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평통 성명 `최고 수위’ 대남 메시지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30일 발표한 성명은 북한내에서 조평통의 역할과 위상을 감안할 때 남한 정부를 겨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정치 공세로 풀이된다.

조평통은 1961년 5월 13일 홍명희를 위원장으로 33명의 준비위원회에서 조직된 노동당의 외곽 단체로, 대남 혁명 전략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평화통일과 남북교류를 표방하면서 정당.사회단체.각계인사들을 망라해 만들었다.

이 단체는 남한 각계각층 인사 및 해외 동포를 대상으로 한 선전활동, 노동당의 통일 및 남북정책 대변, 남한내 주요 사건 또는 새로운 정책에 대한 반응 발표 등의 일을 하고 있다.

조평통은 남북관계 현안이나 남한내 정세 변화에 대한 반응.반박 등을 성명, 대변인 성명, 담화, 대변인 담화, 서기국 보도, 비망록, 논평, 기자회견 등 사안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내보내고 있다. 고발장, 공개질문장 등의 형태도 있다.

통상 북한의 대외적인 공식 발표문의 형식은 크게 성명, 담화, 비망록, 논평 등 네 가지다.

북한의 사회과학원 언어연구소가 펴낸 북한 ‘현대조선말사전’에 따르면 ‘성명’은 “나라의 주요한 정치.법률적 문제를 포함하여 다른 나라와의 관계, 문제 또는 중요한 국가적 사건에 대한 견해와 입장을 표명하는 국가적인 문서”이다.

‘담화’는 “일정한 문제에 대한 견해나 태도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말”이어서 성명보다 격이 떨어진다.

‘비망록’은 “역사적 진상을 밝히거나 법률적 해명을 위해 국가가 발표하는 것”이며 ‘논평’은 “신문 방송 등을 통해 일정한 사회.정치적 사변(사건)을 기동성있게 분석.평가하는 것 또는 그 평(評)”이다.

최근 조평통의 각종 발표 형태를 보면, 지난해 12월 19일 남한에 대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 입장부터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담화를 통해 주장했고, 11월에는 대변인 담화 형태로 이명박 대통령의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통일하는 것이 최후목표’라는 발언을 강력 비난했다.

10월에는 조평통 서기국 보도를 통해 국군의 ‘호국훈련’을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했고, 12월24일엔 조평통 산하 조국통일연구원의 ‘고발장’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지금처럼 나가다가는 이제 어떤 극단적 사태가 또 터질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평통이 발표한 이번 성명은 북한이 내놓는 가장 높은 수준의 대남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상임대표는 조평통이 “북한내에서 어떤 법적 근거도 갖고 있다고 볼 수 없는 위장기구”인 만큼 “남북 최고 당국자간 합의한 남북기본합의서, 7.4 남북공동성명, 6.15선언, 10.4선언 등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이날 조평통 성명의 법적 효력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에서 각종 남북합의서의 법률검토 업무를 맡았던 검사 출신의 한명섭 변호사(법무법인 렉스)는 “해당 합의서가 법적인 구속력이 있는 조약인지 아니면 정치적 약속에 불과한 신사협정인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가간의 조약인 경우 이행해야 하지만 처음부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약속에 불과한 신사협정이라면 이행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1972년 7.4남북공동성명 체결 이후 지난해 5월까지 남북간에는 224개의 합의서가 체결됐다”며 “이 가운데 조약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은 국회 동의를 거쳐 공포한 13개로, 대부분 남북간 투자보장, 이중과세 등 경제 분야의 합의서”라고 말했다.

“따라서 남북간 정치군사적 합의서 중에 조약의 성격을 가진 것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한 변호사는 지적하고 “설령 조약의 성격을 가진 것이 있다고 해도 북한이 일방적으로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경우 현실적으로 이행을 강제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경우 정부 입장이나 법원 판례는 조약이 아닌 신사협정에 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남북 총리가 서명한 남북기본합의서 조항에 대해 조평통이 무효를 선언한 데 대해선 “남한의 경우 장관이 서명하고 이후 대통령이 비준하는 형태이지만, 우리와 체제의 성격이 많이 다른 북한에선 특정 기관이 최고 지도부의 승인이나 여타 기구의 위임도 없이 어떤 사항을 발표할 수 없는 만큼 이번 성명도 어차피 북한 내부의 위임이나 승인을 받아서 발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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