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들에게 인민군은 ‘공포의 공산군’

“딸라아바이와 메뚜기장을 아시나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미화 100달러 지폐가 ‘딸라아바이’로 불린다.

그 유래는 알 수 없지만 “`김정일이 숨어서 딸라아바이를 만지작거린다’는 북한 민중의 표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외화벌이를 최우선시하면서 번 외화를 비자금으로 다 감춘다는 뜻을 품고 있다”는 것이 한 북한 소식지의 주장이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나 월경자 등을 활용해 북한 내부소식을 전하는 계간지 ‘임진강’이 최근 발간한 9월호(통권 제5호)에서 ‘북한 시사용어 해설’란을 통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애용되는 속어나 새로 등장한 용어를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의 1만엔짜리 지폐는 ‘꿩대가리’로, 위조 달러는 ‘가딸라’로 불린다.

북한 `인민군’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공산군’으로 불리게 된 데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북한에서 ‘공산군’이라는 표현은 원래 “미국이나 남조선과 같은 적국의 군인들이 조선인민군을 가리킬 때 쓴 공포의 호칭”이라고 설명됐었다.

그러나 ‘인민의 군대’였던 북한 군인들이 “심각한 물자와 식량공급 부족에 몰리던 끝에 무서운 강도로 변신”하는 등으로 인해 인민군이 ‘적들의 적’에서 ‘인민의 적’으로 변하고 말아 언제부터인가 주민들이 북한군을 ‘인민군’ 대신 ‘공산군’으로 부르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자타가 부르는 인민군의 이름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고 이 소식지는 주장했다.

공산군이 `공포의 대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는데 적들에 공포를 주는 게 아니라 인민들에게 공포를 주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현상이라는 것.

‘메뚜기장’은 국가가 지정해준 시장(장마당) 밖의 소규모 장마당으로 사실상 불법 운영되는 장마당이다.

단속원이 뜨면 불법장사하던 상인들이 “마치 가을 논에서 메뚜기 흩어지듯” 달아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넥타이 맨 술’이란 말도 있다. “병 목 아래 부분에 붙인 자그마한 상표 종이를 넥타이라고 불러 고급의 이미지를 강조한 술”이라는 것. 김정일 위원장이 간부들과 ‘모범’ 주민들에게 보내는 선물중 하나인 ‘태평술’이나 ‘인삼술’ 등 고급 술에만 이같은 상표가 붙여져 유래됐다고 한다.

이 잡지는 “(북한) 사회의 생산력이 모두 돈으로 지배되는 현실인데도 옛 제도와 질서 및 생산관계가 허울로 남아 사회발전의 족쇄로 된 현실을 가리켜 나온 말”로 ‘8.3자본주의’라는 표현도 있다고 소개했다. 잡지는 `8.3(팔삼)’이 북한에서 ‘모자라는’ 또는 ‘가짜의’라는 뜻을 내포한다고 설명했다.

잡지는 그러나 ‘8.3’이 왜 ‘모자라는’ ‘가짜의’ 뜻을 갖게 됐는지 유래를 밝히지 않았는데,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김정일 위원장이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폐기물과 부산물, 유휴자재를 이용해 생활용품을 만들도록 지시한 날짜를 따서 붙인 ‘8.3인민소비품’의 질이 매우 나쁜 데서 ‘8.3’이 그러한 뜻을 갖게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1990년대 중반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던 시기에 나온 용어들로 ‘꼬제비’와 ‘미공급 세대’도 있다.

이 `꼬제비’가 남한에 `꽃제비’로 잘못 전달됐다고 한다. 꼬제비의 어원은 러시아어의 코체(방랑자)다.

북한은 구 소련의 붕괴 후 해외 출장자들에게 ‘사회주의 붕괴상’ 자료를 의무적으로 수집토록 요구했는데 그 자료들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한 단어가 코체였다.

90년대 중반 기아사태로 수많은 방랑자가 발생했을 때 북한 당국은 이를 호도하기 위해 외국어인 ‘코체’로 불렀고 이것이 대중 용어로 굳어지는 과정에 `꼬제비’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지는 추측했다.

‘미공급 세대’는 경제난으로 배급이 완전히 끊기고 아사 사태가 일어나며 신생아 출산율이 하락한 1990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사이에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이밖에 “연착되는 기차를 기다리는 손님들의 숙식을 제공하고 돈벌이하는 개인집”을 가리키는 ‘대기 숙박’도 있다.

임진강은 ‘뒤그루’라는 말도 소개하면서 “새로 지은 현대식 집은 돈과 권력있는 자들이 들고, 그들이 살던 집은 그의 친척들이 들고, 친척들이 살던 낡은 집에는 새 집을 지으면서 철거된 세대들이 드는 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임진강은 일본에 본부를 두고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무소속 언론인들의 네트워크를 표방하는 ‘아시아프레스’가 2007년 11월 창간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