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권력 3인방’ 발언·행동에 “굴종자세”

지난 4일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가하고 돌아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권력 3인방에 대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화제(話題)가 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알려왔다. 


함경북도 청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중앙텔레비전에서는 이들(황병서 등)의 한국 방문소식을 방영하지 않아 처음엔 잘 몰랐다”면서 “지금은 외부(중국) 채널을 통해 방문단 소식을 접하면서 주민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황병서와 최룡해 국가체육위원회 위원장, 김양건 통일전선부부장 등 북측 고위대표단의 ‘깜짝’ 방남(訪南)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 언론들은 이들의 갑작스런 방문으로 ‘발언’, ‘행동’ 하나하나를 전하며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몰두했다.


이들은 14시간이란 짧은 방문 기간 우리 측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물론 폐막식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까지 최고위 인사들을 모두 만났다.


황병서는 정 총리가 “반갑다”며 악수를 청하자 덥석 두 손으로 맞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또 최룡해는 류 장관과의 환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남측의 적극적인 응원이 우리(북한) 선수 우승에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이들의 행동과 발언을 접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적대국에서 굴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주민들은 황병서의 행동에 대해 “남조선 괴뢰들과는 어쩌고저쩌고 하던 군 정치수장이 한낱 (한국) 총리 앞에서 쩔쩔 맸다”면서 “위엄을 보이려고 군복까지 차려 입고 갔는데, 차수별이 아깝다”고 말한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또한 최룡해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발라맞추기(아부) 행각’ ‘굴종 자세’를 보였다” “저렇게 줏대가 없으니 한 자리에 오래 붙어있지 못하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아시안게임이 한국에서 열려 주민들 사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았다. 국경지역은 물론 군사분계선 지역(황해도와 강원도)의 주민들은 단속을 피해 한국과 중국 채널을 통해 몰래 시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소식통은 “수력발전소 부실공사와 극심한 가물(가뭄)로 인한 전력난이 텔레비전 시청에 영양을 미치지만 8W, 10W, 12W형 중국산 소형 텔레비전에 12V용 배터리를 연결하면 시청할 수 있다”면서 “이 중국산 텔레비전은 다른 것에 비해 수신 감도가 좋아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각국 기자들 앞에서 원수님(김정은) 업적을 선전했던 20대 역기(역도) 선수보다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 등이) 정치적인 각성이 없다” “그래도 원수님의 영도로 (경기에서) 승리했다고 해야지 남조선 응원 때문에 이겼다고 하면 되냐”는 말을 한다고 소식통은 부연했다. 


한편 2010년 북한은 평양시민들의 가정에서 이 소형 텔레비전을 보지 말고 없앨 데 대한 방침을 내놓고 집중검열·단속과 함께 회수까지 감행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방도시에서는 여전히 인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