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핵전략은 ‘더러운 전쟁’ 전조인가?

북한 정권이 한반도에 군사긴장을 끌어올리는 전술을 선택한 것 같다.  


3월 한미의 연례 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있다. 북한은 이에 대응하여 이례적으로 국가급 훈련을 실시한다. 국가급 훈련은 육·해·공 및 특수전 부대가 합동으로 벌이는 전국 단위 훈련이다. 중국-러시아도 조만간 동해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바야흐로 한반도를 둘러싸고 군사긴장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 정권은 지난 20년 동안 핵과 미사일로 한반도에 군사 긴장을 높였다가 이완시키는 전술을 되풀이하면서 체제생존을 연명해왔다. 2010년에는 천안함·연평도에 직접 군사도발을 일으켰다. 이후 이완상태를 유지해오다 2012년 4월, 12월 ‘은하 3호’ 장거리 미사일 발사, 2013년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국가급 군사훈련을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초기에 크고 작은 군사적 도발이 빈번했던 사실과 연관 지으려는 것 같다. 틀린 견해는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은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와 언론, 국민들은 북한의 향후 대외전략을 정확히 읽을 필요가 있다.  


북한의 대남전략과 관련하여 일부 오해가 있다. 지금의 북한은 아무리 핵이 있다해도 과거의 재래식 전면전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 자신에게 불리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면전을 하려면 그 여건이 충분히 무르익어야 하는데, 북한을 둘러싼 내외의 사정을 고려해볼 때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전면전 같은 사고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다.


문제는 전면전보다 우리에게 더 어렵고 힘든 ‘전쟁’이 있을 수 있다. 열전(hot war)도 아니고 냉전(cold war)도 아닌, ‘더러운 전쟁(dirty war)’ 같은 것이다.


‘더러운 전쟁’은 피아(彼我)도 불분명하고, 뚜렷한 전선(戰線)이 형성되지 않으니 전쟁인지 아닌지도 분명치 않고, 따라서 전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언제 끝날지도 확실치 않다. 사회 내부가 분열하여 끊임없이 싸우고, 경제는 쇠락하고 사회 곳곳에 ‘공포의 그늘’이 생기면서 수상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국민들이 외국으로 떠나려 하면서 온 사회에 힘과 맥이 빠지는 식이다.


앞으로 북한이 할 수 있는 전쟁도 전면전이 아니라 ‘더러운 전쟁’ 개념이다. 핵무기로 한국사회에 ‘공포의 그늘’을 만들어 남한 내부에 종북·친북의 활동공간을 넓혀주고, 한국의 투자신용도를 흔들고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며, 모든 권위를 추락시키고, 옳은 것과 그른 것(是非), 선과 악을 뒤섞어 버리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것은 공포감과 정치선전(propaganda)인데, 이러한 시기에 ‘빨간 완장’들이 거리에 돌아다니면 이미 게임은 다 끝난 뒤가 된다. 전형적인 전체주의 파시즘 형태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더러운 전쟁’을 해방 후~6·25 전쟁 전, 여순 반란, 제주 4·3 등에서 이미 경험한 바 있다. 베트남전에서도 ‘더러운 전쟁’이 수행되었다. 지금도 통진당 NL계와 범민련 등 종북파는 자기네들 수준에서 ‘소규모 더러운 전쟁(soft dirty war)’을 수행 중에 있는 것이다. 다만, 그 핵심들은 스스로 ‘성전(聖戰)’을 수행하고 있다고 착각할 것이고, 주변 사람들은 잘 모르면서 인간관계에 얽혀 그냥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더러운 전쟁’은 열전을 수행할 환경과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상대의 힘을 빼면서 벌이는 지구전(持久戰)의 일종이다. 만약 북한이 전면전을 벌인다면, ‘더러운 전쟁’을 바탕으로 여건이 조성된 후 빠른 시일 내에 남한을 접수하는 ‘전격전’ 형태로 나올 것이다.


북한정권이 남한에서 ‘더러운 전쟁’을 제대로 벌이려면 먼저 미국이 한국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 하는데, 그 매개는 미북 간 평화협상이며, 평화협상을 이끌어내는 매개는 핵과 미사일이다. 


90년대 이후 북한 정권에게 필요했던 것은 ‘적절한 수준’의 군사긴장이었다. 군사긴장이 있어야 내외의 각종 불안 요인들을 억누르고 정권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적절한 수준’이 조금씩 단위가 높아져야만 정권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결국 최근 ICBM급 장거리미사일과 3차 핵실험을 계기로 그 ‘적절한 수준’의 단계를 끌어올려 버렸다. 이 길은 결국 북한 정권에게도 외통수로 가는 길이다.


북한정권은 3차 핵실험으로 대미 협상력이 확실히 높아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북한의 대남·대외전략도 달라질 것이다.     


