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개혁개방 기적은 없다…’脫金시대’ 준비하자

▲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한의 대표단이 만난 북한 대학생들

남북정상회담 때문에 대북지원 문제는 다시 한번 치열한 토론의 주제가 되었다.

좋든 싫든 대북지원은 앞으로 오랫동안 남한사회가 피하기 어려운 부담스러운 재정적 책임이다. 물론 남한 사람들은 이러한 부담을 환영하지 않는다. 통일부 조사에 의하면 한국 국민 51.3%가 대북투자 확대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발생할 경우 “부담할 용의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들은 대북지원을 지지하지만, 역설적으로 지원정책의 비용에 대해서는 분개하는 편이다.

재정적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을 이해할 수 있지만 역사는 개인적인 바람에 대해 무관심한 편이다. 필자는 북한 복구사업을 피하는 방법이나 싼 값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요즘 남한 정부는 커지는 대북지원 규모에 대해 유권자들이 신경쓰지 않도록 하기 위해 대북지원 규모를 축소 평가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북한 경제의 큰 격차를 극복하는 길이 값싸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남한 정부가 북한에 지원할 재정비용과 통일비용은 결코 무시해도 좋은 금액이 아니다. 남한 정부는 대북지원으로 이용될 이같은 거액의 지출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앞으로 입게 될 손실도 이 규모만큼 클 것이다. 그래서 북한을 지원하는 방법을 현명하게 계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북 ‘무조건 지원’ 시대착오적 독재체제 강화

남한 정부가 대북지원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실시해온 대북정책에 대해 평가할 때가 왔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중의(重意)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10년 동안 남한에서 간 식량과 비료가 북한에서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지원을 100% 낭비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북지원이 완벽한 성공이었다고도 보기 어렵다. 세월이 갈수록 조건 없는 대북 지원이 초래하는 문제점과 모순이 더욱 뚜렷이 나타날 것이다.

햇볕정책을 시작했을 때부터 남한 정부는 조건 없는 대북지원은 남북간 협력 및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북한 정권이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실시하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도 북한에서 이러한 개혁을 시작한다는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와는 정반대로, 북한정권은 남한과 중국의 지원이 계속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90년대 말 흔들리기 시작한 김일성 시대의 체체를 재정상화시키고 자생적으로 생긴 시장경제의 등장을 막으려 총력을 기울였다. 2002~03년 배급제 재개, 국경 경비 강화, 장마당 검열 등은 햇볕정책을 주장하는 자들의 희망과 기대와는 모순된 현상이다.

북한의 현황과 북한 정권의 논리를 고려하면 이런 현상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니다. 김정일 정권은 중국식 개혁이 북한사회에 대한 통제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중국 인민과 달리 북한 인민들은 같은 민족인 남한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면 남한과의 통일을 통해 자신들의 생활을 즉각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간부 계층의 입장에서 이러한 흡수통일은 너무 위험하니까 그들의 전략은 아무 개혁을 하지 않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지원을 체제 유지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 정권이 제일 바람직하게 보는 지원 형식은 아무 조건과 감시 없이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원이다.

평양 당국자들은 이 물질적 지원을 간부와 군인들 그리고 평양 주민을 비롯한 정권의 기반으로 여기는 계층에게 제일 먼저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정치적 지지를 보장한다. 그런 다음 식량이 좀 남으면 일반 주민들에게도 줄 수 있다. 북한정권은 배급제를 통해 식량을 배급함으로써 일반 주민들로 하여금 ‘먹을 것이 다 장군님 덕분에 나왔다’는 인상을 조성하면서 사상 분야에서도 김정일의 지배적인 위치를 더욱 강화한다.

자신의 특권 유지를 최고 목표로 생각하는 북한 지도부의 입장에서 이것은 100% 합리주의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은 북한 주민 대부분의 이익뿐 아니라 한국의 장기적인 이익과도 심한 모순이 발생한다.

유감스럽지만 지금까지 북한에 제공한 무조건적 지원은 북한 현존 체제를 강화함으로써 남북 사이의 커다란 격차를 더욱 넓게 하고, 나중에 해결해야 할 북한 복구 문제를 더 어렵게 한다. 올바른 대북지원의 방법은 북한의 시대착오적인 독재정권을 강화하는 것보다 경제개혁에 이바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씨앗, 영농기술 지원이 좋다

대북지원을 할 때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정치와 사회 부문에서 북한의 변화가 하루 빨리 시작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탈(脫)김정일 시대’에 북한의 경제적, 사회적 재건을 위해 튼튼한 토대를 쌓는 것이다.

