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조문단-南당국간 면담 성사 될까?

김정일의 ‘특사 조문단’과 정부 당국간 면담 또는 접촉 성사가 관심이다. 조문단에 고위급 인사가 포함됐다는 점과 체류기간이 21~22일 이틀간이라는 점에서 조건·시간상 ‘최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단 김정일의 공식활동 수행순위 1~2위를 다투는 최측근 김기남 당 비서를 단장으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포함된 조문단의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평가다. 만약 당국간 면담이 성사되면 결과를 김정일에게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위치의 인물들이라는 분석이다.

북한 체제선전을 도맡아 ‘선전의 귀재’라는 평가받는 김기남 비서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지난 4일 김정일과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에도 배석했다.

김양건 부장은 대남사업의 수장이자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그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의 만남 때 배석했다. 이와는 별도로 현 회장과 만나 남북협력 사업들을 논의, 5개항의 공동보도문을 조율했다.

두 사람 모두 북한의 대미·대남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인물이며, 국장으로 치러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의위원회에 거의 모든 정부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에 이들이 체류하는 이틀 동안 남북 고위급 회동이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로서도 결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다. 경색국면의 남북관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기대감을 갖고 있는 눈치지만 자칫 조문단과의 면담이 북측의 정치적 선전에 ‘악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입장에서 조문단과의 면담은 ‘계륵(鷄肋)’인 셈이다.

때문에 정부는 일단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북측이 조문을 위해 오는 것으로 얘기하고 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별도의 우리 당국과 면담이 계획된 것이 없고 요청받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조문단의 ‘목적’이 분명하고 ‘대화제의’도 없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천 대변인은 북측의 요청이 있으면 면담에 응하겠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말씀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동안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강조해온 우리 정부로서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영수 서강대 교수는 “조문단은 ‘목적’이 분명해 남북관계 제반 상황을 협의할 수는 없지만 정부의 입장을 김정일에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며 “남북관계 변화의 물꼬를 터야하는 정부로서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북한이 현정은 회장을 통해 남북경협 관련 의사를 전달했다면 이번엔 우리가 조문단을 통해 입장을 전달하면 된다”며 “북측에 ‘공’을 넘겨 정치적 결단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송대성 세종연구소장도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우리 정부는 비공식 대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히려 송 소장은 북측의 면담 제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그는 “이번 조문단의 성격은 6·15남북정상선언의 당사자인 김 전 대통령의 최대 영웅시 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칭송하는 데 집중,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간접적으로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측의 접촉제의 가능성을 낮게 봤다.

반면 정부가 먼저 북측 조문단에 당국간 회동을 제의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무엇보다 북측이 조문단 방문 과정에서 철저히 우리 당국을 배제했다는 점에서 조문단 방문이 남북관계 개선이 아닌 다른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통민봉관(通民奉官) 정책으로 남남갈등 부추킬 수 있는 북측의 의도에 우리가 말려들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 당국간 채널이 아니기 때문에 면담을 선(先)제의할 가능성은 낮다”며 “특히 북측의 정치선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측이 먼저 면담을 제안한다고 하더라도 대북정책의 수장인 통일부장관이나 청와대 고위급 인사의 공식면담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문단의 방남 목적이 분명하고 의사결정권도 없는 상황에서 사전협의 없이 남북관계의 ‘의제’ 등을 논의하는 것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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