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식량 자생력 확보 위해 신뢰 프로세스 필요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및 삶의 질 개선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분야로서 농업 및 식량생산 분야의 개발협력이다. 향후 남북 농업협력은 이 부분을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 따라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시작되는 단계에서부터 확대․정착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남북농업협력은 주요한 과제의 하나로 추진돼야 한다.

그리고 남북 농업협력의 추진과정은 신뢰프로세스의 진전 과정에 부합하도록 단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남북 농업협력의 목표와 방향도 단계별로 구체화하여 설정할 필요가 있다. 신뢰프로세스의 추진과정은 신뢰가 형성되는 단계, 신뢰가 확대되는 단계, 신뢰가 정착되는 단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신뢰형성기는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는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남북관계가 현재와 같은 장기 대립국면에서 탈피하여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국면으로 전환되는 시기다. 이 단계에서는 남북 농업협력의 단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신뢰프로세스의 주요 과제의 하나인 북한 주민의 인도적 문제 해결 및 삶의 질 개선을 고려할 때 남북 농업협력의 단기 목표는 북한 식량문제의 해결을 지원하는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신뢰확대기는 신뢰형성기를 거치면서 마련된 초보적인 수준의 신뢰를 확대시켜 나가는 단계다. 남북관계의 개선이 일시적인 상황에 머무르지 않고, 안정화의 수준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단계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는 남북 농업협력의 중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단기 목표가 북한 식량문제의 해결을 지원하는 수준의 제한적인 개발협력이라면, 중기 목표는 북한 식량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북한 농업 및 식량생산의 자생력을 확보하는 수준으로 진전시키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셋째, 신뢰정착기는 신뢰가 형성되고 확대된 것을 정착시키는 단계다. 남북관계가 일시적이고 우발적인 상황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간에 안정적으로 지속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이 단계에서는 남북 농업협력의 장기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중기까지는 북한 농업의 자생력 확보가 목표였다면 장기적으로는 농업의 각 분야별로 통합을 점차적으로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이상에서 서술한 신뢰프로세스의 진전에 따른 남북농업협력의 발전단계에 부합하는 농업개발협력의 기조와 중점과제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가지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한정된 재원의 투입으로 농업개발협력의 성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접근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북한 농업개발협력에 투입할 수 있는 남한의 재원은 제한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정된 재원으로 농업개발협력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협력의 과제를 집중시키는 접근방법이 효과적이다.

농업 자체가 농기계, 비료, 농약 등과 같은 다양한 영농자재와 파종에서 수확까지 단계별로 다양한 농업 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생산이 이루어지는 산업이기 때문에 농업의 각 부문별, 분야별 개발협력을 분산하여 시행하는 것 보다는 집중하여 시행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리고 각 부문별, 분야별 다양한 농업개발협력을 집중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점이 필요하다.

그 다음으로, 농업개발협력의 규모와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시키는 접근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농업개발협력의 대상이 되는 농업 시설 및 장비, 농업기술 등은 소규모에서 대규모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범용의 낮은 수준에서부터 전문적인 높은 수준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소규모의 시설 및 장비에 대한 운영능력을 갖추어야 점차적으로 시설 및 장비의 규모를 확대하더라도 제대로 운용할 수 있다.

낮은 수준의 범용기술을 습득해야 높은 수준의 전문기술도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적용할 수 있다. 따라서 농업개발협력의 규모는 소규모에서 출발하여 단계적으로 규모를 확대하는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며, 농업기술의 수준도 범용기술의 이전 이후에 점차적으로 높은 수준의 전문기술을 이전하는 접근방법이 바람직하다. 물론 농업개발협력의 규모와 수준에 따라 투입되는 예산규모도 단계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일정한 거점지역에 농업개발협력을 집중시키는 접근방법과 농업개발협력의 규모와 수준을 단계적으로 확대시키는 접근방법을 모두 고려할 때 농업개발협력의 단계별 기조와 중점과제를 다음과 같이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협동농장 단위의 농업개발협력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다양한 분야로 구성되는 복합적인 농업개발협력을 시행할 수 있는 북한의 최소단위는 협동농장이기 때문이다.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식량작물을 비롯하여, 채소, 과수, 축산 등의 생산성을 증가시키고 농업기술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농기계 및 농업용수 등과 같은 생산기반을 복구하는 프로그램도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시범적 성격이기는 하지만 상업적 교류협력에 필요한 농업기술 이전 및 전문 인력 교육 프로그램도 시행할 수 있다. 이미 과거에 협동농장을 대상으로 하는 농업개발협력의 경험과 지식도 충분하게 갖추고 있기 때문에 농업개발협력의 첫 번째 단계로 협동농장 단위 농업개발협력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

둘째, 중기적으로는 시군단위 거점지역 농업개발협력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협동농장 단위 농업개발협력에서 규모와 범위를 시군단위 거점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북한의 시군단위 농업생산은 일반적으로 협동농장 체제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농업개발협력의 범위를 시군단위로 확대하더라도 사업의 규모는 확대되지만 분야별 농업개발협력의 프로그램은 유사하게 시행할 수 있다.

다만 협동농장 단위에서는 운영할 수 있는 중규모의 수리관개시설 등과 같은 생산기반 정비 분야가 매우 중요한 신규 프로그램으로 추가되어야 할 것이며, 지원성 개발협력이 아닌 상업적 투자협력 프로그램도 시범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비록 제한적인 수준이기는 하지만 북한 고성군을 대상으로 하는 금강산지역 공동영농사업과 같이 시군단위 농업개발협력의 시범사례도 있다.

셋째, 장기적으로는 광역단위 농업(협력)지구 농업개발협력 단계를 설정할 수 있다. 중단기 농업개발협력이 북한 농업의 자생력을 복구하여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진행되었다면 장기적으로는 남북 농업의 분야별 통합체계를 구축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종자, 농약, 농기계, 비료 등 영농자재 산업분야의 투자협력단지를 조성하며, 종자개발, 종축개량, 질병 및 병해충 방제 등과 같은 분야의 R&D 투자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투자협력에 필수적인 농업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시군단위에서 시행하기 어려운 대규모 수리관개시설 등과 같은 생산기반 정비 분야의 개발협력도 필수적이다. 아직까지 광역단위 농업(협력)지구 농업개발협력의 선행사례는 없지만 과거 농업특구 혹은 농업협력특별지구 등과 같은 유사한 농업개발협력 구상이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다. 그리고 2013년과 2014년에 5개의 경제특구와 19개의 경제개발구 등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경제개발구를 농업개발협력을 위한 거점으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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