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목숨 건 해상탈북이 상기시킨 南 의무






▲일본 해경이 13일 이시키와현 노도 반도 인근에서 구조한 북한 어선. ⓒ연합
이달 8일 새벽 청진 인근 바닷가. 새벽 어둠을 틈타 가족 9명이 소형 목선에 올라탔다. 아홉 식구가 몸을 포개고 이불을 덮어 바닷바람을 막아본다. 이 배에는 GPS(위성항법시스템)는 커녕 구명조끼도 없다. 목표는 동남쪽으로 770km 떨어진 일본 열도. 마음 같아서는 남쪽으로 직진해 동해 NLL을 넘고 싶지만 북한 해군의 경비가 삼엄해 우회로를 택했다. 


소음 때문에 해변에서 멀어지기까지는 노를 이용하고 그 다음부터는 모터를 이용해 최대한 북한 영토에서 멀어지려고 했다. 그 다음은 일본 영토로 향하는 해류에 배가 떠밀려 가기를 바랄 뿐이다. 연료가 떨어지면? 파도에 휩쓸려 배가 좌초한다면? 나머지는 운명에 맡길 뿐이다. 


남한행에 대한 간절한 바람으로 목선에 운명을 맡긴 이들은 이러한 불안을 애써 누르며 사선을 넘지 않았을까?


13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은 일본 이시카와(石川)현의 노도(能登)반도 앞 나나쓰섬 부근 바다에서 북한주민 9명을 극적으로 구조했다. 8일 청진에서 출발한 이 작은 목선은 노도반도에서 만난 10m 파도와의 싸움을 마지막으로 탈북 경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들은 험한 파도와 장기 표류, 북한 해군의 감시 위험을 감수하고 탈출에 성공했다. 본인들의 의사대로 며칠 내 한국으로 입국해 꿈에도 그리던 자유와 풍요를 맛볼 것이다.


이들이 작은 목선에 어린 아이까지 포함된 9명의 가족을 싣고 북한을 탈출한 이유는 굳이 묻지 않아도 자명하다. 가족 전체가 북한에서는 더 이상 살아갈 희망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은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더군다나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상당수 중산층들이 재산을 잃고 극빈층으로 전락했다. 이중에 일부는 빚에 떠밀려 꽃제비로 유랑걸식하고, 삶의 희망을 완전히 잃어버린 가족들의 경우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감시와 통제는 갈수록 강도가 더해지고 있다. 김정은 시대 들어 5호 담당제가 3호 담당제로 바뀌어 인민반(세대별 관리 최소 단위)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 국경지대는 폭풍군단 검열이 몰아쳐 주민들을 강제로 소개시켰다. 탈북 방지를 위해 평북 삭주 등에 CCTV가 설치됐고, 양강도 혜산과 백두산, 자강도 만포지역 등 접경지역에 철조망도 설치됐다.


남한 사람들 중에는 구조된 9명처럼 탈출하면 되지 왜 거지가 되고, 자살을 하느냐는 말을 하는 부류도 있다. 그러나 탈북도 목숨을 걸만한 의지가 있고 여건이 가능해야 시도할 수 있다. 일본에서 구조된 북한 주민들의 탈출 장비와 경로가 이러한 사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북한 김정일 정권을 중국이 지키고 있다는 주장은 빈말이 아니다. 만약 중국이 국경을 넘어온 주민들을 강제송환하지 않는다면 북한 정권은 한 달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1989년 9월 헝가리는 자국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탈출하려는 동독인들을 국경에서 체포하지 않았고, 2개월 뒤 베를린 장벽은 붕괴했다.


중국의 입장이 단기간 바뀔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리비아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내부에서 반김정일 흐름이 대세를 형성하면 중국도 태도를 바꾸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그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을 다해야 한다. 


식량 등 다양한 경제지원이 논의될 필요는 있지만 북한 전체 주민 입장에서 보면 불분명하고 제한적인 효과에 그친다.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것은 북한 주민 스스로 체제를 변화시킬 힘을 갖도록 돕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북한 주민 2천4백만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구체적으로 강구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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