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도 추석을 맞아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가운데, 성묘를 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새벽시장도 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사 활성화 등으로 경제력 있는 여성들이 늘면서 직접 음식을 장만하지 않고 시장에서 구입해 차례상을 차리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새벽부터 시장이 문을 열었고, 길목마다 매대가 펼쳐졌다”면서 “여기에서는 마른 낙지(오징어), 땅콩, 순대, 과일 등 차례상에 올려질 상품들을 팔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성묘를 하러 가는 주민들은 집에서는 산적만 준비하고 이런 것들을 다 사가지고 가는 것”이라면서 “예전에는 음식을 다 마련했지만 이제는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떡도 하지 않는 집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은 예전에는 스스로 고인이 평소에 즐겨먹던 음식을 직접 준비해야 한다는 가풍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인식이 바뀌어 대부분 구입해 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최근 시장 활성화로 경제적 여유가 생긴 주민들이 늘면서 이러한 제수용품 구입도 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음식을 준비하려는 집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일부 주민들은 ‘거추장스럽게 왜 떡을 하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갖가지 음식이 팔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녁에도 술을 집에서 먹는 집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막 매대’(우리의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고 노는 주민들도 많아졌다”면서 “여자들은 자기가 돈을 버니 갖은 차례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중노동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한편, 소식통은 북한 당국의 민족 명절인 ‘추석’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주민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즐기면서 가족의 안녕(安寧)을 비는 등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조상묘 근처에서 가족들과 불고기도 해 먹으면서 재미있게 즐긴다”면서 “당국이 10월 10일 당(黨) 창건일을 맞아 각종 동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추석을 즐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특히 조상을 잘 섬기고 가족의 평안에 대해 신경을 쓰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당과 최고지도자(김정은)만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믿을 수 있는 내 주위 사람들을 더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