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김정일 위상 높이는 회담일 뿐”

▲ 북한 장마당 촬영모습 ⓒ데일리NK

4일 오후 1시 노 대통령과 김정일은 8개항으로 된 남북정상간 합의에 서명했다. 남한의 언론들과 북한 매체들은 공동선언문 발표를 ‘역사적인 사건’으로 치켜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주민들도 이번 회담과 선언을 역사적인 사건으로 보고 있을까? 북한 내부 소식통들과 탈북자들은 이번 선언에 대해 하나같이‘정상간 말로 합의한 것일 뿐 그것 때문에 바뀌는 것은 없다’는 반응이다.

함북 회령 소식통은 정상간 합의가 채택된 4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윗사람들끼리 만나서 이런 저런 약속을 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차려지는 게 뭐가 있겠냐”며 핀잔을 줬다. 그는 “장군님(김정일) 위상 높이기 위한 회담인데, 우리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특구 문제에는 관심을 보였다. “남쪽 대통령이 두만강 근처에 나선(특구)처럼 투자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면서 “주변 지역 먹고 사는 것은 그래도 낳아질 것 아니냐”고 했다.

평양 출신 탈북자 오충길(가명) 씨는 “2000년 정상회담 당시 평양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남한 대통령 방문을 신기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있었지만, 공동선언이 지켜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면서 “강연을 통해 남한에 대해 환상을 갖지 말고 적들의 책동에서 우리식 사회주의를 지키자고 강조하는데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번 선언은 남북관계발전과 평화정착을 위한 합의사항이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과 협력을 증진하고 평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북핵 폐기와 개혁개방이 선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북한이 이행해야 할 것은 2.13 이행이나 협력을 위해 노력한다는 추상적인 내용에 그치고 있다. 백두산 개발처럼 경협을 명분으로 한 대북 지원과 양보가 대부분의 내용이다.

해주지역을 경제특구로 건설하고 해주항을 개방하는 조치는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환영을 받을 조치로 보인다. 해주가 특구로 개발될 경우 주변지역에 미치는 파장은 크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북한의 시장경제화에 기여하는 진전된 조치를 마련하지 않고 특구만 늘려서는 그 한계가 분명해 보인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 들인 돈을 북한 경제에 투입하기 보다는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전력해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북한 주민들이 특구를 개발해도 해당지역 주민 외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북한 주민들은 만약 남북한 통신 및 방송 개방, 왕래 보장, 이산가족 고향 방문 등의 구체적인 조치가 나왔다면 이번 합의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화상상봉과 같은 형식적 조치로는 북한의 변화도 주민들의 기대도 얻기 힘들어 보인다.

그 동안의 북한의 변화는 6.15공동선언이 이뤄온 것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한 북한 주민들의 시장의 활성화 노력에 힘입은 것이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여전히 국경통제, 정보 통제를 통해 주민들의 개방 의지를 억누르고 있어 남한 대통령과의 합의는 김정일 권위만 높여주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시 2000년 6.15선언은 북한 노동신문 1면에 보도됐지만 주민들은 남의 일 대하듯 했던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이번 합의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식량의 투명한 분배나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

남한 대통령이 아동학대 성격이 강한 아리랑을 관람하고, 김정일의 건강을 기원하고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해 일부 북한 지식인들로부터도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 주민들의 우선 관심은 먹고 사는 문제다. 또한 상당수 지식인들은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인민들이 자신들의 삶이나 북한의 개혁개방에 기여하기 보다는 김정일에 대한 지원과 권위를 높이는 데 역할을 하는 회담과 선언에 무관심한 것은 당연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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