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문단, 시작은 ‘통민’ 마무리는 ‘통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사절로 서울을 찾은 김기남 노동당 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북한 사절단이 ‘통민(通民.민간과 소통)’ 행보로 시작해 ‘통관(通官.당국과 소통)’ 행보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

21일 오후 3시께 고려항공 특별기편을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한 북한 조문단은 곧바로 김 전 대통령의 빈소가 마련된 여의도 국회의사당으로 이동, 조의를 표하고 동교동의 김대중평화센터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의 메시지를 전달한 뒤 곧바로 통민 행보에 들어갔다.

첫날 저녁 숙소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김대중평화센터 측이 주관한 만찬에 참석, 임동원 정세현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의원, 백낙청 시민평화포럼 고문,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과 남북대화 및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 의지를 보인 것.

이들의 왕성한 통민 행보는 둘째 날인 22일 오전에도 이어졌다.

임동원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문 교수, 정동영 의원 등이 참석한 조찬에서 다시 남북 협력에 대한 의사는 물론 “모두와 대화할 수 있다”는 대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사실 북측의 이 같은 통민 행보는 방남 전부터 노골화됐다. 지난 10~17일 방북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당국간 합의가 필요한 5개항의 협력사업에 일방 합의, 발표한데 이어 조문단 파견 문제도 김대중평화센터측을 통해서만 협의를 진행해 남측 당국을 ‘왕따’시키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그러나 북한 조문단의 통민 행보는 22일 조찬에서 ‘통관’으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를 맞았다.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공동상임의장이 당시 조찬에 참석, 북측의 대화의지를 읽고 청와대에 전달하면서다. 김 비서는 김 특보에게 청와대 예방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날 오전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현인택 통일장관과의 면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메시지를 소지하고 있으며 청와대 예방을 희망한다는 뜻을 재차 전달했다.

이후 이른바 ‘통민봉관’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북측 조문단이 오히려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만 상대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현 장관과 김 부장간 면담이 끝난 뒤 오후 2시 돌아갈 예정이던 북측 조문단의 귀환 일정은 늦춰졌다. ‘접견’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결심을 기다리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 시간은 홍양호 통일차관이 주관하는 오찬으로 매워졌다. 오찬에는 북한 조문단과 통일부 당국자들만 참석했다.

이 과정에서 조문단의 서울 체류가 하루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가 돌기 시작했고 결국 이들은 그대로 호텔에 머물렀다. 저녁에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주관하는 만찬으로 통관 행보가 이어졌다. 만찬에는 현 장관을 비롯한 정부측 고위당국자 4명과 김 비서를 비롯한 북한 조문단 일행 4명만 참석했다.

통관 행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서울 체류 마지막 날인 23일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 예방이었다. 김 비서와 김 부장 등 북한 조문단은 이날 오전 9시부터 30분가량 이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대통령 예방이 끝난 뒤 숙소로 돌아와서도 홍 차관 등 통일부 간부들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이날 낮 12시10분께 고려항공 특별기 편으로 김포공항을 출발할 때 배웅한 인사도 홍 차관 등 통일부 간부들이었다.

도착 당일 빈소인 국회에서 이뤄진 김형오 국회의장과의 면담은 예정에 없던 것으로, 김 의장측의 초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남 이틀날 오전을 기점으로 조문단의 행보가 ‘통민’에서 ‘통관’으로 완전히 전환된 셈이다.

공항 영접을 시작으로 줄곧 이들을 안내한 홍 차관의 신분은 공식적으로 정부측 ‘장의위원’이었으며 이틀 날부터는 ‘고위급 메신저’ 역할을 함께 수행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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