 가서 생활총화, 강연회, 김정일장군님 따라배우는 학습회 등에 참여하여 확인도장을 받아야 한다.

또한 고향의 농장, 공장기업소, 탄광 등을 찾아 사회정치활동과 ‘좋은 일 하기’를 진행해 그 결과를 해당 기관 청년동맹비서에게 평가서를 받아와야 한다. 일종의 방학숙제인 셈이다.

방학 중에도 대학생은 조직생활

원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조선의 대학생들의 경우 여름방학이라고 해봐야 집에서 놀 수 있는 날은 하루, 이틀 정도다. 그나마 지방출신 대학생의 경우 교통사정으로 열차에서 며칠씩 보내고 나면 방학기간 고향에 다녀오는 것조차 힘에 부치다.

그래서 평양의 대학에서는 함경북도나 강원도 농촌 출신 학생들이 여름방학에는 집에 가지 않고 그냥 기숙사에 남는 경우가 많다. 이들 역시 대학에서 자가생(自家生)들과 함께 조직생활을 해야 한다.

평양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규찰대 활동을 활발히 전개한다. 무더위 속에서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을 단속하는 것이 헐치 않은 일이지만, 사람들의 옷차림, 머리모양, 초상휘장 등을 일일이 단속하고 보고하는 일에 소홀하면 ‘처벌근무’가 추가된다.

규찰대 활동을 하는 남학생들은 흰셔츠에 대학생 넥타이를 메고 구두를 신어야 하며, 여학생들은 반드시 대학생 치마저고리를 입어야 한다. 규찰대의 단속대상은 몸에 딱 달라붙은 상의나 일자바지를 입은 여성, 머리모양이 특이한 여성, 십자모양의 목걸이를 착용한 여성 등이다.

평양시의 더위는 조선에서도 유명하다. 전기사정 때문에 냉동기나 선풍기를 갖춘 집이라 해도 더위를 참을 길이 없는데 구식 선풍기도 갖추지 못한 일반 백성들은 여름철 고역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오물 덩어리 평양 수영장은 기피 대상

어린 학생들의 경우 무더위를 피해 대동강 물에 뛰어들어 노는데 해마다 익사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평양에는 변변한 수영장이나 물놀이장이 없다. 창광원, 문수원 등에 물놀이장이 있지만 입장표를 사기도 힘들고, 위치도 멀기 때문에 일반주민들은 그곳까지 갈 엄두를 못 낸다.

평양의 대표적인 수영장은 대동강에 위치한 ‘반월도수영장’이다. 여름이 되면 이 수영장에 사람이 넘쳐난다. 평양시내 모든 대학들의 수영수업이 이곳에서 진행되기도 한다. 하지만 수영장의 시설 조건은 최악이라고 할 만 하다.

평양시내에 하나밖에 없는 수영장이지만 못(pool)이 4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한 개 못의 크기가 100㎡가 되나마나 하다. 또한 못에 차있는 물도 시퍼렇게 보이기도 하고 시뻘겋게 보이기도 하는 흙물이다. 수영복을 입고 10분만 있다가 나와도 온 몸에 온갖 오물과 흙찌꺼기들이 뒤덮인다.

하지만 그 흙물에서 나와도 몸을 씻을 곳이 없다. 결국 준비해가지고 간 타월로 몸을 닦아내고 그냥 집에 갈 수 밖에 없다. 몸의 찌꺼기들을 수건으로 닦아내도 젖은 머리가 문제다. 흙물에 젖은 머리를 대충 말려서 집에 돌아가야 하는데 악취가 심하다.

수영장에서는 수영복을 빌려주기도 한다. 현금을 내고도 시계처럼 귀중품을 담보로 맡겨야 한다. 그런데 빌린 수영복이라는 것이 낡은 것은 둘째 치고 제대로 세탁이 되지 않아 더럽고 한심하다.

물장사 얼음장사가 최고

때문에 수영 수업 때문에 억지로 수영장을 찾은 대학생들 중에는 물속에 들어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체육교원에게 담배를 찔러주고 학생들의 가방을 지켜주는 역할을 자청해 더러운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것을 피할 수도 있다.

함흥, 원산, 남포 사람들은 바다에 가서 해수욕을 한다. 하지만 해수욕장도 물이 너무 귀해서 샤워할 물은 가져가야한다. 세수할 물조차 구할 수 없으니 바닷물에 세수를 하는데 비누거품이 전혀 일지 않고 미끈거리기만 한다.

