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날개 짓 한 번 못하고 죽는 ‘겨울나비'”







‘겨울나비’의 김규민 감독은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는 모두 사실”이라고 강조했다./김봉섭 기자

탈북자 출신 김규민 감독의 데뷔작 ‘겨울나비’가 지난 7일 전국 총 7개관에서 개봉했다. 영화는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아닌 인디 영화관을 중심으로 상영되고 있다. 그것도 서울 개봉관 중 한 곳은 고층 흔들림 현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광진구 강변 CGV 테크노마트점이다. 그러다 보니 상영 5일간 동원 관객이 2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지난 12일 ‘겨울나비’의 배급사(‘웃기씨네’) 사무실에서 만난 김규민 감독은 연신 싱글벙글이다.


김 감독은 “개봉 5일이 지나니까 여기 저기서 격려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북한의 실상을 잘 담아냈다’ ‘잘 봤다’라는 격려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한 교회 목사님은 모든 신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면서 문의를 해 오기도 했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15세 이상의 모든 한국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것이 감독으로서의 바람이지만, 비록 소수의 분들만 보시더라도 그분들이 북한의 실상을 알고, 이에 대해 알리면 북한 사회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점점 늘어나지 않겠는가”라며 “관객 수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본래 김 감독이 준비했던 데뷔작은 관객 동원이 어렵지 않았던 상업영화로 시나리오도 완성 단계였고, 스태프까지도 구성된 상황이었다. 그런 그가 대학 때 구상하다 중단한 ‘착각'(겨울나비의 초기 시나리오) 시나리오를 완성시키기로 마음을 돌린 것은 죄책감 때문이었다.


상업 영화로 성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에 앞서 북한 동포들의 현실을 그대로 지나칠 수 없다는 ‘탈북자’로서의 ‘숙명’이 그를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결국 ‘착각’은 고민의 시간들을 지나 지금의 ‘겨울나비’로 탄생되게 됐다.


김 감독은 “겨울나비는 바로 지금, 대한민국의 북쪽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화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자신만의 필터를 만들어 놓고, 그 이상의 이야기들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면서 “이 영화를 통해 북한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정일이 방중 할 때, 우리 언론은 왜 그리 시끄러웠나. 북한에서 굶어 죽은 ‘토끼풀 소녀’에 대해서는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더니… 나는 한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김정일의 밑에서 2천만명의 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하소연했다.


김 감독은 영화 제목도 북한 주민들을 그대로 투영시킨 ‘겨울나비’로 바꿨다.


“간혹 나비가 계절을 착각해서 겨울에 번데기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나는 그 겨울나비에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봤다. 북한 주민들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겨울에 태어난 나비들과 같이 날개 짓 몇 번 못하고 죽어가는 것이다.”


김 감독은 “북한 사회의 실제 모습을 고스란히 전하겠다”는 목표 아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화의 70%는 김 감독이 직접 겪고, 본 이야기들이다. 장마당의 모습, 산에 올라 나무를 베는 모습, 시큰둥한 경찰(보안원·안전원)의 모습 등 세심한 연출을 통해 북한의 현 주소를 그대로 담아냈다.


하지만 한국에서 북한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내기란 쉽지 않았다. 김 감독은 “주인공인 진호가 산에서 나무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데 나무 없는 산을 찾을 수 없었다. 어렵사리 한 곳을 찾았는데, 포병들의 실탄 훈련장이라 촬영장으로 섭외할 수 없었다. 때문에 산에서 찍은 장면은 북한의 온전한 모습을 구현할 수 없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영화 속 ‘진호’의 어머니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 앞에서 기도하는 장면에 대해 “관객들에게 북한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김봉섭 기자

그는 주인공 진호의 어머니가 김일성과 김정일 초상 밑에서 “진호를 살려달라. 진호에게 한 끼라도 제대로 먹이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장면을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으로 꼽았다.


김 감독은 “기도하는 장면을 통해 한국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김일성이 신(神)인 줄 알았다. 북한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겨울나비는 북한의 리얼리티를 최대로 살리고 있어 영화를 보고 난 관객들은 ‘설마 북한이 저 정도로 끔찍한 사회냐’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인다. 특히  결말에 대해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한 마디로 ‘쇼킹’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처음부터 그 결말을 생각하고 만든 영화다. 찍는 배우들도 충격을 받았을 정도”라면서 “관객들은 북한과 같은 가혹한 상황에서라면 가족의 위대한 사랑마저도 처참히 짓밟힐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 때문에 거부감을 가지신 분들도 있는 것 같다”고 반응을 전했다.


김 감독은 “북한 현실을 알리자”는 포부로 겨울나비를 제작했지만 관객을 끌 수 있는 상업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북한 소재 중 관객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요소를 발굴하는 것이 북한 관련 영화의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관객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상업적 성격의 영화인 ‘라스트 미션’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상태다. 현재 투자사를 물색중이라고 한다. 이 영화는 모종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한국으로 내려온 북한 특수부대원이 한국에서 자신의 자아(自我)와 인간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이다.


한국에서 영화감독으로 막 한 발을 내딘 김 감독이 ‘흥행’과 ‘북한 현실 고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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