북한정권은 2004년부터 ‘북핵 폐기’를 목적으로 한 6자회담을 핵개발 업그레이드와 핵보유국 인정을 위한 회담으로 활용해왔고, 끝내 성공시켰다. 한국과 중국, 미국까지도 결과적으로 김정일의 전략전술에 말려든 조력자였던 셈이다.  


북한은 앞으로 ‘先 한반도평화협상’을 전략적 노선으로 밀고 나갈 것이다. 만약 6자회담이 ‘북핵 폐기 회담’이 아니라 ‘북핵 비확산과 한반도 평화협상을 위한 회담’으로 변경된다면, 북한은 ‘先 대북제재 철회’를 조건으로 6자회담 참가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나올 것이다. “대북제재의 고깔을 쓰고는 회담에 나갈 수 없으니 미국이 먼저 고깔을 벗겨달라”는 식으로 나오면서…. 또 회담 복귀 기념으로 한국, 중국, 미국으로부터 ‘先 경제지원’을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정권은 아직은 ‘평화협상’이 가능한 분위기가 한반도에 조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국제적 여론이 나오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방법은 한반도의 군사긴장을 좀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먼저 평화상태를 깨뜨려야만 ‘평화가 필요하다’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유리해질 것은 당연하다. 현재 한·미·중은 국내문제 때문에 외부의 ‘평화’가 필요하다. 한반도에서 평화가 깨지는 것이 유리한 쪽은 선군 노선의 북한정권과 일본 우익 정도이다.   


향후 임의의 시기에 북한의 ‘한반도 평화 깨뜨리기’ 때문에 피곤해진 미-중이 “이제는 정말로 한반도에 평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는 순간, 북한정권의 ‘先 한반도 평화협상’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북한정권도 내부 사정 때문에 그 시기를 앞당기려 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북한은 중(中)강도 수준에서 한반도 군사긴장을 끌어올려야 하는 단계이다. 따라서 향후 북한의 도발은, 그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박근혜 새 정부 길들이기’ 식의 단타형 목적이 아니라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아채려는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정권이 오로지 강공으로만 밀어붙이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김정일이 북한여자 축구와 태권도 사절단을 미국에 보낸 적이 있다. 이번에도 데니스 로드먼 같은 농구 선수를 한 명 불러들여 미-중간 핑퐁외교처럼 미-북 ‘농구외교’를 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북한은 대미 전략에서 강온 양면을 배합할 것이다. “미국이 양보해준다면 우리도 대화로 나갈 수 있다”고 할 것이며, 미국이 양보하지 않으면 4차, 5차 핵실험으로 강도를 높여가는 것이다. 


이미 북한 핵문제는 9.19 공동성명에서 표현된 ‘핵폐기(abandon=de-nuclearization)’에서 ‘비확산(non-proliferation)’으로 그 성격이 변질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북한의 핵기술과 핵물질 확산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은 단언컨대 ‘없다’. 북핵은 이미 레드 라인(red line)을 넘어 버렸다. 이제는 핵무기를 쥔 북한정권을 ‘폐기(abandon)’시키는 방법 외에 해결할 길이 없어진 것이다.


한국은 한시적으로 북핵을 핵으로 억지하는 수단을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한시적’이라는 뜻은 북핵폐기 때까지 즉, 핵이 필요없는 정권으로 교체될 때까지이다. 


북한핵은 수령정권 자위용, 대남 협박용, 대미 협상용에 덧붙여 반드시 ‘판매용’으로 가게 될 것이다. 북한정권에게 이보다 더한 고수익 외화벌이가 어디에 있겠는가? 나중에는 “알 카에다에게는 판매하지 않을 테니 그에 상응하는 달러를 달라”며 미국과 협상(?)을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클린턴 정부 시기 ‘3년간 10억달러’의 미사일 협상을 벌인 사례가 있다. 북한정권은 돈을 받고 핵과 미사일을 더 만들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북핵 억지 수단을 구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핵억지 수단을 구축하게 되면 북핵의 전략적 가치도 추락하게 될 것이다. 북한 핵 값은 떨어지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의 시간싸움이다. 북한 체제가 먼저 전환될 것이냐, 아니면 북한정권이 핵전략으로 ‘더러운 전쟁’을 본격화할 것이냐, 싸움의 본질은 이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첫째, 북한 핵전략을 정확히 파악하고, 둘째 북한 핵문제의 본질이 북한정권 문제임을 정확히 인식하고 정권교체를 위한 ‘대북정책 플랜 B’를 수립하여 집행하는 것이다.


이 어려운 고비를 넘으려면 먼저 대한민국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쪼개지면 한반도 정세 주도권이 북한정권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제는 태극기 아래에 하나로 단결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