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당국이 숨기는 北현실 라디오로 깨닫고 있어”

북한 실상을 객관적으로 접할 수 있는 해외 주재 북한 외교관의 탈북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북한 내부에서도 대북 라디오 방송 등으로 외부 정보를 얻어 북한 실태를 파악하려는 주민이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당국이 체제 선전을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만 지속 주장하자, 오히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직접 외부 정보를 접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려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또 무역상 및 사사(私事)여행(친척방문)객들이 중국에 나갔다가 듣고 오는 소문 등이 퍼지면서 외부 세계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도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안남도의 한 주민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 중 ‘요즘 외국 소식은 어떻게 접하느냐’고 묻는 말에 “주로 남조선(한국) 라지오(라디오) 방송을 듣는다. 시내에선 (주민들이) 거의 50~70% 듣는 것 같다”면서 “최근에 (북한이) 핵·미사일 쏴서 경제봉쇄 한다는 얘기랑 영국인지 소련(러시아)인지 어디 대사관에서 뛰어서(도망쳐서) 남조선 아랫동네로 갔다는 말도 들었다”고 답했다.

이 주민은 이어 “우린 핵시험 하고 미사일 쏴도 왜 이렇게 못 사나 했는데, 라지오 들어보니까 경제봉쇄 당해 못 산다고 그러더라”면서 “라지오 들은 사람들끼리 ‘미사일은 왜 쏘느냐’ ‘핵 시험 한 번 하는 값이 강냉이 몇 톤, 몇 십 톤이다’ ‘핵·미사일 쏘는 데 1년 치 먹을 것 날아간다’는 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기서는 핵 시험하고 미사일 쐈다고 자랑하지만 백성들은 더 못 살지 않나. 그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겠는지 모르겠다”고 우려하면서 “친척들끼리 만나면 이런 얘기 한 마디씩 하는데, 그런 걸 보면 다들 라지오 들어서 아는 것 같다. 물론 서로 (라디오 듣는 걸) 모른 척 해주지만 (말이다)”고 말했다.

통상 북한 주민들은 중국에서 라디오를 공수해오거나 기존에 배급받은 라디오를 분해, 주파수 고정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대북 라디오 방송을 찾아 듣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주민도 “주민들이 보통 라지오 주파수 고정해 둔 것을 몰래 떼고서 듣는다”면서 “나는 중국에서 구입한 손바닥만 한 라지오로 듣는다. 사람들에게 이런 라지오 들여보내면 정말 좋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간부들도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듣는다고 전하면서 “우리 담당 보안원(경찰)이랑 (사상지도를 담당하는) 보위지도원도 (외부 소식을) 다 안다”고 말했다. 기자가 ‘간부들이 라디오 듣는 걸 어떻게 아느냐’고 묻자 이 주민은 “우리 같은 평민들도 듣는데 간부들이 안 들을 리가 없지 않느냐”면서 “꼭대기(당국)에서 내리먹이는(처벌하는) 걸 알면서도 예전부터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주민은 대북 라디오 방송의 음질이 좋지 않을 때가 많다면서, 소리를 더 깨끗하게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도 전해왔다. 그는 “밤 9시에서 12시 정도에 라지오를 듣는데, 소리가 하도 ‘싹싹거려서(잡음이 많아서)’ 잘 안 들릴 때도 있다”면서 “(대북 라디오 방송) 주파수만 밤새 맞추다가 잘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최근 주민들이 대북 라디오 방송을 들을 것을 우려, 민간대북라디오 방송사들에 강한 방해 전파를 쏘고 있다(▶관련기사 : 北, 정보유입 겁났나?…“민간대북방송 겨냥 방해전파 지속”). 특히 비교적 음질이 좋은 ‘중파’ 방송은 KBS 한민족방송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미국의 소리 방송(VOA) 등에 한정돼 있어, 단파로 송출되는 민간대북라디오 방송은 북한 당국의 방해 전파에 더 취약한 상황이다.

이 주민은 “‘하나님’ ‘아멘, 아멘’ 하는 방송, 극동방송이라 하던데 그걸 가장 많이 들었고, 그 다음에 자유아시아방송이라고 하는 게 그나마 잘 들린다”면서 “소리가 싹싹 거리지 않으면 우리도 남조선 소식 접하는 게 더 빨라지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여기(북한)에 살아도 조선 정세를 잘 모른다. 라지오로 우리나라(북한) 정세 좀 많이 전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데일리NK는 이번 증언을 비롯해 대북 라디오 청취 경험을 말한 북한 내부 주민들의 음성을 오는 28일 (사)통일아카데미와 북한정보자유국제연대, 북방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국제회의 ‘북한 정보자유화의 꿈, 전파에 실어’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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