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청진 소재 대학에 다니는 김천식(가명·30세) 씨는 계속된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북한의 대미 유화 제스처에 대한 대학생들의 반응을 집중 소개했다.
먼저 북한이 ‘150일 전투’를 승리적으로 마친 후에 미국과 당당하게 회담에 임하려 했지만 경제분야에서 부분적인 생산 재개를 내는데 머무르고 식량난까지 악화되면서 미북대화를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올해 식량생산에 대해 “올해 농사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라고 말들을 한다”며 “그 정도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을 경우 내년에 우리 정권(김정일 정권)이 끝장난다”고 진단했다.
또한 북미회담과 관련해서도 결국 미국이 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북한은 우라늄 핵시설을 돌아보게 하는 대가로 시간을 벌고 국제사회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이끌어 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렇게 시간을 끌려는 목적은 전기, 비료, 광업, 지방산업공장들과 순천비날론을 살려 최소한의 ‘자력갱생 기초’를 다질 시간을 벌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은 그 시기를2012년으로 보고 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북한의 이러한 시간 끌기 전략에 대해 ‘자력갱생의 기초’를 축성해 스스로 살아나갈 최소한의 힘을 키우고 핵을 계속 유지해 나갈 생각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청진 대학생(제대군인)과의 인터뷰③]
-조선이 최근 미국과 남조선과의 회담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그 배경이 무엇인가?
나도 한국방송(라디오)을 자주 듣는다. 8월부터(실제는 7월) 우리가 먼저 대화를 하자고 나섰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대학생들 속에서도 말이 많다. 8월에 중앙대학(평양에 있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창생 친구가 방학으로 집에 왔을 때 이야기를 좀 나눴는데 평양 대학생들 속에서 그 문제로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그에 따르면 원래는 위(김정일)에서 미국과 협상에 나서는 시기를 ‘150일 전투’가 끝난 10월 이후로 계획했다고 한다.
미국놈들이 아무리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고 압력을 행사해도 우리는 ‘이만큼 했다’는 ‘150일 전투’성과를 당당하게 과시하고 국제사회의 제재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150일 전투’가 미국의 제재 속에서 진행되었던 만큼 잘만 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또 미국의 제재를 구실로 9.9절(국경절) 아니면 10월 10일(노동당 창건일)을 계기로 위성발사를 한 번 더 하고 미국이 나오는 태도를 보며 (추가) 핵시험(핵실험)까지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미국이 아무리 버티더라도 회담장에 끌려 나올 수밖에 없고, 회담을 하면서 우리는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다는 타산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장군님(김정일)이 공장이고 농장들을 돌며 죽도록 뛰어다녔다지만 ‘150일 전투’기간 세상에 대고 자랑할 만한 것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
특히 미국과 회담을 다그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농사 때문이었다.
8월초에 들어서면서 벌써 농사가 다 기울었다는(안됐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해졌다. 당장 식량위기가 닥치면 ‘사회주의 강성대국’은 고사하고 사회제도도 유지하기 힘들게 됐다. 또다시 쌀값이 폭등하고 1990년대 중반 위기가 오면 나라는 견디기 힘들다.
내년 1월쯤이면 식량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게 뻔한데 10월까지 앉아서 미사일 쏘고 핵실험할 처지가 못 되었다. 국제사회의 지원이라는 게 오늘 요청하면 오늘 들어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년 1월부터 국제적인 식량 원조를 받으려면 8월부터 미국과 교섭을 해도 시간이 빳빳하다(부족하다)는 판단이었다.
우리(북한)로선 살기 위해 회담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식량위기가 그렇게 심각할 것 같은가?
대체로 올해 농사가 지난해의 절반 정도라고 말들을 한다. 그 정도면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을 경우 내년이면 우리정권(김정일 정권)이 끝장난다.
지금은 ‘고난의 행군’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수령님(김일성)이 서거하신 직후였고 사람들의 정신상태도 좋았다. 지금은 사람들이 완전히 자본주의화 되었고 위(김정일)에 대한 의견도 많기 때문에 이제 식량위기를 겪으면 무슨 일이 날지 모른다.
-조선에서는 지난 4월에 쏜 미사일 실험이 성공했다고 알고 있나?
실패했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위성이 태평양 바다에 떨어졌다는 것도 즉시로 소문이 났다. 지금은 (외국)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많고 중국 사사여행자(중국 친척방문자)들도 많아 웬만한 소식은 즉시로 소문이 난다.
-앞으로 회담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아는가?
