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종사들, 로켓발사 정세 때 유서 쓰고 출격”

지난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앞두고 미국과 일본에서 요격론이 제기됐을 때 북한에선 `후계자’ 김정운이 ‘역습의 사령관’으로 공군을 지휘했다고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북한 문건’을 인용해 보도한 것과 관련, 당시 북한 공군 조종사들은 일종의 유서를 써놓고 ‘역습’ 출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국과 일본에서 무성하게 제기된 요격론과 미 공군의 정찰활동 강화에 북한군이 바짝 긴장해 대응했던 모습은, 그 3개여월 뒤인 7월27일 북한의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이 ‘녹음실황’으로 방송한 ‘조국해방전쟁승리 56돌 경축 텔레비전방송 모임’에서 엿볼 수 있다.

정전협정 체결 56주년인 이날 ‘모임’에 출연한 김광일이라는 북한 군인은 “공중에서의 적들과의 대결도 그야말로 사생결단의 치열한 격전”이었다며 미군이 “전투비행대의 엄호하에 우리의 영공 가까이에 RC-135를 비롯한 각종 정찰기들을 연속 들이밀면서 위성발사 위치와 시간을 탐지하려” 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또 일본 방위 당국은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을 동해와 태평양으로 각각 출항시켜 미 해군 이지스함 등과 함께 대비 태세를 갖추도록 했었다.

이에 북한 공군의 비행사들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김정일) 동지께서 지켜보신다고 하면서 최고사령관 동지께 올리는 맹세문을 가슴에 품고 결사전에로” 나갔으며, 맹세문은 “성스러운 이 길에서 비록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조국이 준 임무를 기어이 수행하겠다”는 내용이었고, 조종사들은 “그 맹세문에 한자 한자 서약”을 했다고 이 북한 군인은 말했다.

그는 “그때 원수들이 우리의 드세찬 공격 앞에 겁을 먹고 도망쳤으니 망정이지 놈들이 끝내 분별을 잃고 요격으로 넘어갔다면 요격에 참가했던 대함선 집단은 물론 그 본거지인 일본과 미국 땅이 통째로 불바다가 되었을 것”이라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김 대장(김정운)의 역습에 (적들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웃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인용한 북한 문서에 적혀 있으나, 우리 군 당국에 따르면 로켓 발사 전날인 4월4일 함경북도 어랑 공군기지에서 출격했던 북한의 미그-23 전투기 1대가 해상에 추락하기도 했다.

북한의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 제2차 핵실험을 앞두고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 북한군은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무력시위를 했다.

김광일이라는 군인은 당시 북한군이 “정의의 타격전을 준비”했다며 “해군무력 뿐 아니라 지상과 공중의 모든 위력한 타격수단들은 위장망을 벗어제끼고 놈들의 아성을 향하여 멸적의 포탄을 만장진하고 명령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그는 “적들도 그때 (이 점을) 보도”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는 서해 대연평도에서 12㎞ 떨어진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리 일대의 북한군 방사포와 해안포 등의 위장막이 벗겨졌다는 남한 언론보도등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일부러 보라고 시위한 것이다.

당시 우리 국방부와 합참 등은 북한의 서해 북부지역에서 2∼4월 포성이 급증했고 해안가 동굴진지 해안포의 위장막이 걷히는 등 포사격과 전투기 훈련이 강화됐다고 밝혔었다.

이 `텔레비전방송 모임’에선 김정일 위원장이 최근 수개월간 자주 시찰했던 동부 전선 부대소속 군인들도 여러명이 출연, 김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대규모 대포 위력사격을 실시한 사실도 밝혔다.

‘김금철’이라는 지휘관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부대를 “올해만도 건군절(4.25)을 포함해 여러 차례나” 시찰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전적 구상”에 따라 “건군사에 보기드문 강력한 위력 사격”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 위력사격에 직접 참여했다는 ‘신정림’ 중대장은 “적들 자체도 상상을 초월하는 무서운 타격”이었다고 주장하고, 김 위원장이 이 사격을 참관한 것은 수년전 김 위원장이 이 중대를 시찰하고 “화력복무훈련”을 본 뒤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실탄사격을 봐주겠다”는 약속한 것을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들을 “일당백 여사수, 명포수”라고 표현해 이 부대는 여성포중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동해안에는 김 위원장이 자주 방문하는 여성 해안포중대인 ‘감나무 중대’가 있다.

또 다른 출연자 2명은 “10여년전 어느 해”에 한.미간 합동군사연습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미군의 예상 주공방향을 짚어주며 “여기에서 인민 군대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본때있게 조직해 적들을 맞받아” 치라고 지시해 “상상할 수 없는 방향에서 불의에 강력한 대기계화 부대들이 질풍같이 맞받아 나오자 적들은 정말 아연실색”했다며 이를 김 위원장이 “안아오신 빛나는 승리”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텔레비전방송 모임’에 출연한 북한 군인들의 이러한 말들은 한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군사적 움직임에 북한군이 대응하는 양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이 `적들에게 타격을 가할 것이라거나 가했다’고 주장할 때는 실제의 교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대응태세 자체를 가리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려준다.

한편 북한 문건이 후계자로 내정된 김정운을 지난 4월 군사적 긴장기의 ‘역습의 사령관’이라고 선전하는 것은 1968년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나포사건 때 후계수업중이던 김정일 위원장이 북한군의 대미 대응을 지휘했다고 북한 언론매체들이 그의 ‘군사적 업적’을 선전하는 것과 같은 양상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