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고난의 행군’ 2009년으로 이어져

북한의 올해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났다는 내외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의 어깨는 여전히 움츠려져 있다.

북한 내부에서는 수십 년 만에 찾아온 대풍년이라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 생활에서는 빈곤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평양시 A구역 양정사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올해 도정하지 않은 곡물 수확량이 약 550만t에 이르는 풍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올해 수확된 식량을 2호 창고(전쟁대비 군량미 창고)에 최우선적으로 분배하라는 방침을 내려, 지금까지도 평양시민들과 각 지역 집단농장 농장원들을 제외하고는 주민 식량 배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때문에 통상 햅쌀이 나오는 연말에 나타나는 식량 가격 하락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재 평양의 식량 가격은 수입쌀 기준으로 1kg에 북한 돈 2000원 선에서 거래된다. 평양시 주민들은 그나마 배급표라도 받았기 때문에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배급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나 지방 노동자들은 ‘배급표를 언제 받아봤는지 기억조차 없다’고 하소연한다.

겨울은 주민들이 장마당에 내다 팔 수 있는 물건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계절이다. 장사 밑천이 없는 주민들은 산을 돌아다니며 산나물을 캐거나, 텃밭을 가꾸는 등 장마당에 내다 팔 것들을 만들기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이런 사람들에게 겨울은 자신들의 장사 밑천이 바닥나는 혹독한 계절이다.

그렇지만 겨울은 김장을 담그고 석탄을 구입해 놔야하는 등 1년 중에 생활비가 가장 많이 필요한 계절이기도 하다.

‘김장’은 60년간 사회주의 경제를 고수해왔던 북한에서 ‘식량배급’과 함께 ‘인민생활’의 상징이었다. 채소가 부족한 겨울에 북한 주민들에게 김치는 유일한 반찬이다.

기본 식량과 부식물이 궁핍한 주민들에게는 김치가 한 끼 식사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가정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김장을 담아야 하는데, 그 비용이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신의주를 기준으로 보면 통상 4인 가족이 12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4개월 동안 김장김치를 먹기 위해서는 최소한 300kg을 필요하며, 그 비용은 적게 잡아도 북한 돈 8만원이상 소요된다.

이정도 양의 김장을 담글 수 있는 사람은 흔한 말로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다. 신의주의 인민반(25~30가구)별로 보면 겨울 내내 먹을 만큼 김치를 담은 집은 5~6세대 밖에 안된다. 나머지 세대들은 필요량보다 훨씬 적다. 2005년부터는 김장 자체를 아예 못하다 최저 극빈층 세대도 늘어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김장 김치가 떨어지면 새싹이 돋아나는 4월까지 맹물에 소금으로 국을 끓여 반찬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김치를 먹기 위해 김장김치를 담글 때 소금을 많이 뿌려 아주 짜게 한다.

겨울이 되면 문제가 되는 것은 먹거리 뿐만이 아니다. 겨울은 난방을 위해 석탄이 필요해진다. 최근 석탄 가격은 1톤당 북한 돈 1만5천원에서 2만원 사이다. 겨울 한철을 버티려면 세대당 최소 3톤의 석탄이 필요한데, 하루 2끼를 옥수수밥으로 살아야 하는 빈곤층 주민들에게는 ‘석탄 3톤’도 사치다.

도시에 거주 주민들은 대부분 석탄 1톤 정도로 겨울을 난다. 잠자기 직전에만 방을 살짝 덥히고, 1~2월 혹한기를 제외하면 동사하지 않을 정도로만 구들장 온도를 유지시키며 석탄을 아낀다.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이라는 정치구호와 함께 평양에서는 지금 휴대전화가 개통되고, 흉물스럽던 류경호텔이 고급유리로 장식되는 ‘쇼’가 벌어지고 있지만, 일반 주민들만 감내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은 그렇게 또 다음 해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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