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장사꾼, 無계획 판매?…“시장분석 게을리하면 망하기 십상”

2016년 외부와 내부의 갖은 시련에도 북한 시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강력한 대북 제재와 70일, 200일 전투로 시장활동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쌀 가격과 환율은 대체적으로 안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제시한 농업·축산·수산 정책의 성과라는 연말 자축선전을 연일 주장하지만, 이에 주민들은 ‘거짓 선전’이라며 일축한다.

주민들은 이 같은 물가 안정에 대해 당국의 조치보다는 자체 시장시스템 구축이 작용한 결과라고 평가한다. 돈주(신흥부유층)부터 잡화상인, 골목장사 상인도 수동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다.

쌀 수입 정보를 입수한 시장 돈주가 도매로 받던 쌀의 양을 자체로 줄이는 경우처럼 모든 시장활동은 ‘계획적’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석탄수출이 활성화되면 국영 기업도 탄광에 필요한 시멘트 동발(갱목)을 자체 생산하기도 하고, 가난한 상인들도 고객확보를 위해 두부 한 모도 포장하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데일리NK가 기획 취재한 2016년 북한시장 인기업종과 제품 10가지 중, 마지막 순서로 돼지밀수시장과 탄광 동발(갱목)생산, 그리고 겨울철 목욕주머니와 상품 포장서비스를 소개한다.

⑦ 평안북도 신의주 밀수 활성화…“새끼 돼지까지, 돈 되는 건 다 판다”

평안북도 신의주는 함경북도 북중 국경 지역과는 달리 대낮에도 공공연히 밀수가 이뤄진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도 이 같은 은밀한 거래는 막지 못했다. 이에 따라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수백t 상품을 배로 대놓고 운송하기 때문에 ‘밀수 무역’이라는 유모아(유머)가 나돈다. 수위가 깊다는 점에서 대형 선박을 이용하는 등 그 규모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평안북도 소식통은 최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신의주에서의 밀수는 관세를 내지 않아 막대한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대낮에도 압록강을 떠다니는 배들이 많이 있다”며 “압록강 국경초소를 통과할 때마다 초소장에게 500달러를 주면 무사통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의주에서는 돈 되는 건 다 사고 팔 수 있다. 수산물은 물론이고, 의약품과 금 정광 등 수요자가 요구하는 건 다 마련해 주는 것이다. 특이하게 올해 ‘새끼 돼지 밀수’가 짭짤한 돈벌이 수단이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조선(북한) 돼지 종자가 잡종이 아니라는 점에서 중국 시장에서 갑자기 수요가 높아졌다”면서 “이 같은 추세를 파악한 한 밀수 조(2~5명)가 올해 300마리 새끼 돼지를 팔아 막대한 이윤을 남겼다”고 소개했다.

⑧ 시장서 등장한 겨울철 신상품 목욕주머니…“주민들, 집안서 목욕 즐긴다”

지금처럼 추운 겨울날이면 개인이 운영하는 목욕탕과 한증탕이 주민들에게 인기다. 국영 목욕탕보다 온수가 콸콸 잘 나올 뿐만 아니라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중탕은 2000원, 독탕은 5000원~1만 원(쌀 1~2kg을 살 수 있다)이니 일반 주민들에게는 부담이다. 이와 관련 ‘목욕주머니’라는 신상품이 시장에서 등장, 주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서 목욕주머니는 우리처럼 몸에 좋은 용품을 주머니에 넣어 욕조에 담그는 제품을 일컫는 게 아니라 텐트처럼 간편하게 설치해서 안에 들어가 목욕을 할 수 있는 비닐 제품을 뜻한다. 비닐박막을 천정에 고정시키고 끓는 물을 담은 대야에서 목욕하던 구(舊) 시대 문화가 현대에 들어와서는 겨울상품으로 등장한 셈이다.

평안남도 시장에서 현재 중국제 목욕주머니는 무색일 경우(1인용) 2000원, 예쁜 색상일 경우 3000원에 거래가 이뤄진다. 또한 2인용 목욕주머니도 5000원 정도면 살 수 있을 정도로 저렴하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한 번 사면 1년 정도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너도나도 목욕주머니를 사려고 한다. 이제는 목욕탕에 가지 않고 집에서도 목욕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라면서 “또한 최근 시장에서 판매되는 중국제 목욕주머니는 김이 빠지지 않아 한증에 문제없어 주민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⑨ 시장 활성화로 ‘서비스’ 문화도 덩달아 확산…“포장 안 해주면 망하기 십상”

북한시장 변화는 장사꾼들의 ‘서비스 정신’에서 두드러진다. 이제는 ‘양’이나 ‘가격’보다는 ‘질’을 따지는 주민들이 늘어나면서 고객 만족에 신경 쓰는 현상이 나오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최근 상품을 포장해 줄 뿐만 아니라 편하게 들고 갈 수 있도록 상자에 넣어주는 장사꾼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속옷은 포장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소비자들이 판매자를 평가한다. 예전처럼 ‘그냥 들고 가라’는 장사꾼에겐 다시 찾아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한 개인이 만든 사탕, 과자는 물론, 두부 한 모도 중국에서 수입된 비닐봉지에 담아 판매하는 장사꾼들도 늘고 있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매대 장사꾼들은 이젠 손님에 대한 친절뿐만 아니라 상품을 포장하고 종이가방에 넣어주는 서비스까지 갖춰야 한다”면서 “비싼 옷이나 화장품을 구매할 경우 가방에 넣어주지 않으면 구매자는 다른 매대로 가버린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식품과 남새를 담을 수 있는 비닐봉지까지 다양한 크기로 중국에서 들어오고 있다”면서 “상품 포장 서비스가 일반화되면서 전문 포장지를 도매하고 유통하는 업자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⑩ 북한 석탄 시장, 대중 수출로 활성화…“국영 탄광서 시멘트로 자체 동발(갱목) 생산”

올해 강력한 대북 제재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대북 석탄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 중국 국내에서 석탄 수요 급증과 북한산 석탄에 대한 품질 감독이 느슨해지면서 중국 무역업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북한산 석탄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 내 탄광 채굴 움직임도 분주해졌고, 석탄 관련 시장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와 같은 추세에 석탄수출을 담당하는 외화벌이 기업소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중국 당국이 ‘민생 교역’이라는 명목으로 수출을 지속할 것이라고 보고, 돈벌이에 나선 셈이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소에서는 최근 자체적으로 동발(갱목)을 생산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여기서 동발은 굴진(掘進)과 채굴(採掘)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재다. 만약 동발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다면 갱이 붕괴되는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원래 나무로 만든 동발을 이용했으나 산림황폐화로 이제는 시멘트로 동발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시멘트 동발이 값이 오르면서 요즘은 개인이 공간을 확보하고 원자재를 구입해 생산하기도 하고 있다”면서 “시멘트 동발은 나무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