뻔하지 않나? 미국이 질 것이다. 져도 아주 통쾌하게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양에서 대학생활을 하는 친구의 말에 의하면 평북도 구성 쪽인가 어디에 있는 핵시설(우라늄농축시설)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고 들었다.
미국도 상상을 못하던 깜짝 카드를 내보인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하여금 우리의 핵 시설들을 둘러보게 하고 우리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을 대가로 국제적인 식량지원을 받으면서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시간을 벌면 무슨 다른 살아갈 방법이 생긴다는 것인가?
간단하다. 자력갱생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초를 축성한다는 것이다. 그 때까지 시간을 벌면 된다. 그리고 그 기간을 2012년까지로 보고 있다.
장군님께서 올해 핵시험을 한 직후에 내각총리에게 ‘우리가 자력갱생의 기초만 튼튼히 다져놓으면 제국주의자들의 어떤 압력에도 맞설 수 있고 핵 보유국으로 계속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다.
-당신들이 말하는 자력갱생의 기초라는 것이 무엇인가?
구체적인 그림이 있다.
우선 지금 건설 중인 발전소들을 모두 완공하면 적어도 100만kw 전력을 더 생산하게 된다고 한다. 지금 전기에 100만kw만 더 생산하면 가정세대들은 몰라도 공업 부분만큼은 제대로 돌릴 수 있다고 한다. 공업부분을 살릴 수 있을 정도로 전기 문제를 먼저 풀고 숨을 돌리면서 계속 발전소들을 지어나간다는 전략이다.
다음은 비료문제이다.
전기문제가 풀리면 지금 확장공사를 벌리고 있는 흥남비료공장에서 120~150만 톤 정도의 비료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외 사리원비료공장과 각 지방들마다 건설된 카리(칼리)비료공장(식물성장을 촉진하는 비료)들을 살리면 비료문제는 외국의 신세를 지지 않아도 된다.
각 도마다 세워진 칼리비료공장들은 많이 파괴되기는 했으나 전기문제만 풀리면 복구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 다음은 광산들이다.
우리나라에 아직까지 침수된 광산들과 탄광들이 많다. 그것들만 다 살려도 원료문제를 비롯해 자력갱생할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풀린다고 한다. 광산들을 살리는 문제도 역시 전기문제가 제일 걸렸고 그 외 전동기가 많이 부족한데 동(구리)이 없어 자체로 생산할 수 있는 전동기도 못 생산하는 형편이다.
하지만 양강도 지구에 있는 동 광산들을 모두 살리면 전동기라든지 기타 설비들을 만드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특히 올해부터 지방탄광들에 힘을 쏟고 있는데 지방 탄광들까지 모두 살리면 겨울철 난방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전기문제만 풀리면 지방산업 공장들에서도 자체 지방원료를 이용해 공업품(생필품)들을 생산할 수 있다.
올해 ‘150일 전투’기간에 지방산업공장들을 살리라고 많이 떠들었는데 지방산업공장들이라는 게 거의 수공업 수준이어서 살릴 것도 얼마 없다. 밥사발이나 김칫독 만드는 공장에 뭘 살릴게 있겠는가? 관건은 전기다. 전기문제만 해결되면 지방산업공장들에서 적지 않은 물건들이 생산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순천비날론이다. 순천비날론이 정상 가동되면 비날론 생산도 늘겠지만 생산과정에 얻어지는 물질들로 비료생산을 비롯한 여러 가지 화학원료들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순천 비날론에서 생산되는 비료와 흥남비료공장에서 생산되는 비료까지 합치면 우리나라는 비료문제는 완전히 해결하고 남는다고 한다.
현재 순천비날론은 전기로에서 카바이드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거의 90% 정도 복구되었다. 지금이라도 생산을 할 수 있지만 워낙 전기를 많이 잡아먹어 돌릴 수 없는 형편이다.
2012년까지 전기문제가 기본적으로 풀리고 나면 이 모든 문제들이 해결을 짓게 되고 그 정도 수준이면 우리나라는 ‘자력갱생의 기초’가 선 나라라고 장담할 수 있다.
다만 그때까지 미국을 달래야 한다. 자력갱생의 기초만 축성되면 굳이 외국의 원조를 받을 필요도 없고 핵 포기를 안 해도 된다는 것이 우리(북한)의 입장이다.
-인터뷰에 응해줘서 감사하다. 다음에도 또 연락을 부탁하겠다.
그쪽에서도 도와줘서 감사하다. 많은 도움을 못 줘서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