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당국 건설엔 ‘건성’ 개인 아파트 공사엔 ‘적극’

진행 :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봄꽃향기가 물씬한 4월이 찾아왔는데요. 7일 시간에도 설송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실태를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전해주실 건가요?

기자 : 저번 시간에 이어 노동시장 실태를 더 전해드릴 건데요. 북한에서는 노동시장이라는 말은 아직 없고 ‘일공 데려다 쓴다’, ‘일꾼 찾아 달라’ 등 노동력을 팔면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은 있습니다. ‘힘만 있으면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노동시장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시장경제를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공급, 수요, 인플레이션 등 전문용어는 아직 나오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노동력이 필요하면 언제든 부를 수 있는 환경조건, 즉 노동시장 원천은 무진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시간에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고용이 인기 있는 것은 임금이 즉시 지불되기 때문이거든요. 여기서 제조업 부분이 소극적인 고용형태라면 주택시장은 범위가 좀 더 넓다고 보시면 됩니다.

진행 : 힘만 있으면 벌어먹고 산다는 말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있는 북한 노동시장을 그려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주택시장에서 일공들을 많이 채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 대체로 살림집을 지어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을 시장용어로 표현한다면 부동산개발업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집장사’ ‘아파트 지어서 돈을 버는 사람’으로 표현하곤 하죠. 부동산업자라고 해서 모두 큰돈을 움직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자기가 살던 집을 헐고 다시 지은 후 팔아 수익을 챙기는 업자가 있는가 하면, 국가기관에서 건설허가를 받아 아파트 한 채를 건설해서 수익을 한 번에 챙기는 돈주(신흥부유층)들도 있습니다.
 
공통점은 투자금을 빨리 회수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개인집 한 채를 짓는 일반주민도 일공을 두세 명 고용하고, 돈주들은 국영공장 노력을 많이 채용해서 건설속도를 높이기도 하는데요. 노임지불방식에 따라 건설속도 다르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당 노임을 주는 방식과 월급 방식이 있지만, 노임을 한 번에 지불하기도 하죠.
 
주택공사를 할 때 일공들에 대한 노임을 한 번에 지불하는 것은 돈주 만이 아니라 집 한 채를 지어서 수익을 남기는 업자도 마찬가지인데요. 우선 채용한 일공 중에서 믿음가고 신뢰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책임자로 선정하고 주택공사에 들어가는 전체노력비용을 맡깁니다. 주택건설공사책임자가 되는 격인데요. 공사를 빨리 끝내고 다른 주택건설 부지를 또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사책임자는 고용된 일공들과 한마음이 되어 주야(晝夜)전투를 합니다.
 
지금 김정은이 ‘70일 전투’ 선전으로 주민들을 동원 하고 있지만, 노동실적은 개인 부동산 건설에 비하면 허수아비나 다름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닙니다.
 
진행 :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70일 전투’에서의 노동현장보다 개인이 주도하는 부동산 시장이 더욱 실적을 내고 있다는 자체가 흥미롭네요.

기자 : 그렇습니다. 봄철 들어 주택건설이 한창이지 않습니까. 주택건설 한 부분에만 참여해도 먹고 살 수 있거든요. 70일 전투에 동원되는 걸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이유죠. 또한 모래 시장이라든가, 시멘트 시장이라든가, 부동산관련 노동 시장은 수없이 많은데요. 최근에는 주택건설이 한창이기 때문에 모래시장에 채용돼도 종합시장 매대 수입보다 적지 않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진행 : 모래시장은 모래를 사고판다는 얘긴가요? 이곳에서 어떻게 사람을 고용하는 노동시장이 형성되었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자 : 그렇죠. 평양을 비롯한 평안북도 신의주에 일떠서고 있는 고층빌딩 자재, 국가에서 보장해 주지 않거든요. 철강재를 비롯한 인테리어 자재는 중국에서 수입되고, 모래, 시멘트는 국내 개인시장에서 생산되고 유통되는데요. 모래 같은 경우는 강하천을 이용하여 생산하는 것으로써 인력이 대거 채용되는 곳입니다. 평안남도에 위치한 대동강 경우를 본다면 대단히 큰 모래시장이 형성되어 있거든요.
 
모래시장 노력채용은 여러 형태인데요. 강 한가운데서 배를 타고 모래를 퍼 올리는 사람과 강기슭까지 운반하는 사람, 트럭에 상차(上車)하는 사람까지 합한다면 수백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따라 노력 중개인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갑자기 모래를 사겠다는 트럭이 다섯 대가 온다면 상차공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모래시장 책임자는 이때 노력 중개인에게 부탁하는데요. 빠른 시간 내로 요구하는 인력을 보내주는데 일공비용의 10%를 수수료로 내야 합니다. 최근에는 손전화(핸드폰)라는 통신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노동시장이 한층 더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진행 : 최근 인민경제가 다소 안정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것이 김정은의 정책보다는 이런 노동시장의 활성화라고 봐도 될까요?

기자 : 정부 정책보다는 장마당 활동과 노동시장 덕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주민들의 생활이 안정되어 있다는 부분은 좀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90년대처럼 굶어죽을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보면 정확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안정된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 채용돼서 일을 하면 옥수수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장사밑천이 없어 장마당 벌이를 못하거나, 육체적 힘이 없어 노동시장에도 고용되지 못하면 죽도 먹기 힘든 건 마찬가지인데요.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들이 결핵을 비롯한 질병으로 시름시름 앓다 죽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와 반면 노동시장에 고용돼서라도 억척같이 돈을 모아 시장지반을 닦은 사람들도 있죠. 다시 말하면 일공을 채용하는 돈주들이 많은 지역은 노동시장이 자연히 발달되어 있어 평균 주민들의 생활수준이 안정되어 있다고 봐도 되지만 그것을 북한 전 지역에 평균화시키면 안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진행 : 북한 시장에도 빈부격차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오늘, 북한 노동시장의 실태 잘 들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100원, 신의주 5050원, 혜산은 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100원, 신의주 2180원, 혜산 2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20원, 신의주 8130원, 혜산은 8050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70원, 신의주 1280원, 혜산 1270원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1700원, 신의주 12000원, 혜산 12500원, 휘발유는 1kg당 평양 10650원, 신의주 10500원, 혜산에서는 107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400원, 신의주 6500원, 혜산은 635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