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세계관 바꾸는 ‘新포용정책’ 필요”

과거 보수, 진보 정권의 대북정책으로 포용정책과 압력정책이 각각 구사됐지만 그 어떤 정책도 성공하지 못한 것은 북한체제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북한사회의 변화를 위해서는 북한 특권계층이 아닌 일반 주민을 향한 교류 협력 사업을 확대하는 새로운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12일 현대경제연구원과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한 ‘한반도 평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 2009년 남북관계 정책세미나에서 “남한의 진보파는 북한정권이 (조건이 마련되면) 중국식, 베트남식 시장개혁을 시작할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북한사회가 개혁할 수 없는 이유는 개혁 자체가 북한 정권의 정당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의 경우와 달리 북한의 개혁은 개방을 동반해 남한의 풍요와 자유에 대한 지식의 확산이 불가피해 이는 북한 지배 계층들이 선택할 가능성은 없다는 것.


란코프 교수는 또 대북제재가 성공할 수 없는 이유는 북한 체제 붕괴를 원하지 않는 중국의 경제지원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외부압력은 지배 계층의 생활수준을 약화시키는 것보다 일반 국민들의 생활을 더 어렵게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란코프 교수는 남한의 보수세력이 대북제재와 압력이 성공할 것이라는 희망을 1980년대 초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소련에 압박을 통해 정권을 붕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에 근거를 찾고있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소련의 개혁개방을 주도했던 야코블레프 전 소련공산당 정치국원은 레이건의 강경정책이 소련붕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냐는 질문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소련 붕괴의 원인은 소련 경제의 무능력과 어려운 소비생활이었고, 국민들이 그들의 생활 수준이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사회주의 체제를 반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문제 해결책으로 북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의 변화가 유일한 방법”이라며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북한사람들이 자기 나라의 낙후성과 김정일식 국가 사회주의 비효율성을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란코프 교수는 “교류를 통해 고립생활을 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대안을 보여줘야 하고 동시에 방송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북한정권이 허락하지 않는 지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자로 나선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느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로 분명치 않다”면서 “워싱턴의 분위기는 북핵해결보다는 관리형태로 가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고 중국도 비핵화, 평화적 해결 원칙만 얘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그러면서 “‘그랜드바겐’은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의 마지막 기회라는 판단에 따른 대안”이라며 “지금단계부터 무엇을 줄 것인가에 대해 논의는 이른 단계로서 한국이 제안해 만들어진 판(그랜드 바겐)에 미국, 일본, 중국의 의견을 담아 공통의 안을 갖고 일괄타결하자고 제안되면 된다”며 한국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서해도발이 북한의 유화적 조치 등을 이끄는 북한의 온건파에 반대하는 군부 강경파의 행동이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 “북한내 강온파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후 “북한은 중요한 회담을 앞두고 모험적 행동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시기인 로버트 갈루치 국무부 차관보의 북한 방문 3일전 일본 노도반도에 노동미사일을 발사했고, 부시 행정부 캠벨 차관보의 방북 직전에도 1차 연평해전을 일으켰던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북한의 이번 시해교전도 미북대화를 앞두고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북한의 전술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윤 교수는 북한의 3차 남북정상회담 제안도 북한의 남한정부를 흔들기 위한 전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윤 교수는 “북한은 남한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예외없이 1~2년 대화를 중단해 왔다”면서 “김대중 정부에서도 2년 동안 상대하지 않다가 정상회담 카드를 보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대북식량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선진국들이 제3세계 국가들에 엄청난 규모에 개발원조로 투입됐음에도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예를 들어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대북지원의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지난 몇 년 사이 약 70억 달러의 대북식량지원금으로 지원됐음에도 북한경제에 어떤 도움이 됐는지 알 길이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