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018년 공교롭게도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인 음력설과 북한 당국에서 민족 최대 명절로 기념하는 김정일 생일이 겹친 가운데, 정작 중국과 맞닿아 있는 북한 국경지역에서는 명절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노동)신문에서는 요란하게 떠들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명절 분위기는 별로 없다”고 말했다. 평안북도 신의주 소식통도 “간부들과 선(관계)이 있는 사람들만 선물 준비에 여념이 없다”면서 “2가지 기념일이 겹쳤는데도 대체로 조용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단 주민들이 대체로 즐겨 쇠던 음력설에도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꼽힌다. 위축된 북중 무역으로 시장에서 물품이 줄어들자, 명절임에도 시장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것.
소식통은 “쌀값 등 물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널뛰기 하고 있고, 이에 음식은 ‘조금만 장만하자’는 추세”라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은 선대(先代) 지도자의 생일을 통한 선전에 점점 반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충성의 선물을 헌납하는 일이 지속되면서 ‘주는 건 없으면서 뜯어만 간다’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함경남도 소식통은 14일 “함흥 동흥상 구역에 있는 김정일화 온실에서는 2월 16일에 맞춰 꽃을 피워야 한다며 주민들에게서 담요를 걷어가는 등 부산을 피우고 있다”면서 “‘한파에 덜덜 떨어야 하는 우리보다 꽃이 중요하냐’는 불만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위(당국)에서 장군님(김정일) 생일에 맞춰 아무리 공을 들여 행사를 하고 선전을 해도 형식에만 그칠 것”이라며 “‘이미 님은 우리 마음속에서 떠났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고지도자를 수령님, 장군님, 원수님이라고 부를 것을 강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주민들은 겉으로는 충성을 다짐하지만 속으로는 비판의식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절에 각박한 일상이 지속되면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확산되는 남북 관계 개선에 희망을 품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한국 대통령 평양 초대’라는 이야기가 일반화되면서 주민들 속에서 ‘평화’와 ‘통일’에 대한 기대가 움트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