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시무식? 답- “장군님 감사합니다!”

▲ 새해 ‘충성의 선서’를 올리는 주민들

새해가 또 시작됐다. 과연 올해에는 북한주민들이 한번 소리 내어 웃어볼 일이 생길까?

별 변화도 발전도 없는 북한에서 주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새해를 시작한다.

설 명절은 1.1~1.2일까지 이틀 동안 휴식한다. 이틀 동안 쉬는 명절은 김일성, 김정일 생일과 설 명절밖에 없다. 연휴가 끝나면 1월 3일 공장에 모여 ‘충성의 선서’를 한다. ‘충성의 선서’는 큰 국가적 명절 뒤에 진행하는 정치행사다. 여기에 빠지거나 지각하는 사람은 1년 동안 보고서와 비판서에 오르기 때문에 누구나 참가한다.

선서는 명절을 마련해준 김정일의 고마움을 마음에 새기고, 충성심을 간직시키기 위한 것이다.

‘충성의 선서’는 당비서가 진행한다. 직원들 앞에 나와 빨간 뚜껑으로 된 선서책을 펼쳐 들고 “우리 당과 우리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장군님께 새해 2006년을 맞으며 평양시 00공장 전체 일꾼들이 드리는 충성의 선서모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서두를 뗀다.

당비서가 한 줄 읽으면 종업원들도 한 줄씩 따라 읽는다. 선서문은 10개 조항으로 되어있다. 이 조항은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원칙’을 인민들이 철칙으로 삼도록 맹세화한 10대원칙의 재판(再版)이다.

새해 ‘첫 전투’, 퇴비생산

‘충성의 선서’가 끝나면 ‘충성의 새해전투’에 돌입한다. 북한에서는 생산, 사회활동을 ‘전투’로 부른다. ‘모내기전투’ ‘가을전투’ ‘70일 전투’와 같이 생산과 사회활동을 모두 ‘전투’로 표현한다.

전투기간에는 할 일이 없어도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일이 많지 않아도 뛰어 다녀야 한다. 북한에 있을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주민들이 편안하면 딴 생각을 할까봐 당국에서 괜히 들볶아 놓는 것이다.

방직, 식료 등 생산공장들은 3일 새벽 0시부터 전투에 돌입한다. 노동자들과 공장일꾼들은 밤 12시에 출근해 아침까지 일하고 선서에 참가한다.

지금 생산공장이 대부분 멈춰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특별히 할 일이 없다. 다만 공장에 나가 선서만 참가하고 퇴비생산에 동원된다. 올해 공동사설에서도 경제건설의 주공전선은 ‘농사’라고 못박았다.

당에서는 ‘농업제일주의’를 매일 떠들며 퇴비생산에 전체 인민들을 동원한다. 한 사람당 퇴비계획은 1톤~2톤. 아침시간마다 퇴비수레를 끌고 출근하는 노동자들로 길을 메운다.

퇴비생산 실적에 따라 쌀표를 주기 때문에 온 가족이 동원된다. 날이 밝기도 전에 공동변소의 인분을 서로 푸겠다고 싸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인분이 없어 연탄재에 물을 뿌려 얼구어 가지고 나가던 생각이 난다.

한해 농사짓고, 다음해에 또 농사 지을 걱정에 주름을 펼 수 없는 주민들이다.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먹고 사는 농업국으로 후퇴해 버렸다.

주민들의 얼굴에 실낱 같은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힘들고 어려운 한 해가 시작되는 새해벽두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