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李대통령 비난…’형식’에 주목

“내용보다 형식에 주목한다.”

한 남북관계 전문가는 23일 북한이 전날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 관련 발언을 강하게 비난한 것과 관련, 이같이 말했다.

일단 이번 담화 내용 중에도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목표’라는 이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전쟁에 의한 흡수통일 의도’로 간주하면서 “이미 선포한대로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대목 등은 눈에 띈다.

이 대통령의 언급은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는 헌법 조문에 입각한 발언이지만 북한은 이를 우리 정부가 지난 10년간 공식 언급을 자제했던 ‘흡수통일론’과 연결지은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조평통을 통해 밝힌 북한의 입장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북한이 남북관계 차단 관련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을 정해 놓은 상태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편의적으로 확대해석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국은 담화의 내용보다는 남북관계가 중대 기로에 선 지금 이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공식 대남 기구를 통해 했다는 형식적 측면을 더 주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에 대한 대한 비난과 종합적 대남 기조를 담은 두 차례의 노동신문 논평원의 글(4월1일,10월16일) 역시 북한 당국의 입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형식상 언론 매체를 통했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입장을 바꿀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는 분석이 있었다.

그러나 공식 대남 기구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 대통령을 비난한 것은 향후 입장 전환의 여지를 좁힌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평통 담화는 이 대통령이 최근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당선인 진영의 인사들과 접촉한 뒤 내 놓은 대북 메시지에 대한 대응 차원이라고 해석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12월1일자로 ‘엄격한 군사분계선 통행 제한.차단’ 조치를 시행한다고 예고한 뒤 이 대통령이 미국에서 이전과 다른 대북 메시지를 내 놓을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지만 한미공조에 대한 자신감 표명 발언과 ‘자유민주주의 통일’ 발언 등이 나오자 ‘현재로선 입장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서 담화를 냈다는 분석인 셈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번 담화는 우선적으로 자신들이 예고한 통행 제한.차단 조치가 시행될 것임을 분명히 한 측면이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