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전승기념일에 피서 즐긴다?

오랜만에 하나원 동기들을 만났다.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조차 자주 못했는데 아프다는 소식을 어떻게 알았는지 불쑥 찾아왔다. 죽을 쑨다, 반찬을 만든다며 저녁준비에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들이 갑자기 휴가가 언제냐고 물어왔다.


동향(同鄕)인 한 탈북자가 먼저 “이곳에서 처음 맞는 여름인데 우리도 (남한 사람들처럼) 3박4일 피서 가자”고 운을 뗐다. 그러자 함께 온 친구가 맞장구를 쳤다. 이미 입을 맞춘듯 장소와 날짜, 비용까지 상세히 풀어놓았다. 결국 그들의 간곡한(?) 설득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제안이 없었더라도 아마 나만의 피서를 계획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곳(북한)에서도 최소한 하루는 피서를 즐겼으니까…….


북한 주민들도 7, 8월 불볕더위를 피해 휴가를 즐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처럼 며칠씩 피서(避暑)를 가지는 못하지만 하루정도는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강이나 계곡, 바다를 찾는다.


보통 공장·기업소 등이 공식적으로 쉬는 국가휴일인 7월27일(전승기념일), 8월15일(광복기념일), 8월28일(청년절)에 피서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장·기업소 등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일정액을 공장·기업소 등에 받치면 출근하지 않아도 됨)이 굳이 이날에 피서를 가는 것은 ‘명절’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휴일조차 생계를 위해 장마당에 나가는 사람들도 하루정도는 여유를 가지려고 생각하는데 그날이 국가휴일이라는 탈북자들의 설명이다.


피서는 개인보다는 단체로 가는 것을 선호한다.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물론, 하루하루 생존투쟁을 벌이는 주민들에게 있어 피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하루를 즐기겠다고 가족이 며칠을 살 수 있는 돈을 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날짜가 결정되면 장소를 물색하는데 보통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정한다. 장소결정에 있어서는 열악한 교통사정과 주머니 사정을 반영한다. 폭우 등으로 피서지에 갈 수 없을 때에는 집에서 즐긴다. 냉장시설이 부족해 준비한 음식을 보관하기 어려고 피서를 다시 계획하기도 어려운 현실의 반영이다.


피서지에 도착하면 여자들은 대부분 음식을 준비하고 남자들은 카드놀이, 낚시, 물놀이 등으로 시간을 보낸다. 여전히 봉건 사회의 가부장적 요소가 사회 전반에 작용하고 있는 북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피서음식으로는 돼지고기를 가장 선호한다. 김밥이나 국수, 북한식 두부초밥(유부초밥)과 인조고기밥(콩으로 만든 인조고기 사이에 밥을 넣는다)도 대표적 음식이다. 현지에서 잡은 물고기로 어죽을 해서 먹기도 한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오락회를 갖는다. 직장 동료들이나 친구들끼리 피서를 갈 경우에는 오락회 상품도 준비한다.


보통 ‘수건돌리기’와 같은 놀이를 하는데 걸린 사람은 벌칙으로 노래를 부른다. 대다수 북한가요를 부르지만, 한국 가요를 부르는 사람도 있다.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노란샤쓰 입은 사나이'(노래 한명숙)가 인기였다. 오락회가 끝나면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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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