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이 색(色) 짙은 농담 유난히 잘하는 이유는?

한국에 입국해 듣는 말마다 새롭지만 그 중에서 가장 좋은 말은 ‘자유’다. 특히 ‘언론의 자유’란 표현은 북한에서 함구무언으로 살아야 했던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더욱 심금을 울리는 말이다.

이곳에서는 언론의 자유로 저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산다. 정부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고 대통령을 비방하거나 희화화 해도 문제되지 않는다.

일반 시민들도 정부 정책이나 정치세력에 대한 심판을 선거를 통해서 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조건에서도 또 다양한 개인들의 생각과 정서가 담긴 말들이 오고간다. 다만, 남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말은 법이나 사회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게 된다.

이에 비해 북한 주민들은 모여 앉으면 정치나 사회 이야기는 없다. 그저 듣기가 지나칠 정도로 농담만 주고 받는다.

북한 주민들이 특유의 낙관주의에 무장돼서 그럴까? 그것은 아니다.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이 전투지만 불평 한 마디 마음대로 못하기에 정치색과 사회성을 완전히 배제한 그저 투박하고 때론 농익은 농담들이 대부분이다.

북한은 조직적인 사회여서 1년 365일 회의가 없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 주마다 조직별 학습과 강연회, 생활총화가 진행된다. 여기에 인민반마다 한 주일에 보통 2, 3회는 인민반 모임을 진행한다.

직장에 출근하면 매일 아침 조회를 진행하며 저녁이면 일일총화를 진행한다. 모임에 얼마나 질렸는지 탈북자들마다 북한을 나오니 제일 좋은 것이 모임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많은 모임을 진행하지만 모여든 사람들이 주고받는 말은 생활적인 말들과 좀 야비하다 할 정도로 심한 농담들이다. 요즘 시장에서 쌀값이 올라 사먹기 힘들다는 등, 어느 동네 누구의 집에 도적이 들었다는 등 생활적인 이야기들도 살기 힘들다는 정도에서 머물러야지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정부에 대한 불평으로 넘어가면 자칫 사건이 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이 마주서면 “안녕하세요”가 첫 말마디, “요새(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가 두번째 마디,다음 세 번째 마디부터는 배급도 안주는데 어떻게 사는가 아니면 남의 욕을 하든가, 또는 일상사나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말 대답의 규칙으로 되어있다 싶이 됐다.

북한 주민들의 언어 주고받기가 이렇게 규칙화 되다싶이 한 것은 사람이 몇 명만 모여도 그 속에 보위부, 보안서, 당위원회 스파이들이 한사람씩은 꼭 있는 터라 까딱하면 한마디 말때문에 큰 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심히 주고 받은 말 한마디에 정치범수용소까지 갈 수 있어 “괜히 짧은 혀 때문에 긴 목이 달아날 수 있다”며 “그냥 쌍소리(음담패설)가 좋지. 잡혀갈 걱정도 없고 즐겁게 웃을 수 있으니 좋다”며 모이면 실없는 농담들이나 주고받고 생활적인 발언들, 그것도 문제시 되지 않을 정도의 말들만 주고받고 있다.

체제 유지를 위해 어떤 언론의 자유도 주지 않는 북한의 가혹한 처벌은 김정일의 혼외 동거녀의 친구였다는 이유만으로도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가 10년이라는 세월 모진 고생을 치른 북한의 예술인이었던 북한민주화위원회 김영순고문의 수기 ‘나는 성 혜림의 친구였다’와 수많은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입으로 뱉지는 않았지만 사실을 알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정치범수용소로 가야 하는 북한에서 살려면 시집살이 시작인 며느리가 지켜야 할 세가지, 즉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소경 3년’이 일생의 좌우명으로 지켜져야만 무난히 살 수 있다.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마주앉으면 자연히 정치적 발언이나 예민한 사항들은 피하고 시시껄렁한 잡담이나 음담들만 나누고 있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속에서 오고 가는 농담 중 한가지다. 이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 북한 방문자가 쓴 수필에도 나와있다고 한다. 그만큼 북한에서 대중화 돼있는 이야기다.

“어느날 아침 출근시간이어서 저마다 바쁜 걸음을 옮기고 있는데 함께 웃고 떠들며 걷던 세 처녀가 자신들의 옆을 지나쳐 앞서가는 50대 남성을 보게 되었단다.

불이 나게 걷고 있는 그를 보던 한 처녀가 하는 말 “그 아바이 다리 세개니깐 걷는 것도 빨리 걷네” 세 처녀는 입을 싸쥐고 좋아라 웃어 대는데, 어느결에 그 말을 들은 ‘아바이’는 돌아서서 처녀들에게 “이놈의 에미나이(여자)들 입이 셋이어서 말이 많구만”라고 말했단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전혀 정치적이지 않고 불평불만이 섞이지 않은 야한 농담이므로 아무리 웃고 떠들어도 뭐라 할 사람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북한의 일반 주민들이 웃음속에 주고 받는 농담, 음담 중의 하나다.

또 자신들이 즐기는 노래가사들에 유머들을 섞어 불러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북한의 주민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중에는 “전차병과 처녀들”이라는 노래가 있다. 어느 가을날 전차를 타고 훈련중이던 전차병이 목이 말라 우물가에서 물을 뜨려다 그 곳에서 어릴적 친구였던 처녀와 감격적인 상봉을 했다는 내용의 경쾌한 노래이다.

이 가사의 내용을 바꾸어 ‘차에 나이든 여인을 태우고 달리던 군인이 처녀를 만나자 차에 탔던 여인에게 ‘아마에(어머이), 내리오”라고 말하고 처녀에게는 “체네, 빨리 차에 타오”라고 말했다’는 내용으로 바꿔 불러 어려운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처럼 북한 주민들이 농이 짙은 농담이나 유머를 잘 하게 된 것은 한 마디로 북한 사회의 폐쇄성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라고는 일절 보장하지 않는 사회에서 그래도 웃음을 찾아보자는 주민들의 본능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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