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정권, 日 과거청산 왜 거론하나?

▲ 2003. 8. 북한 만경봉호 입항에 일본시민들이 시위하는 모습

일본의 과거청산 문제에 대한 북한당국의 강도 높은 비난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북한은 1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남측과 해외단체, 세계 인권단체 등과 연대하여 과거청산운동을 벌이고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자고 주장했다.

3일엔 북한의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고 우리 민족에게 끼친 극악한 범죄는 시효가 있을 수 없다”면서 일제 만행에 대한 사죄와 보상을 요구했다.

5일에도 <평양방송>을 통해 “식민지 무단통치를 감행한 일제의 죄행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반드시 그 피값을 받아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일본은 독도를 강탈하려는 날강도적인 책동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며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북한의 대일비난 발언은 남한의 반일여론을 적절히 이용해 더 힘을 얻고 있는 듯 하다. 이는 3.1절을 전후로 독도문제와 관련해 남한 내에 일본 비난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과 얼추 비슷하게 맞아 돌아가고 있다.

이같은 북한정권의 움직임은 남한과의 소위 ‘민족공조’를 강조함으로써, 일본의 경제제재 및 국제사회의 압력을 회피하기 위한 전술로 분석된다.

일본의 對北 경제재제 발동

최근 일본정부는 북한당국의 불성실한 납치 해명에 대한 제재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일본 자민당이 북한인권법을 추진하고 있고, 1일부터 시행된 선박유탁손해배상보장법은 1백톤급 이상 선박의 고액보험가입을 의무화 함으로써, 사실상 보험가입 선박이 2.5%밖에 되지 않는 북한선박의 일본입항 규제를 겨냥하고 있다. 또한 도쿄당국은 연간 1억 6천만 달러에 달하는 대북 폐물교역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대북감정 악화와 이에 따른 경제제재 조치는 대일무역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북한경제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정권은 때마침 대두된 독도문제와 과거청산 문제를 빌미 삼아 일본에 대한 공세적 입장을 유지함으로써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북, 노 대통령 발언에 즉각 화답

남한의 노무현 대통령은 3ㆍ1절 기념식에서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배상할 일이 있으면 배상하고, 그리고 화해해야 한다”면서 일본의 ‘배상’ 문제를 거론했다.

북한당국은 노 대통령의 발언에 화답이라도 하듯, 바로 이날 오후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연행 피해자 보상대책위원회’ 명의의 ‘과거청산운동 호소문’을 발표하고, 노 대통령의 발언을 적극 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5일 결성된 6ㆍ15 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ㆍ북ㆍ해외 공동행사 준비위원회(공준위)도 결성선언문 외에, 별도로 채택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및 역사왜곡에 대한 남ㆍ북ㆍ해외 특별결의문’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우리 민족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침략적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결코 용인하거나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이같은 상황은 북한이 요코다 메구미 유골사건에 대한 일본의 대북경제제재를 막아보고자 과거청산과 독도문제를 끄집어 내 생떼를 쓰고 있는데, 여기에 남한정부와 시민단체들이 동조하는 형국이라고 볼 수 있다.

납치사건과 과거청산문제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과거청산이나 독도문제 등은 외교적으로 매우 복잡하고 중대한 사안이므로 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신중히 풀어나갈 문제이다. 지금 남한의 언론과 시민단체, 심지어 정부에서마저 이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좋은 해결책이 아니다.

김정일정권은 北주민부터 살려야

이 문제와는 별도로 북한의 유골조작사건은 당연히 명확한 해명과 보상, 사과가 따라야 할 문제다. 마치 납치문제와 과거사문제를 맞바꾸려는 듯한 북한의 태도는 정상적 사고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다. 일본의 식민지배나 독도 영유권 문제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다. 자국민을 굶겨죽이며 훨씬 더한 악행을 저지르고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고자 온갖 술수를 동원하는 김정일 정권을 더 이상 봐줄 수 없을 따름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북한정권은 연일 일본을 비난하고 성토하는 애국심과 의협심으로, 북한의 죽어가는 주민들과 경제를 돌아보길 바란다. 그것이 진정한 애국애족(愛國愛族), 민족공조(民族共助)의 길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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