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김일성 생일에 가짜꽃 몰래 사와 헌화”

진행 :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하루 앞둔 오늘,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시장활동을 꾸려나가고 있을지, 설송아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설 기자, 김일성 생일이라고 하면 북한에서도 중요한 날로 보잖아요. 이 시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기자 : 네. 4월 15일이 김일성 생일인데, 이맘때쯤이면 주민들의 장마당 활동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는데요. 바로 꽃장사가 새로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김일성 생일을 꽃시장 돈벌이 기회로 보는 주민들이 나오는 겁니다. 이날을 맞아 생화(生花)를 키우거나 종이꽃을 만들어 파는 주민들이 14일과 15일 길거리나 시장입구에서 늘어서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거죠. 다만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생화보다는 종이꽃을 만드는 주민들이 더 많다는 점인데요. 그 만큼 종이꽃 수요가 더 많은 거죠.

진행 : 말씀듣고 보니, 주민들은 이제 김일성 생일에도 정치행사 보다는 시장활동을 더욱 중시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종이꽃보다는 생화가 향기도 있고 현실감이 있을 것 같은데, 왜 종이꽃보다 인기가 없는 건가요?

기자 : 경제적인 타산 때문이죠. 생화는 비싸지 않습니까. 종이꽃이 훨씬 싸죠. 다시 설명해드린다면 주민들의 충성심을 재평가해야 하는 부분인데요. 동상 헌화로 태양절 분위기를 띄우고 정치행사를 강조하지만 주민들에게는 마이동풍 격이죠. 배급이 왕성하게 이뤄질 시대에는 진심으로 헌화를 하기도 했겠지만, 지금은 할 수 없이 하는 겁니다. 이런 마음으로 헌화를 하게 되니 아름답고 좋은 꽃보다는 가격이 싼 종이꽃 수요가 더 많은 건데요.

노동신문은 해마다 온 나라 남녀노소가 한없는 그리움에 젖어 꽃다발과 꽃바구니를 안고 위대한 수령님의 동상과 태양상을 찾으며, 평양 만수대언덕으로는 꽃물결이 그칠 새 없이 흐르고 있다고 선전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꽃물결을 이루는 대중이 북한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흐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진행 :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가끔 노동신문을 통해 꽃을 들고 김일성 동상을 찾아가는 북한주민들을 보곤 하는데요. 이 부분에서도 갈수록 성장하고 있는 북한 시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기자 : 쉽게 말한다면, 전체 북한 인구수를 보았을 때 꽃장사를 통해 얼마나 돈을 벌었겠는지 계산되는데요. 대략 2400만 인구에서 유아, 노약자, 돈이 없어 꽃을 못사는 주민들을 제외한다 해도 최소 1000만 명 정도 아닌가요. 종이꽃이 500원, 생화 한 송이가 1000원이라고 가정하면 50억에서 100억 원, 약 60만에서 120만 달러라는 계산이 나오죠.

4월에는 아직 진달래꽃을 제외하고는 생화가 피지 않는 철이어서 온실에서 꽃을 키워 파는 사람들과 종이꽃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이 김일성 생일 계기로 북한말로 한퇴 맞는 겁니다. 물론 꽃을 키우고 종이꽃을 만드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지만, 이렇게 단기간 돈을 버는 것도 북한에서는 한해 농사로 인식합니다.

진행 : 여기서 한퇴 맞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기자 : 한국에서는 돈벼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요. 한 번에 많은 돈을 번다는 말을 북한에서는 ‘한퇴 맞는다’고 표현하는데요. 철 몽둥이로 머리정수리를 맞는다는 말처럼 돈 몽둥이로 한 번에 제대로 맞았다는 뜻이기도 하죠. 4월 15일 꽃을 팔아 한 번에 큰돈을 쥔 주민들을 비유한 말입니다.

진행 : 돈을 벌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는 주민들의 노고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그렇다면 종합시장에도 꽃 매대가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 종합시장에 꽃 매대는 있지만요. 정치행사에 쓰이는 꽃들은 팔진 않습니다. 2월 16일, 4월 15일, 김정일과 김일성 생일날 등에 쓰이는 꽃들을 시장에서 판매하는 우둔한 주민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하다가 자신의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는데 말이죠. 그러니까 이 때에는 개인집에서 만들어 길목이나 학교정문 앞에서 몰래 판매하는데요. 종합시장 꽃 매대에서는 집 내부를 장식하는 꽃다발이라든가, 삼면(三面)경대나 벽체거울을 장식하는 데 쓰이는 꽃줄들이 있는데요. 또한 문발을 장식하는 데 필요한 꽃 등 여러 가지도 있죠. 이는 모두 중국에서 수입한 것입니다.

진행 : 종이꽃은 개인이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하셨는데, 그 과정을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자 : 종이꽃을 만드는 과정, 북한에선 간단치 않습니다. 꽃종이, 물감, 쇠줄, 꽃술 등 꽃 자재들은 종합시장에서 구매하고, 그것으로 꽃을 완성하는 과정은 섬세한 품을 들여야 하는 수공업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국화, 다리아꽃, 김정일화, 김일성화 등 갖가지 꽃을 만드는 기술이 모두 다르거든요.

연꽃을 만들려면 먼저 꽃종이를 절반 접어 살짝 분홍색 물감에 넣었다가 말리는데요. 그러면 물감이 퍼져나가면서 종이끝 부분은 흰색이 남거든요. 그것을 술병에 감고 바느질 실로 1미리(mm) 규격으로 감아줍니다. 5분 후 실을 풀고 나면 잔주름살이 잡힌 연꽃잎이 금방 피어나는 것처럼 완성됩니다.

진행 : 연못가에 피어난 연꽃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네요. 방금 쇠줄도 시장에서 구매한다고 하셨는데 꽃대를 만드는 데 쓰이는 건가요?

기자 : 네. 꽃송이를 만들려면 꽃대가 있어야 하는데요. 쇠줄을 북한사투리로 ‘깡줄’이라고 하죠. 시장이 발달되기 전에는 운전수들이 자동차 타이어가 낡으면 그냥 폐품으로 버리거나 연료용으로 불을 뗐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돈입니다. 낡은 타이어를 구매하여 전문 분리해서 수익을 챙기는 상인들이 있는 겁니다. 자동차 타이어 고무 안에 피댓줄(벨트)과 쇠줄이 있는데요. 고무는 신발업자들에게 판매하고, 피댓줄은 고기그물 생산업자들에게, 쇠줄은 꽃을 만드는 업자들에게 판매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어 쇠줄을 그대로 꽃대로 사용하면 끊어지고 탄력이 없기 때문에 불에 한번 달구었다가 쓰곤 하는데요. 꽃잎을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종이를 쇠줄에 감으면 파란 꽃대가 됩니다. 불에 달구어 만든 꽃대는 유연해서 결혼식 신부들의 머리에 얹는 작은 꽃송이를 만드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되죠. 4월 15일이 지나도 군대초모사업은 계속되기 때문에 종이꽃은 계속 판매 될 거라고 봅니다. 그러니까 군대에 나가기 전 축하모임 때 꽃을 달아주다 보니 계속 수요가 있는 것이죠.

진행 : 김일성 생일 때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북한 꽃시장을 통해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120원, 신의주 5050원, 혜산은 5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100원, 신의주 2150원, 혜산 22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50원, 신의주 8260원, 혜산은 805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300원, 신의주 1280원, 혜산 1275원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000원, 신의주 13400원, 혜산 12750원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0700원, 신의주 10580원, 혜산에서는 107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400원, 신의주 6500원, 혜산은 64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설송아 기자
북한 경제 IT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