물론 탈김 과도기에 대해 아무런 환상을 갖지 말아야 한다. 경제구조가 너무 낙후하고 주민 의식이 너무 왜곡된 북한사회를 빠르고 값싸게 재건하는 방법이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북지원을 통해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우리는 60여년 동안 고립된 생활을 해온 북한 사람들에게 현대 세계를 알려주어야 하고, 이 세계에 더 잘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이러한 능력과 지식을 전달하는 지원은 최고라고 생각한다.

필자의 생각에도 개성공단처럼 공동 경제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은 제일 중요하니까 해주공단 제안을 환영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개성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남한기업과 북한 당국자들에 의해 착취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북한 공장에서 일할 경우에 그들의 소득이나 근로조건은 현재 개성공단의 형편보다 더 열악할 것이 분명하지 않을까?

또 하나의 비판은 북한 당국자들이 개성공단을 통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얻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말은 사실이지만 대북지원에서 타협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엔 개성공단 같은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는 해보다 득이 더많은 유리한 타협이다.

매일 남한 사람들을 볼 수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북한 선전의 허구성을 짐작하기 시작할 뿐 아니라 그들이 조만간 들어갈 현대세계에 대해 지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가보위부를 비롯한 북한 특무기관은 이러한 접근과 교류를 위한 기회를 막으려 총력을 기울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북한 노동자들을 로봇처럼 아무 것도 보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분석하지 못하는 기계로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물론 개성공단만 아니라 남북한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서로 배우는 프로젝트는 좋다. 또 평양정부에 식량을 그냥 주는 것보다 농업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활동을 하면 더 좋다. 남한에서 씨앗, 비료와 함께 현대 농업기술을 잘 아는 전문가들이 북한 농민들에게 새로운 영농 방법을 가르쳐주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장기적으로 통일 후 복구사업의 기반을 조성하고 통일비용을 어느 정도 감소하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북한정권을 통해 주민에게 제공되는 식량지원은 배급제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를 강화시키지만, 기술 및 씨앗을 제공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 보내는 지원이니까 주민의 어려운 형편을 완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 교육문제 해결해야

북한의 교육수준을 향상시키는 것도 남한의 중요한 과제이다. ‘탈김 시대’에 남북한 사이의 지식 불평등은 큰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현대세계의 쓸모있는 교육을 받지 못한 북한 사람들이 통일 후에도 대를 이어 ‘값싼 노동력’ 노릇을 하게 되면 완전한 ‘통일’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남한 정부는 북한의 대학교를 지원하고 북한으로 교과서를 비롯한 도서, 컴퓨터, 다양한 디지털 자료 등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물론 북한 집권층이 이러한 교류로 군사용 기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학생들을 위한 유학 지원이다. 물론 김정일 정권은 북한 청년들을 남한으로 유학 보내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평양 지도부는 사상적으로 그리 위험하지 않은 호주, 유럽의 국가, 러시아 등에 보내는 것은 문제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는데, 남한측은 이러한 교류를 재정적으로 지지하는 것이 좋겠다. 뉴질랜드나 폴란드에 유학할 북한 학생들은 나중에 남북한 경제에 기여할 전문가들이니까 이는 남한의 미래에 대한 투자의 한 형식이다.

또 하나는 북한 인프라 개발이다. 남한은 세계적으로 인프라를 개발한 경험이 많은 나라로 유명했으니 이러한 경험을 북한에 적응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북한의 교량, 도로, 철도 건설, 발전시설 개보수 및 신설 등은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인프라 프로젝트에도 고려할 점은 북한 정권의 군사력을 강화해서는 안 되는 것이고, 주민들을 도와주고 탈김 시대에 북한 지역의 개발을 위한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부문에서도 타협이 불가피하지만 김정일 독재정권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잘못이다.

좋든싫든 북한문제는 기적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할 의무와 필요가 있는 세력은 곧 남한이니까 대북지원은 이같은 해결을 위한 중요한 사업이다.

유감스럽지만 남한사회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아직 너무 근시안적이다. 남한사회의 주류는 대북지원을 값싸게 하면서 평양 독재정권이 남북 격차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시작하도록 하는 전략을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전략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문제 해결을 연기할 뿐 아니라 이 문제 자체를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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