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 속에서 한국영화 ‘인기’ 시들”

북한에서 한류(韓流)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발전상과 생활문화 전파의 첨병역할을 하던 한국 드라마, 영화가 북한 주민들 속에서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볼 만큼 봤다’ ‘이제는 식상하다’는 것이 주민들의 반응이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2일 ‘데일리엔케이’와 통화에서 “요즘 타이(태국)영화 ‘옹박’이 젊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이제 한국영화보다는 중국영화나 미국영화들이 더 많이 나돌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처음에 한국 드라마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한국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 새로운 줄거리와 장면 때문에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이제는 식상해 한다”며 특히 “(한국영화를)볼만 큼 본 셈”이라고 덧붙였다.

◆ 한국 드라마 말장난이 너무 많다

그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는 깡패이야기 아니면 사랑타령 이야기 뿐”이라며 특히 “말장난이나 협잡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 이렇게 한국영화들이 외면당하게 된 것은 중국 조선족들 사이에서 한류 열기가 한풀 꺽인 것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중국 사람들에게 ‘알판(DVD)’을 부탁하면 한국영화를 가져다 주었는데 지금은 대체로 미국영화나 중국무술영화들을 가져다 준다”며 “국경 밀수꾼들의 말을 들어보면 최근 중국 사람들 집들에 가면 예전과 다르게 한국영화 알판이 거의 없는 것으로 말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중국 지린성(吉林省) 창바이현(長白)에서 북한 양강도 혜산을 상대로 밀수입를 하고 있는 조선족 김길춘(가명)씨는 “요즘도 연변 방송에서 한국드라마 ‘대장금’을 재방송 해주고 있는데, 조선(북한)사람들이 장백와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장금을 보고도 별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조선사람들이 (한국영화를) 찾으면 좀 준비해 놓겠는데 지금은 미국영화들이나 중국영화들을 많이 찾는다”며 “중국은 영화 CD가 싸기 때문에 조선 사람들과 거래할 때 몇 십 개씩 공짜로 주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 한국 영화, 북주민들의 사고방식과 많이 달라

북한에서 한국영화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남북한 생활환경 차이에서 오는 ‘사상 문화적 괴리’라는 지적도 있다.

신의주의 한 소식통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손에 땀이 나야 하겠는데, (한국 것은) 지루하고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겠다”며 “한국드라마들은 순수 입씨름(말장난)만 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고 내용도 다 비슷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무엇이나 명백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는데, 한국영화들은 대부분 아리송하다”며 “뻔한 사실을 가지고도 말을 뱅뱅 비트는 것이 짜증날 때가 많다”고 평했다.

소식통은 “한때 (북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중국 드라마 ‘사랑의 품’이나 ‘여인은 달이 아니다’와 같은 사실주의적인 작품들이 한국영화들에는 없다”며 “지난번에 (조선중앙TV로 방영한) 중국영화 ‘처녀의 봄’이 사람들 속에서 큰 인기를 끌었는데, 한국에서도 그런 영화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실주의적인 영화에 관심이 높다는 표현이다.

그는 또한 “한국영화에는 ‘이소룡’이나 (태국영화) ‘옹박’과 같은 그런 박력 있는 영화가 없다”면서 “차라리 우리(북한)영화 ‘홍길동’이나 ‘임꺽정’같은 영화들이 싸움도 있고 내용도 명백해 더 좋다”고 했다.

소식통은 이어 “지금은 여기서는 미국영화들이 큰 인기가 있다”며 “요새 ‘두따뻬스’(1998년 개봉된 미국영화 ‘아마겟돈’)라는 미국영화를 보았는데 한국도 좀 그런 영화들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북한은 아직도 7080노래, 한국에 대한 호기심 줄어

10월 말 친척방문을 목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권명철(가명)는 “평양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한국 노래를 구할 수 있다”면서도 “한국 노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최신 노래들을 담은 알판도 등장했지만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말했다.

권 씨는 “지금 나오는 한국노래들은 우리 감정에 맞지 않고 이해하기가 힘들다”며 “거기(남한) 사람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으나 악기에 맞춰 말로 하는 판소리나 괴상한 말을 하는 노래(랩)들은 정말 듣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노래는 옛날 것이 더 좋았던 것 같다”며 자신이 부를 수 있는 한국 노래로 노사연의 ‘만남’, 김종환의 ‘사랑을 위하여’ 등을 꼽았다.

권 씨는 끝으로 “요즘에는 중국이 기술적으로 한국을 앞서고 있다는 소문도 많다”면서 “그런 것 때문에 사람들이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나 기대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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