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노동신문 일본어 난무에 “체제 대변자 적(敵)에 패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문화어(평양말)’ 사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는 외래어가 난무하고, 이에 주민들 사이에서 ‘체제 대변자가 자본주의 황색바람에 물들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주민 강연 등을 통해 (당국이) ‘언어생활에서 일본말 찌꺼기를 비롯한 다른 나라 말이나 괴뢰(한국)말을 쓰고 있는 그릇된 현상들을 없애기 위해 적극 투쟁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작) 노동신문에서는 외래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어 주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5월부터 북한 당국은 ‘우리말을 적극 살려 써야 한다’는 제하의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언어 분야에서도 주체성과 민족성을 고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문제는 이 같은 당국의 입장을 앞장서 선동해야 할 당 기관지에 외래어가 섞인 용어가 범람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노동신문에서 일본말인 ‘고뿌’(컵)라는 말은 6월 5일과 20일, 7월 10일, 8월 11일, 9월 6일, 그리고 10월 19일과 31일 기사 등 여러 차례 등장한다. 또한 최근 김정은이 만경대기념품공장을 방문했다는 기사에서는 일본말인 ‘자크’(지퍼)도 나온다. 아울러 ‘함마’(해머)라는 말은 11월에만 6개의 기사에 게재됐다.



▲북한 노동신문에 공식용어가 아닌 사투리와 일본말이 버젓이 게재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에 주민들은 “우리의 투철한 사상진지를 노동신문이 먼저 적들에게 내줬다” “철저한 사상의식으로 무장했다던 기자들도 제국주의 문화에 물젖었는데, 우리 같은 백성이야 말해 무엇하겠냐”는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주민들에게 공식 용어 사용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동신문조차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자에 실린 기사 ‘송도원은 전화위복의 새 전설을 노래한다’에서는 ‘밥곽’(도시락) ‘쌀함박’(이남박) 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북한 사회과학출판사에서 출판한 ‘조선말대사전’에서는 이런 단어가 없다. 일반 주민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함경북도 수해 복구가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일부 지역 사진을 게재하면서 “결속됐다”고 선전하는 등 사실을 과장하는 부분도 문제로 지적된다. 또한 신문은 체제를 미화(美化)하기 위해 ‘영웅’을 만들어 내곤 한다. 

15일 ‘두 줄기 궤도 우(위)에 새겨진 아름다운 자욱’이라는 기사를 통해 “달리는 열차 안에서 진통을 겪는 임신부를 도와 지새운 밤도 있고 영예군인을 위해 친혈육의 정을 기울인 감동 깊은 날도 있었다”는 청진철도국 열차승무원을 소개하면서 “여행자들의 목적지며 건강상태까지 적어두었다가 편의를 적극 도모해준 열차원들의 소행은 참으로 기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함경북도 소식통은 “(승무원들이) 승객들을 압박해 뇌물을 받는 건 많이 들어봤지만, 건강상태를 적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당 중앙의 대변지를 자청하고 있는 노동신문이 선전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 아니겠냐”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