평양시민들에게 한 여름에 제일 견디기 힘든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한결같이 버스나 궤도전차 타기라고 말한다. 전기사정, 설비사정 때문에 일반백성들의 교통수단이 부족하니 버스나 궤도전차는 항상 콩나물시루처럼 만원이다.

한 점의 바람조차 통하지 않는 곳에 서로가 몸을 맞대고 서 있노라면 순식간에 온몸이 물주머니가 된다. 그나마 지하철도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만원 버스의 고역은 없다.

8월 평양에서 활기를 띠는 것이 물장사, 얼음장사다. 조선에서는 얼음과자를 ‘까까오’라고 통칭해서 부른다. 지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까까오라고 하면 역시 평양의 까까오가 최상이다.

까까오 먹다 대장염 발생 태반

조선에서는 여러 공장 기업소들에서 까까오를 만들어 비닐포장까지 해서 판매한다. 비닐포장지에는 제법 공장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다. 이런 포장 까까오는 조선 돈 150원짜리부터 200원, 300원, 500원까지 다양하다. 공장에서 생산된 까까오는 맛도 좋고 먹고나서 배탈이 날 확률도 적다. 하지만 너무 달고 쉽게 녹아 흘러서 충분히 갈증을 달랠 수가 없다. 갈증을 달래려면 개인들이 만든 50원짜리나 100원짜리 까까오를 사먹어야 한다.

아무리 밀가루, 우유, 사탕가루를 넣고 만들었다고 선전하더라도 실제로 100원 이하의 제품은 사카린으로 만든 것이므로 깨물 때는 시원하지만 뒷맛이 몹시 쓰다. 또한 위생상 불결하기 때문에 대장염에 걸릴 것을 각오해야 한다. 그냥 맹물에 사카린을 넣어 얼린 까까오는 50원, 맹물만 얼린 것은 30원씩 팔린다.

평양의 까까오 맛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지방에서 파는 까까오는 30원, 50원, 100원, 200원짜리가 있는데 다 개인들이 만들어 파는 것이라 가끔 콩껍데기가 씹히기도 하고, 파리나 머리카락을 삼킬 수도 있다. 이런 까까오는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면 강물을 퍼다가 만든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래도 한 여름 갈증에 시달리다보면 이런 까까오라도 사 먹게 된다.

얼음장사 못지 않게 물장사 역시 굉장하다. 평양시에는 거리마다 가내반이나 기업소 명칭을 걸어놓고 얼음물을 판다. ‘귤단물’, ‘포도단물’이라고 파는데 맹물에 중국에서 넘어온 오렌지 쥬스 등을 풀어서 파는 것이다. 빛깔을 살리기 위해 색소를 넣기도 한다. 한 컵에 50원, 100원씩 팔린다.

손님들이 마시고 난 컵은 세숫대야에 담아 놓은 물에 대충 헹구어 다시 사용하는데 하루종일 한 세숫대야의 물에 담갔다 꺼냈다를 반복한다. 그리고 청소를 하던 손으로 얼음을 정수기에 집어넣기도 한다. 그것을 뻔히 보면서도 갈증을 풀려면 어쩔 수 없이 사서 마셔야 한다.

말려죽이는 여름이 더 싫어

얼음물 값이 비싼 것은 얼음 값이 비싸기 때문이다. 냉동기를 갖고 있는 집은 얼마 없고 장사를 하는 사람은 많으니 얼음 값이 당연히 비싸다. 평양시에서도 양동이에 얼음덩이를 띄운 맹물을 길에 가지고 나와 한 컵에 20원씩 파는 사람들이 많다.

평양시에서는 요구르트와 콩산유(豆乳)를 팔기도 하는데 한컵에 100원, 200원씩 한다. 그런데 이 콩산유를 사먹고 식중독에 걸려 죽는 사람도 많았다. 한 여름에 성행하는 돌림병으로 말라리아 못지않게 식중독도 많다.

때문에 어쩌다 고기 1~2kg가 생겨도 냉동기 있는 집에 맡기고 그 값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극동기나 냉동기가 있는 집에서는 한여름에 그 덕을 톡톡히 보게 된다.

음료수로는 위생실 변기에 나오는 물도 없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한여름에 김일성 광장이나 주체사상탑 공원에서 행사훈련을 하는 사람들은 대충 위생실에서 나오는 물을 음료수로 마신다.

그래서 평양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사람 말려 죽이는 여름보다는 차디찬 겨울이 백배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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