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치범 사온다면 反체제운동 촉진하게 될 것”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독일 통일의 주역들에게 통합과정의 노하우와 통일 재원 마련 등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남북통일을 꿈꾸는 한반도의 상황에서 독일 통일 사례는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사회통합의 중요성이란 교훈을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흡수 통일의 과정에서 동독의 권력 엘리트들의 지위변화와 독일의 사례가 한반도에 주는 교훈 등을 담은 ‘독일 통일과 동독 권력 엘리트'(도서출판 한울) 라는 책이 출간됐다.


이 책은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이었던 2009년, 한독사회학회가 ‘통일 전후 동독 권력 엘리트의 사회적 지위 변화’라는 주제로 개최한 국제학술대회의 결과물이다.


당시 학술대회에서는 ‘흡수통일된 국가의 권력엘리트들이 통 일후 어떤 지위변화를 겪었는가?’ ‘사회 격변의 요동 속에서 그들의 변신과 적응은 어떠했는가?’ 등이 핵심적인 주제로 논의됐었다.


이 책는 독일 통일 과정과 이후의 사회적 통합, 그리고 한반도 통일의 시사점 등과 관련한 한국, 독일 등 관계국 전문가 7명의 글이 수록돼 있다.


구(舊) 동독에서 공산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운동가였던 올리버 클로스(라이프치히대학 강사)는 ‘독일 통일과정에서 동독 권력 엘리트의 처신’이란 제목의 글에서 “동독의 체제전복적인 세력들은 1985년 이후 소련과 고르바초프가 더 이상 동독 정부에 대한 지원 의지가 없음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클로스 씨는 “이를 한반도 정세에 비춰보면 중국은 구소련에 비견된다”면서 “중국 내부에서 민주화 요구는 점차 비등하고 있으며, 중국의 관심이 북한 독재체제의 보호보다 자국 내의 권력유지에 쏠리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권력 엘리트의 기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중략) 북한인들의 탈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조직적 저항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등 이들의 역량강화를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한 정치적 난민지원, 대북 전단및 라디오 유입 , 북한 인권침해 여론 적극화 등 14개의 지원방안을 제시하면서 “북한의 정치범을 사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북한의 반체제 세력들도 그들이 최악의 상황에서 남한 정부에 의해 석방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고, 반체제운동 참여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정도 떨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금부터 북한의 관료제를 담당할 수 있는 관료들을 훈련시켜서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이 다시 그 자리에서 일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통일 시기에 교사들을 북한에 보내 미래를 건설하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통일 이후 모든 권리가 모든 지역에서 공평하고 공정하게 인정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 주민들에 대한 집단적 불공정 행위는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통일된 국가에서 공산단 권력 엘리트의 영향력을 확대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책은 이 외에도 동독 ‘엘리트 계층’의 자녀가 통일 후에도 권력 ‘엘리트 계층’을 형성하는 현상을 관찰한 마르쿠스 폴만 하이델베르크대 교수와 이종희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방송토론팀장의 글을 통해 통일 이후 독일에서 나타났던 수직적인 엘리트 재생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이승협 대구대 교수는 체제전환 과정에서 독일노총의 역할을 주목해 “국가 주도의 정치적 통합과 기업 주도의 경제적 통합이 가져 올 사회양극화 및 사회적 갈등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회통합의 중요한 역할을 노동조합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독일 통일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는 독일 통일을 성찰적으로 반추하면 할수록 통일 이후 우리가 겪게 될 고통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독일 통일 연구들과는 달리 동독인의 눈에서 사회 통합의 문제를 바라 본 이 책은 통일 이후 우리 앞에 닥치게 될 혼란들을 미리 펼쳐보이고 있다. 통일 준비는 북한 정권의 붕괴 시점이 아닌 바로 지금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